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때부터 도박" 26%로 최다… 17% "2000만~4000만원 잃어"
도박 자금 마련 위해 사채 쓰고 뇌기능 저하, 자살 시도 하기도
최근 한 고등학생(17)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도박 중독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찾아왔다. 이 남학생은 상담사에게 "수능도 봐야 하는데 머릿속에는 도박 생각뿐이다.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 학생이 빠진 것은 스마트폰 불법 도박인 일명 '사다리게임'. 홀·짝 중 하나를 선택해 맞히면 돈을 따는 것이다. 본인 인증 없이 이메일 주소, 은행 계좌, 핸드폰 번호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다. 교실에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도박에 열중했다. 돈을 잃자, 친구들로부터 5만원, 10만원씩 빌렸다. 도박 빚이 200만원이 되자 학원비로 빚을 갚고, 학원 갈 시간에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버지의 명품 구두도 몰래 중고 시장에 팔았다. 1년 만에 부모님이 그런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이미 도박으로 진 빚이 1000만원에 달했다. 이 빚은 아버지가 대신 갚았다.
청소년 스마트폰 불법 도박 중독이 심각하다. 국회 교문위 이철규 의원실(자유한국당)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로부터 제출받은 '도박 중독 전문 상담 이용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도박 문제로 이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청소년의 수는 2014년 64명에서 2016년 302명으로 3년 새 4.7배 늘었다. 올해 8월까지도 청소년 283명이 상담 신청을 했다.
상담받은 청소년 47명을 분석해 보니, 불법 도박을 시작한 나이는 고등학교 1학년(만 16세)이 12명(26%)으로 가장 많았다. 중학교 1학년(만 13세) 때 시작했다는 경우도 2명(4%) 있었다. 한 중학교 1년생(13)은 학교가 끝나면 하루에 6시간씩 인터넷에 빠져 있었다. 숙제도 안 하고 온라인 게임에만 몰입했는데, 알고보니 카지노 바카라를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즐기며 200만원을 잃었다. 부모가 아이와 상담센터를 찾았지만 어린 나이에 중독으로 뇌 기능이 떨어진 상태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도박으로 잃은 돈은 1000만~2000만원(36%)이라는 청소년이 가장 많았고, 최대 2000만~4000만원(17%)을 잃었다는 응답까지도 나왔다. 청소년들이 도박으로 잃은 돈은 평균 1100만원, 47명을 모두 합하면 4억7000만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