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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새로 생긴 중국집 사장님 무릎 꿇게 만든 썰
게시물ID : military_249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배웠어요
추천 : 23
조회수 : 208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6/22 13:56:13
1996년 9.18 잠수함 침투 사건으로 인해
1전단 정문 바깥 세상 구경을 하지 못하고 10개월 여가 흘렀다.
그 사이 나는 마산함에서 김천함으로 발령이 났고,
뒤를 이어 마산함에서 함께 근무하던 후배 두 명이 김천함으로 왔다.
두 녀석은 마침 대학교 동기이면서 군대 동기이기도 해서
아웅다웅 하면서도 늘 붙어 다녔을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충성심도 남달랐다.

1997년 여름 쯤이었나보다.
3개월 가까운 항해 끝에 입항을 하고 보니 마침 토요일이었다.
BEQ에 가서 밀린 빨래를 해놓고 저녁 때 부서 회식에 가서 마신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기분 좋게 푹 잤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 셋은 황제 같은 점심을 먹자며 시내로 나왔다.
통장엔 3개월 치 월급과 수당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으므로
하루 쯤 신나게 먹어 제껴도 티도 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막상 시내로 나와 보니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촌놈처럼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 발견한 곳은 중국집이었다.
분명 출항하기 전엔 없던 곳인데, 새로 생겼나보다.
우리는 그곳에 들어가 메뉴판을 들여다 봤다.
(원활한 구분과 사실감을 위해 후배들의 실명을 쓰겠다)

보우 : 선배임... 짬뽕 드실랍니까?
나 : 야... 오늘은 짜장, 짬뽕 이런 거 말고 좀 비싼 요리를 먹자
보우 : 그라믄 뭘로 할까예? 탕수육 어떻습니까?
나 : 그럼 넌 탕수육 먹어. 난 양장피
영일 : 뭡니까? 1인당 하나씩입니까?
나 : 어... 1인당 하나씩 먹자
보우 : 선배임 진짜 대단하십니다. ㅎㅎㅎㅎㅎㅎ
나 : 보우는 탕수육, 영일이 넌?
영일 : 그라모 지는 깐풍기 먹을랍니더
보우 : 돈은 누가 냅니까?
나 : 당연히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내야지.
보우 : 와... 선배임이 좀 사 주고 그래야지.
나 : 넌 월급 안 받았냐?
보우 : 그래도 선배가 되 가 후배한테 좀 사주는 맛도 있고 그래야 안 됩니꺼?
나 : 그럼 네건 내가 사 줄게. 넌 짜장 먹어.
보우 : 고마 됐심더. 제가 알아서 먹겠심더.
나 : 넌 임마. 영일이를 본받아야 돼. 영일이 봐봐. 당연히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내겠다는 저 각오.
영일 : 당연한거 아입니까? ㅎㅎㅎㅎㅎ
보우 : 됐다 고마.
나 : 뭐 임마?
보우 : 선배임한테 한게 아이고예.
영일 : 내가 뭐?
나 : 야. 닥치고 빨리 시키기나 해.
보우 : 고마 탕수육 할랍니다.
나 : 오케이. 사장님~~~ 여기 양장피 하나, 탕수육 하나, 깐풍기 하나 주세요.
사장님 : .......... 식사는 안 하시구요?
나 : 네. 이게 우리 점심이에요.
사장님 : 네!!! 알겠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요리가 나오고
우리는 서로의 것을 빼앗아 먹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끼리 티격태격하며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중국집 사장님이 죽엽주병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이거 제가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앞에 무릎을 탁!!! 꿇더니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당황한 우리가 말렸지만 사장님은 끝내 우리 셋에게 술을 다 따르고는

"저희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자주 찾아 주십시오. 회식하러 오시면 서비스도 많이 드리겠습니다"

다음날 우리는 배에 가서 그날의 무용담을 늘어놓았고,
그날 이후 그곳은 우리 배의 단골 회식장소가 되었다.

P.S : 작년에 그동네에 갈 일이 있어서 찾아봤더니 문을 닫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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