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학생들에 대한 입단속 논란(관련기사 :'세월호 유언비어 금지'가 학교 안정화 방안 1순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월호에 대한 글을 올린 교사가 징계 위기에 내몰렸다. 한 교사는 교육청에서 구두 주의를 받았고, 또 다른 교사는 정보과 형사가 직접 학교를 방문하는 등 교사를 대상으로 한 사찰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1일 교육부가 보낸 지침을 지난 22일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이첩한 공문. 교육부는 관련 내용에 대해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윤근혁
대구 교육지원청 "제보 들어와... 품위 유지 위반 여부 검토 중"
2일 대구지역의 한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이 교육지원청은 지난 4월 30일 다른 교육기관에 파견 근무 중인 A교사를 소환해 사실문답서를 받는 등 징계 사전 절차에 들어갔다. 이 교육지원청이 문제 삼은 혐의는 최근 A교사가 페이스북에 세월호 관련 글을 올리면서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에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판한 A교사에 대해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면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 본청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 시간에 사적 공간인 SNS에 개인 주장을 적은 사실에 대해 징계를 추진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A교사는 세월호 관련 대통령 탄핵에 대한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원적 학교 교장의 지시에 따라 삭제된 상태다.
이에 대해 A교사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너는 공무원이니 가만히 있으라. 아니오, (저는) 공무원이기 전에 엄마고 사람"이라면서 "법보다 위에 있는 것이 인륜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라서 이 부끄러운 공직사회의 한 구성원이라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라고 항변했다.
이 교육지원청은 A교사가 글을 올린 사실을 "제보자를 통해 알았다"라고만 밝힌 채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어 교사 사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이날 울산시교육청도 권정오 전교조 울산지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SNS에 세월호 관련 비판 글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구두 '주의' 조처를 내린 셈이다. 이런 조처는 지난 4월 29일에 이어 두 번째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국민권익위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지난 4월 28일과 5월 2일, 같은 사람이 두 번의 글을 올려 '권 교사(지부장)가 정치 중립을 위반했다'고 신고했다"라면서 "이에 따라 해당 내용을 권 지부장에게 알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올해 업무를 맡은 뒤 교사의 SNS 글에 대해 민원이 들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뒤 이어지는 교사 고발 제보... 도대체 누가?
이에 대해 현재 파견 휴직 중인 권 지부장은 "이번 일이 세월호 참사 뒤 교육부가 SNS를 통한 유언비어 유포를 금지하도록 지시한 뒤 벌어진 점에 주목한다"라면서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린 이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으며, 인터넷 사찰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갖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지시 공문을 만든 교육부 관계자는 "유언비어 유포 금지는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으며, 교사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없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4월 30일 경기도의 한 고교에서는 이 지역 경찰서 정보팀 소속 형사가 학교를 방문해 교장과 이 학교에 근무하는 B아무개 전교조 지회장을 만나 '세월호 관련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지회장은 "사찰 동향보고를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형사가 중간고사가 끝난 뒤 학생들이 촛불을 들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