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선거, 뭔가 이상하다
우리얼찾기국민운동본부가 18일서울 세종문화회관앞거리에서 마련한 대한민국의 얼을 살려줄 얼짱 대통령조건을 묻는 투표에서 시민들이 도덕성, 교육, 역사의식 등의 항목에 투표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email protected] |
대진표 미정… TV토론 실종… 공약이 엇비슷…
① 단일화 확정 안돼 후보 검증·판단시간 부족
② 2007년엔 합동·후보자별 TV토론 50여회
③ 준비부족·베끼기로 공약 70%가 대동소이
18대 대선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국제 정세 급변과 경제 상황 악화라는 거친 파고 속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갈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는 중차대한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담긴 간단찮은 의미와 달리 이번 대선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역대 최악의 이상한 선거"라는 악평이 주조를 이룬다.
먼저 대선을 불과 30일 앞둔 상황인데도 아직 대진표마저 확정되지 않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간 야권 후보 단일화의 향배가 정해지지 않은 탓에 유권자들은 아직도 여야간 대결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도 모르고 있다. 대선 본선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만이 올라가 있을 뿐이다.
야권의 두 후보가 단일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선거를 목전에 두고도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유권자들로부터 후보를 검증하고 판단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정치권의 인위적 후보자 조정이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권 마저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럴 바엔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제도적 대안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에는 TV토론도 없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는 모두 83차례의 합동 또는 후보자 별 TV토론이 실시됐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선 언론사나 개별단체 주최 TV토론 등을 합하면 약 50차례가 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요 세 후보가 등장한 TV토론은 물론이고 개별 토론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변수에다 세 후보의 눈치보기가 더해진 결과다. 세 후보가 말로는 소통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일방통행식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세 후보간의 정책 동조화 현상도 뚜렷하다. 세 후보 공히 경제민주화를 간판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대기업 규제와 복지 확대 등에서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핵심 병통으로 떠오르다 보니 그리 된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시류에 편승한 결과라는 지적도 엄존한다. 여기에 부랴부랴 대선 전에 뛰어든 후보들의 준비 부족과 공약 베끼기도 한몫을 했다.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세 후보 모두 '남북관계 개선'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도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세부 정책에서 후보 별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들이 세심하게 주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세 후보의 공약은 70%가 대동소이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공약을 베끼는 마당에 차별화된 굵직한 공약을 제시하는 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2002년의 행정수도 이전이나 2007년의 4대강 개발 등 대형 쟁점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이번 대선은 상품을 변별할 어떤 설명이나 계기도 제공하지 않은 채 촉박한 시간 안에 선택을 강요하는 '강매꾼'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email protected]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211/h2012111902360812975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