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난 가만히 멈춰 선 채,
바람이 아무리 손을 잡아 끌어도 가지 않고
잠시나마 우산을 펴며 내 기숙사를 바라보았습니다.
창문 너머로 비쳐보이는 소파와 반쯤 타들어가는 벽난로,
오래되어 이리저리 이끼가 슬어버린 담벼락과 컴퓨터를 하느라 굽어버린 내 목,
옅게 고인 웅덩이에 들어찬 흙먼지를 동공에 가득 집어넣었습니다.
허겁지겁 눈에 들어온 풍경들을 마음에 늘어놓고 있더니
때를 잊고 어젠가 그젠가 내렸던 눈더미가 내 우산에
몸을 집어던졌습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기숙사로 들어갔습니다.
침대에 눕고 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