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국인 투수 개리 글로버(32)가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글로버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팀을 위해 자신을 버렸다. 희생으로 우승에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를 김감독이 높이 산 것이다.
글로버는 20일 4차전에 앞서 "5차전부터는 팀이 필요할 때 불펜에서 대기하겠다. 3차전에서 83개를 던졌는데 전력 투구는 40개 정도였다. 문제 없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7일 쉰 뒤 등판한 3차전에서 선발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19일 열린 3차전에서 글로버는 4⅔이닝동안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3회 이후 제구가 급격히 흔들려 볼넷 4개를 내줬고 5회 2사에서 강판했다. 김현수 SK 통역은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에 어깨부터 팔까지 얼어 공이 자꾸만 높게 들어갔다"고 전했다.
글로버는 "중간 계투를 많이 쓰게 해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SK가 '내일이 없는 경기'를 치르는 상황에서 7차전 선발 등판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의 불펜 자원 요청을 들은 김성근 감독은 "용병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렇게 착한 선수는 처음이다. 지금 같으면 무조건 재계약해야 하는 선수 아니겠느냐"며 흡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