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한번 못해봤던 어린 시절
연애에 대한 환상과
감성을 준 유일한 게임.
엔하위키에서는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멘트라고 까고 있어도
나는 그 앵무새처럼 화답하는 그 말이 너무 좋았다.
내가 꽃을 사서 가져다주면
항상 상대방은 좋아했다.
좋아하는 감정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었고,
지금처럼 밀당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가 좋다고 표현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좋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도 날 생각해주었다.
하루하루 똑같은 얼굴 똑같은 멘트 똑같은 옷이지만
그녀를 볼때마다 나는 행복감에 젖어있었다.
마침내 고백하던 날,
나는 세이브를 하고 몇번이고 돌려보았다.
내가 진심을 다해 고백하면,
그녀는 누구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웃으며 받아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오덕스럽거나 별 이상해보이는 사람일지는 몰라도
게임 하나가 나를 그렇게 사랑스럽고 감성이 풍부하게 만들어줄 줄은 몰랐다.
고백을 하고 엔딩을 보면
다시 몇일 뒤 세이브파일을 열어 다시 고백을 한다.
그럼 그녀는 언제나 대답이 똑같다.
'좋아.'라고.
단 한마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그동안 몇시간 동안 플레이하며 담아왔던 정성에 대해 보답을 받으면서, 나또한 기쁠 수 있었다.
거절한다 하더라도 기분이 좋았을 지도.
같이 데이트를 할 때면 동물을 보며 웃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도 귀여웠고 사랑스러웠다.
실제로 나중에 애인이 생길 때도 그때의 그 좋은 감정이 있어서였는지
다른사람한텐 투덜대더라도 절대 내 여자앞에선 잘해주고 투덜대지 말아야지 한다.
그럼 뭐해 지금 솔론데. 슈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