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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나
게시물ID : readers_248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2
조회수 : 4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24 07: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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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하루 10km, 페달을 밟고 한강을 달려

허물어진 정자에 걸터 별을 보았다.

육안이 가늠할 수 없는 곳부터 하늘이라 생각하였으니

신의 뜻을 일컫는 모호한 지점,

그래서 두려웠다.


하루 10km, 1년 전과 같은 길을 달려

달이 큰 시각, 손등에 음기를 느꼈다.

"아, 밤에 비 온다 그랬지"

기상예보가 점점 잘 맞는다.


이젠 안다,

하늘은 지상과 오존 사이에

대기 현상이 발생하는 지점일 뿐

풀잎 끝에도 닿아 있는 것이며

원망이나 어떤 감정의 대상이 아님을.


내리는 비에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은, 사는 데 축복이 필요한 순간이 아니다.

풍요로운 햇살에 활동적이게 되는 것은, 사는 데 가호가 깃든 순간이 아니다.


의미를 부여한, 소위 창조주의 실체는 나 자신이었고
미지의 힘이 개입해 운명을 쓴다는 건 완벽히 소설이다.

흔들리는 것은, 외부 자극에 쉽게 농락당한 어설픈 마음이다.

그런 연약한 면을 위로받기 위해
죄를 진 자에겐 벌이
의를 베풀면 복이 온다는
필연적인 이치란 게 있다고 믿어 온 거다.
기상예보가 덜 완벽해서 그랬다.

천명이 무엇이고, 또
스스로 정의가 되지 않고, 
천벌만 바라는가, 나는.


애당초 정수리에 닿아 있는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질

원천도, 의지도 없다.


그러니 바라지 말고, 우러르지도 말고,

알아서 죄를 자각하고, 어진 맘씨를 자주 쓰라.


나는 이 이야기를 일기장에 적었어야 했다.

왜냐면 철학적인 사유는 너무 부끄러운 것이기에..,


오늘도 내 안의 공자는

시대를 관통해

마차 대신 자전거를 탄다.

출처 이 글을 종이에 적었다면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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