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숭배는 왕조시대의 유물이요, 현대사회에서는 김일성 체제 아래의 북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괴이쩍은 현상이었다. 아무개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태도를 옳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정치적 태도가 옳기 때문에 아무개를 사랑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사람들 중에는 오직 ‘노사모’이기 때문에 탄핵을 반대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자주 보인다.
==> 그간 나름대로 경제적 부도 쌓은 이문열, 기름낀 배로 가끔씩 숨 몰아쉬어가며 골방에 앉아 글이나 쓰는 사람과 하루하루 힘겹게 먹고살기 위해 바둥거리지만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과의 인식의 간극이 얼마큼인가 하는 허탈함이 몰려온다.
==> 더불어, 비양심적 글쟁이의 대중들에 대한 이러한 비열한 이미지 조작 시도를 보아내는 것도 역겨울 뿐이다.
젊은 세대 일부의 반(反)이성주의도 우리 사회에 진작부터 어른거리던 불길한 조짐이었다. 자신의 주장을 남에게 강요하기 위해 전제부터 자신에게 유리하게 뒤집어엎고 시작하는 무논리(無論理)나 무분별한 용어 사용은 이미 반이성주의로 규정하기조차 과분할 만큼 도를 넘겼다. 국회가 헌법에 규정한 바에 따라 행사한 탄핵소추권을 버젓이 ‘국회쿠데타’라 이름하고, 검찰·경찰을 비롯한 공권력과 방송에다 신문의 태반까지 장악한 대통령은 ‘약자’라고 우기며, 불법 체류 파키스탄 노동자까지 걱정하면서도 북한 인권을 따지면 ‘반통일세력’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 젊은 세대 일부를 반이성주의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비이성주의에는 눈을 감는다. 모름지기 이성이라는 것은 직관적 현상 이면의 본질을 꿰뚤어 내는 능력을 말함이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오늘을 아울러 사고하여 2004년 대한민국이 드러내는 갈등의 본질을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해내려 하지 않고, 모든 맥락을 거세해버린채 현상에 형식적 이상만 들이대어 갈등을 조장해내는 이들이 누구인가? 진정 누가 비이성적이며 반이성적인 것인지 되물어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