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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아버지
게시물ID : readers_249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0
조회수 : 34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30 02: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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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진록 잎 살포시 흔드는

작은 날갯짓의 속삭임 따라

우거진 숲 사이로

몽환적인 약초 냄새 듬뿍 마시며

드리운 안갯속 거니네.


귓가에 청량한 소리 스미고

해륙풍이 코끝에 내려앉으리,

발가락 사이로 온 썰물의 환의가

전신 곳곳 고스란히 퍼진다.


부서지는 포말조차

노래가 되는 생기로운 곳,

홀로 자연과 하나 되는 무대

전설이라 손색없는 해안에서

꿈을 꾼 이, 두 발로 버티다.


맞아, 개구라.

현실이 아님, 설친 꿈.

아버지 따라 아버지가 된 내가

상처 피투성이 모습으로
술도 안 마시는 것이
소주병 까고 있네?

그 느낌은 두려움 아녔을까?
나 말곤 다 괜찮아, 그런 세상에서 도망쳐
세상의 끝이라는
캐리비안 해적 3부 같은 개념의
바다까지 왔는데, 뭔 개꿈인지...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진중히 바뀐다.
상처에 닿게 파도가 흔드니
씻겨 내리는 치유의 억수 맞는 듯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기에
하계의 설원, 백사장 위를
으아~!!! 아아
미친 스펀지밥처럼 전력 질주했다.


두 팔은 해파리인 양

가공의 물결 치며 밤을 유영하네.

달이 뜨고 빛이 있으라, 찰칵.
전지적 시점으로 사진 한 장이 찍히고
어느새 나는 백발 성성한 노인이 돼
병상에 뉘어 있다.

아들아,
내가 아버지를 따라
아버지가 되고
너도 이제 나를 따라
무게를 느끼겠구나.
그려, 힘든 거 다 안다.

(녀석의 침묵, 눈물이 말을 대신한다)

내가 그랬고
너의 할아버지도 그랬으니
아비 품이 그립거든
이곳에 가거라.

(거짓말 같게도 건넨 사진 속에는 멋진 바다가 있다, 전지적 시점의, 맙소사!) 

나는 새우깡 같은 손으로 연필을 꼭 쥐고
구체적인 약도를 그렸으며, 녀석을 다독였다.
그리고 살아온 모든 자취에
주마등 인사를 나눈 후
의식은 완벽히 어둠 속에 잠기고
또 개꿈 같은 바다에 와 있다.

병실 침대가 그대로 옮겨진 채.

대체 이 무슨 전개인가,

그는 사색에 잠긴다.


불씨만 탁탁 튀는

의식 끝 부뚜막에 쉬면

마른 목으로 그 장소 애타게 찾네.


붉게 타들어 가는 황혼녘이

지난 시간의 재 먹고

더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성소를.


상처 피투성이 때 두고 간

기억의 닻 거두어 오라는

유골함 속 내 인생이

고운 가루로 흩어지기 빈다.


한철의 황혼과 떠오르는 달 사이

초록빛으로 일렁인 수평선은

극야의 기적 받아 별나라 비추니

죽어서 별이 되고파

마침 가는 길도 거기 담겨 있소.


폭풍우 가운데

언덕에 핀 꽃잎의 살랑거림이

광속으로 확장되면서

등골이 촉촉이

적셔짐이 느껴짐이

묘했다, 꿈이.


유체이탈?

혹 다른 차원?

어딜 다녀온 거야, 난.

그날 밤, 현실에서 분 바람이

염기가 느껴진다.

출처 분양합니다. dog 드림(dream),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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