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작다고 선을 무시하고, 작다고 악을 허용한다
게시물ID : readers_249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3
조회수 : 56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4/29 01:23:27
옵션
  • 창작글

이기적이려 발악했다.

내 일이 편하고자 3자를 기만했고

내 주머니를 깨끗이 하고자

엄한 데 쓰레기 버렸으며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외면했고

구할 수 있는 미물을

씁쓸한 눈동자로 바라만 보았다.

그러면서 남이 바닥에 뱉는 침은 경멸했고

남이 거지나, 아이나, 약한 이에 불친절한 것을 욕했다.

도덕경을 빌려 버릇에 낀 어둠을 헤치고 또 헤쳤지만

배움이 늘지 않아 타락에 더 취약해져 갔다.


나쁜 짓과 죄를 미워하는 감정이 말소된 건 아녔으나

그것은 마음씨 구석에 박혀 먼지가 내린 장식에 불과했고

그간의 정의롭지 못한 탓을 먹고 사는 일이라 핑계 댄다.


통장에 돈이 남기 위해

회사의 꼼수를 익혔으며

자랑이 아닌 폐습에 편협했고

약간 사악한 것이 편리한 걸 인정했고

깨어 있는 자의 온건한 첨언은

그것이 회사의 이익을 침해할 때

신념 없이 메뉴얼로 반박했다, 윗선이 시킨 대로.

그리고 이 글조차 "윗선이 시킨 대로"라 변명한다.


왜냐, 나한텐 행복하게 지켜야 할 가족이 있고

돈을 버는 것이 행복은 아니지만

돈으로 살 수 있어야

좋은 노래CD와 여행티켓과 옷과 음식을 배려해 줄 수 있단 말이오.

나는 내가 배고프고 못 입으면, 남을 위할 수가 없는 소인배요.

뼈를 깎는 희생은 경험치 못한 일개 나약한 자요.

그렇게 핑계를 대버렸다.

 

힘없이 정의만 불태운 자는
그 자신이 재가 되는 고통에 휩싸인다.
부조리를 이기려 했던 나름의 노력이
수포와 배신으로 다가왔을 때

만용의 대가를 잘 알기에

그는 그 불꽃을 자기 이상 전파하지 않으려

검은 밧줄로 후임과 신입 사원을 이끈다.

그도 역시 이 땅에, 이런 회사, 아니

큰 사회의 일부가 된 것이다.


유비여,

작다고 악을 허용하고

작다고 선을 무시해도

군자의 시대는 옛말이 된 거 같소.


이런 제가 싫소, 그런데도

내 안의 꺼지지 않는 등불로

틈틈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따뜻한 단어를 잊지 않기 위함이고

생애 단 한 번은 기회가 올 거 같기에

때가 되면 위선 없이 정직한 노래를

이 썩어 빠진 세상에 크게 부르고자 함이라,

한 방울씩 이슬 모아 목청을 닦는 일일 것이라.

출처 제목은 소열황제의 유언을 인용하였습니다.

제발 몇년 뒤 30대의 나는 좀 더 착해져 있기를 바라면서!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