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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2495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중없는아이★
추천 : 25
조회수 : 2191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10/20 15:54:15
원본글 작성시간 : 2009/10/20 06:22:37
출처 - 웃대 패랭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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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좋겠다. 피를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잖아”
동생 민세가 물병의 주둥이를 할짝거리면서 말했다. 얼마나 할짝거렸는지, 벌써 입술과 그 주변이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시뻘게졌다.
“뭐야, 벌써 다 마셔버린 거야? 아껴먹으라고 했잖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붉은 피로 가득 차있던 물통이 텅 비어있다. 그렇게 아껴 마시라고 충고를 했건만
민세 녀석은 벌써 다 마셔버렸다. 원망스러운 마음에 날카로운 눈초리로 민세를 쏘아보지만 철없는
동생은 그저 붉게 물든 치아를 드러내며 해맑게 웃을 뿐이다.
“형 나 좀만 더 주면 안 돼?”
“어제 준 걸 벌써 다 먹은 거야?”
민세가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성인 흡혈인간이 적당히 먹어도 3일 정도는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양이었는데 어린 녀석이 그 많은 양을
하루 만에 몽땅 마셔버렸다. 어느 흡혈인간에게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확실히 이상하다.
아니, 이상해졌다. 엄마아빠가 말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내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사라진 후부터 동생의 갈증이 심해졌다. 애정결핍 때문일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제가 있는 건 확실했다.
“형아 미안해, 하지만 계속 먹지 않으면 이상해질 거 같아”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민세는 그런 나를 보다가 이내 책상에 놓여있던 내 물통으로 시선을 옮긴다.
나는 물통을 들어 올렸다가 다시 내려놨다. 민세의 눈도 내 물통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이거라도 마실래?”
“응, 마실래.”
내가 물통을 건네자 민세는 미친 듯이 들이켰다. 마치 사막에서 며칠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이
오아시스를 들이키듯이 허겁지겁 먹어댔다.
“체하겠다. 좀 천천히 마셔”
민세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한참을 들이켰다. 한눈에 봐도 피를 마시는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해보였다.
“캬아-”
민세는 물병에서 입을 떼고 빨개진 윗입술을 소매로 훔치더니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민세가 내게 물었다.
“형 건 맛이 좀 이상해.”
“응, 나는 피를 다른 거랑 섞어서 마시거든”
몇 달 전부터 피를 물이나 다른 음료들과 섞어서 마시고 있다. 민세가 피를 너무 많이 먹는 덕분에 본의
아니게 내가 절약하고 있는 노릇이었다. 처음에는 맛이 별로였지만 지금은 적응이 되서 괜찮아졌다.
“나는 그냥 피만 먹는 게 맛있는 거 같아, 형은 좀 특이하네.”
어린 동생이 그 사실을 알 리가 만무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앞으로 더 많이 먹을 텐데.
피를 많이 먹는 동생을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사라진 엄마아빠도 연락이 되지 않고,
돌아오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나 힘들었다.
“헌혈차라도 털어버릴까?”
무심코 뱉은 말에 종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정도야? 그 정도로 피가 부족해?”
종수는 나와 내 동생을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친구였기 때문에 이런 말을 쉽게 꺼낼 수가 있었다.
그만큼 종수와 나는 편한 사이고, 친하다.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해.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예전에 아빠가 구해놓은 피는 거의 다 마셨어. 앞으로가 문제야, 나는 어디서 피를 구해야하는지도 몰라. 엄마아빠만 있었어도 이런 걱정은 안하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나보구나,”
“응, 그것도 걱정이고, 동생도 걱정이야. 걱정거리가 태산이야”
나는 복잡한 심정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민준이, 너는 괜찮아? 피 먹는 양도 줄였다며 피 먹고 싶지 않아?”
“글쎄 요즘엔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몸에도 별로 이상 없고”
피를 섭취하는 양을 줄여도 몸에는 별로 이상이 없었다. 양을 처음 줄이기 시작할 때나 갈증을 느꼈지,
지금은 괜찮아졌다. 내 생각에 금혈이 인간의 금연보다 쉬운 거 같다.
“근데 네 동생은 왜 그러냐? 이러다가 네 동생 다른 사람들 피를 빨아먹는 거 아냐? 막 괴물처럼 이상하게 변해가지고”
“영화는 그만찍자? 종수야 응?”
종수의 말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 흡혈인간들은 굳이 인간의 피만을 고집해서 먹을
필요가 없다. 동물의 피를 마셔도 전혀 지장 없다. 그리고 우리는 변신 같은 거 할 줄 모른다. 인간을
압도하는 무지막지한 괴력도 신비한 마력도 없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종수를 물어도 종수는
흡혈인간이 되지 않는다. 그저 종수의 목에 이빨자국이 생기고, 나만 미친놈 취급 받을 뿐이다. 그렇다.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은 모두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볼 수 허구다. 실제 흡혈인간은 매일 일정량의 피를
섭취해야할 뿐이지 그 외에는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고 보면 인간들의 상상은 참 풍부한 거 같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짐승같이 날카로운 송곳니와 박쥐의 날개를 달아줬다. 몸에 좋은 마늘도 못 먹게 하고,
십자가를 이용해 종교의 자유도 빼앗아 갔다. 참고로 나는 밥을 먹을 때 은수저를 쓴다.
어쨌든 그런 인간들의 공포를 자극시키는 상상 때문에 괜히 흡혈인간들만 이렇게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그나저나 정말로 피가 다 떨어졌을 때는 어떻게 하냐? 산에 가서 사냥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피를 안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어?”
“그건 나도 몰라, 우리 흡혈인간에게 있어서 금혈은 금기사항이거든. 피에 대한 갈증은 꼭 해소해 줘야 한다고 들었어. 실제로도 그렇게 해야만 하고”
“그럼 너는? 조금 먹는데도 문제 아무 없잖아?”
“개인차겠지 뭐, 나도 피는 섭취하고 있잖아 본의 아니게 양을 줄여서 그렇지.”
“너도 참 힘들겠다.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
“나중에 사냥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꼭 도와줘라”
“응, 알았어. 내가 꼭 도와줄게”
“고맙다”
종수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이 그다지 신뢰가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일이 터졌다. 집에 돌아와 보니 지하실창고에 있던 드럼통이 싹 비워져있다. 그나마 남아있던 피가
단 한 방울도 남지 않고 어디론가 증발해버렸다. 일주일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양이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는 당장에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며 민세를 불렀다.
“야! 김민세!! 이리 와 바”
“어? 왜, 왜?”
방안에서 민세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왜냐고?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 빨리 나와 봐”
민세가 조심조심 걸으며 내 앞에 섰다. 쭈뼛쭈뼛 내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딱 범인의
모습이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지하실에 있는 드럼통은 손대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민세가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너 거기 있던 피 전부 먹었지?”
“미안해 형아, 내가 잘못 했어”
민세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거 같았다.
“잘못했으니까 벌 받아야 되지?”
민세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막상 내 머리는 동생에게 무슨 벌을 줘야할지 몰랐다.
동생을 혼내는 건 전적으로 엄마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망설여졌다.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때렸을까? 잔소리를 했을까?’
“너 벌로 3일 동안 피는 못 먹어, 마시고 싶을 때 꾹 참고 물 마셔. 그리고 먹고 싶어도 이제 없어서 못 먹어. 형이 어떻게든 구해올 거지만 그때까지 먹으면 안 돼 피 마시고 싶다고 투정도 부리면 안 되고, 알겠지?”
무심코 말을 내뱉었다. 그냥 그 정도의 벌이 좋을 거 같았다. 그리고 정말로 피가 없었다.
“응”
“그럼 이제 화장실가서 눈물 닦고, 세수해”
민세는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화장실로 향했다.
“아~”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확실히 동생을 혼내는 건 힘들다. 나이차이도 꽤 나서 다루기가
더 어려운 거 같다. 그나저나 정말 사냥을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헌혈차를 테러할까? 답답한 상황에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내일이 주말이라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다. 근데 정말로 자신 있냐? 아빠 따라서 낚시는 해봤지만 진짜로 사냥해 본 적은 없어”
주말에 집에 놀러 온, 아니 사냥을 도와주러 온 종수가 말했다. 물론 나 역시 사냥 같은 거 해본적도
구경한 적도 없었다. 달리 방법이 없어서 하는 거뿐이었다.
“일단 이거라도 해봐야지”
난 종수에게 밤새 만든 덫을 보여주며 말했다. 인터넷을 뒤지며 찾아낸 덫 만드는 방법을 보며 어설프게
흉내를 내보았지만 역시 어려웠다. 전문가가 아닌데다가, 재료도 턱없이 부족해서 모양이 많이 엉성했다.
동네 뒷산에 있는 토끼나 다람쥐를 잡기 위해 만들었지만 개미라도 이런 덫에는 걸리지 않을 거 같았다.
“잡히기나 할까?”
종수가 한심스럽다는 듯이 내가 만든 덫을 쳐다봤다. 종수는 내가 만든 덫을 손으로 더듬더듬 거리더니
영 아닌 모양인지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간단하게 새총이나 만들 걸 그랬나?”
“맞추지도 못 할 걸? 차라리 잠자리채를 가져가지 그러냐? 아니면 비비탄 총도 괜찮고, 뭘 해도 이 엉성한 덫보다는 나을 거 같은데? 이걸로 잡을 수나 있겠냐?”
“응, 그래?”
옆에서 종수가 계속 깐족거리는 게 거슬렸다. 덫 만드는 건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 핀잔만 주고 있다.
그래도 도와줄 사람이 종수밖에 없으니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할 수도 없었다.
“근데 얼마나 잡아야 돼?”
“나도 잘 몰라, 동물마다 피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니까, 마음 같아서는 그냥 한 마리라도 잡혔으면 좋겠다.”
“민세는?”
“어제 혼 좀 냈더니 나를 피하는 거 같아, 아침 먹고 방에 들어가서는 나오질 않네.”
“어린애를 잡고 싶냐? 너랑 10살이 넘게 차이난다.”
종수가 손가락을 쫙 펴 보이며 나를 꾸짖었다.
“몰라, 사냥이나 빨리 가자”
“근데 이거 불법 아냐?”
종수의 갑작스런 의문에 놀랐지만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헌혈차 터는 것보단 낫잖아”
괜히 사냥하러 나가서 헛물만 캤다. 날이 저물도록 쥐새끼 한 마리 잡지 못한 나와 종수는 투덜거리며
산길을 내려왔다. 애시 당초 종수랑 같이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덫이 그 모양이니까 잡지를 못하지”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종수가 자꾸 시비를 걸었다.
“너도 도와준다면서 한 건 하나도 없잖아, 그런 잔소리는 도와주고 나서 하라고”
“덫 이리 줘봐, 내가 한 번 설치해볼게”
“됐어!”
내가 거절하자 종수가 내가 들고 있던 덫을 두 손으로 덥석 잡아당겼다.
“아, 놓으라고!!”
내가 한 건 그저 종수를 뿌리치기 위해 살짝 팔을 휘두른 거뿐이었다. 물론 종수가 짜증나게 해서
기분은 상해있었지만 종수를 어떻게 하기위한 악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종수는 내가 슬쩍
휘두른 팔에 맞고는 산길 아래로 털썩하고 떨어졌다.
“조, 종수야!!”
내려가서 종수는 불러봤지만 종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려했지만 인적이 아주 드믄
산이라 아무도 없었다. 그 때 내 추악한 두 눈동자에 그것이 보였다. 종수의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끈적거리며 붉은 액체가보였다. 아주 달콤할 거 같은 피.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잠깐 미친 모양이다. 의식이 없더라도 당장에 병원에 데려 갔어야하는 건데,
근데 종수는 지금 우리 집 지하실에 놓여있다. 게다가 나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종수를 지하실에
옮겨놓으려고 별짓을 다했다. 더럽고 추악하다. 거기에다가 나는 처음으로 우리 집이 인가에서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젠장”
머리가 지끈거리고, 토가 나올 거 같았다. 입술은 바짝바짝 마르고 손끝이 저려왔다.
마치 내가 아닌 기분이었다.
‘지금이라도 병원에 갈까?’
순간 지하실 어딘가에 있던 녀석이 내게 속삭였다.
“아깝잖아, 안 아까워?”
“도대체 뭐가 아깝다는 거야! 이 미친 새끼야!!!”
주먹으로 있는 힘껏 지하실에 걸려있던 거울을 쳤다. 거울은 산산조각이 난 채 공중에서 흩뿌려졌다.
거울 속에 비치는 악마 같은 내 모습도 산산조각 났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잠들고 싶었다.
나는 지하실 차가운 바닥에 종수의 시신을 둔 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지하실 문을 잠갔다.
“딩동~ 딩동~”
한참 곯아떨어져 있는데 현관벨 소리가 울렸다.
“민세야, 나가서 문 좀 열어봐”
“딩동~ 딩동~”
순간 머릿속에 종수의 시체가 떠올랐다.
“이런 젠장!!”
화들짝 놀란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집에 찾아온 게 경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리나케 현관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는 누군지 확인했다.
“누구세요?”
“관리자인데 잠깐 문 좀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왠지 경찰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은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젊은 남자가 서있었다.
그 남자는 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나를 보더니 표정을 찡그렸다.
“너, 이 미친 뱀파이어새끼!”
그는 다짜고짜 내 목을 움켜쥐더니 나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리고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나 놀랐다. 무엇보다 그가 내 정체를 알고 있었다.
“누, 누구야 당신!! 정체가 뭐야?”
내가 묻자 그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나? 말했잖아, 관리자. 그러는 넌 뭐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는 넘어져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지하실로 곧장 끌고 갔다. 그리고는 지하실 문을 발로차서
부수더니 나를 그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먹어”
“뭐, 뭐를”
“거기 누워있는 거, 먹으려고 잡은 거 아니야?”
그는 손가락으로 종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먹으려고 잡다니!!”
당황한 나는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그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러면 어제 병원으로 안 가고 왜 여기 둔거야? 혼자서 몰래 먹으려고 가져온 거 아냐? 이번 일은 봐줄 테니까 빨리 그 놈 피를 먹기나 해. 나 역시 네가 네 부모처럼 인간들에게 탄로 나면 곤란해지니까, 뭐해? 안 먹고 더 늦기 전에 빨리 먹어”
그가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탄로나? 그리고 늦기 전에 라니.
“너 금기를 깬지 얼마나 된 거야?”
“무슨 소리야?”
“뭐야? 모르는 거야? 자, 이걸로 네 얼굴을 좀 보라고”
그는 내게 거울을 던져줬다. 거울을 받아든 나는 거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맹수처럼 날카로운
송곳니와 붉은 눈동자,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
내 모습은 영화에서나 보던 뱀파이어의 모습처럼 변해있었다.
“어서 피를 먹어, 더 이상 변하고 싶지 않으면”
“싫어!!”
“그러면 내가 먹여주지!”
그는 품에서 칼을 꺼내, 종수의 복부를 뜯어냈다. 그러자 피가 꿀럭꿀럭 나왔다.
그는 그런 피를 한 주먹 쥐더니 내 입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 온몸에서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입가를 타고 흐르는 종수의 피를 손으로 훔쳐내 다시 입으로 밀어 넣었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환상적인 맛이었다.
“오, 회복이 빠른 체질인가 보네,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군.”
그가 내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시 거울을 보자 조금씩 내 모습이 다시 인간처럼 변하고 있었다.
“이제 알겠지? 뱀파이어들이 피를 먹는 이유, 인간처럼 살기 위해 먹을 수밖에 없는 거야 안 먹으면 변해버리 거든. 정신도 육체도. 그나저나 이 시체는 내가, 크악!!!!”
그가 말을 하던 중에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그의 뒤에서 무언가가 그의 복부를 관통해
튀어나와 있었다. 손이었는데 인간의 손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가 무릎을 꿇고 풀썩 쓰러지고
그의 뒤에 있던 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정말 괴물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생명체였다.
순간 그 괴물이 겁에 질린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형, 혼자 뭐 먹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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