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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곳마다 아픔과 눈 마주친 청년이여
그가 입을 여네,
"꽃도, 새도, 사람도, 별도, 존재하기 위해 제 존재를 불태운다" 라고.
그의 그림자가 대답한다
"타오르는 것에는 연기가 나며, 향이 있고, 이는
죽음의 향이로소이다, 세상은 그 기운이 만연하다" 라고.
고등학생 때 집으로 가는 8차선 버스 안
도로 위에 피투성이로 발악하던 새끼 고양이를
차에서 뛰어내려 구하지 못한 기억이
수면을 강타한다.
무지개조차 회색빛이었다.
그래서 그는 만사가 불편했다.
늘 구경하던 사이트에서
눈알을 굴리던 중
"면접룩"이라는 제목을 클릭했다.
사진 속 이름 모를 그 자는
흰 블라우스와 검정색 H스커트를 입은
여성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저 사람은 도전의 시간에 있고
떨릴 테고, 태연하지만 응원 받고 싶겠지
옷이 잘 맞아서 다행이야
그런 점이 그의 자신감을 up시켜줄 테니
다만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한 걸 거야"
그리고 스크롤을 내렸다.
" 뭐야, 이게? "
합격!
백프로 합격!
연봉 협상부터 하자,
직급은 뭐부터 시작할까?
면접룩이 아니고 합격룩이다,
라는 댓글이 압도적이다.
기분 좋은 타자란 건 알겠지만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지개가 회색이라고 주장하는
불편한 새끼가 확성기를 든다.
저 무리는 대체 무얼 가늠하고 김칫국 찌끄리는 것이냐,
예문1. "잘 어울리니 자신감 갖고, 면접 보시면 되겠다"
예문2. "단정하고, 모범적인 굿 초이스예요"
정도여야지 않나?
향기가 불면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듯
멋과 미 앞에 찬사부터 보내야 하거늘
종종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눈이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소외된 것들을 걱정해서 그래요.
참으로 어이없고 오지랖 넓은 놈이지
신도 아닌 것이 지나친 인애를 품은 탓이오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불편의 나"에게서 확성기를 빼앗고
이 모자란 글에 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