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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모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게시물ID : humorbest_2501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뜨거운고구마
추천 : 104
조회수 : 7829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10/26 08:21:34
원본글 작성시간 : 2009/10/25 22:54:48



초딩 때였다.

토요일만 되면 아파트단지가 동네 야시장 열린 듯 북적거렸다.

이유는 딱지치기 때문이었다.

동네에서 한 가닥 하는 딱지치기의 지존들이 모여 

박빙의 승부를 겨루는 날이었던 것이다.


이 날만큼은 구슬치기, 공기놀이, 팽이치기, 다방구, 오징어, 얼음땡, 

돈까스, 꽁꼬미, 술래잡기, 말뚝박기, 땅따먹기는 모두 휴무하는 날이었다.

동네 아이들이 딱지치기 경기장 앞에서 번호표 뽑아 기다릴 정도로 

우리동네에선 그만큼 딱지치기가 인기 종목이었고 보유하고 있는 

딱지의 개수는 오빠부대의 회원 수를 의미했다. 

스포츠 종목과 비교해 본다면 딱지치기는 월드컵이었고 나머지는 핸드볼, 

하키, 육상, 펜싱, 카누, 싸이클이었다.

오빠들 웃통 까고서 근육질의 팔을 마구 휘젓는 모습을 보면 소꿉장난하던 

소녀들도 살림 내팽기치고 달려들기 바빴다.



그렇게 콧물을 줄줄 흘리며 '오빠'를 연호 하는 수많은 어린 팬들의 곁엔 

언제나 H군이 있었다. 

소녀들의 환호 속에 위통을 하나씩 벗어 던지며 딱지질을 하는 열정적인 

모습의 H군은 지금의 동방신기 이상의 신비로운 놈이었다.

H군이 힘껏 팔을 휘두를 때마다 입에 물고 있던 쭈쭈바를 사정없이 떨어뜨리는 

소녀들은 삼천 궁녀의 수와 맘먹었고, 급기야 H군이 상대방의 딱지를 넘기고서 

딱지를 번쩍 치켜들며 승리의 세러머니를 해주는 날엔, 앞에서부터 도미노로 

쓰러져 인간도로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열성 팬 중에는 

내가 짝사랑하던 희순이도 껴 있었다. -_-

주로 꽃무늬 스타킹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며 

동네 꼬마들의 가슴을 사정없이 꽁딱거리게 만드는 희순이는,

신이 내린 완벽한 S라인 몸매의 소녀이자 천사, 선녀였다.


그런 그녀는,

초딩들 세계에서,

캔디, 둘리, 로봇태권브이보다 인기가 많았으며..

동네 초딩들이 뽑은 

짝꿍하고 싶은 여자 랭킹 1위,

소꿉놀이하고 싶은 여자 랭킹 1위,

아스케키 해보고 싶은 여자 랭킹 1위였다.



그렇게 현실과 애니매이션과 완구 계를 석권한 초특급스타인 그녀가 

고작 딱지왕인 H군에게 정신이 팔려 쭈쭈바를 떨어뜨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화가 나 전투력이 무한대로 상승했다.

아니, 질투심이 분노를 했다. -_-



방금 전에 동네 놀이터에서 

제 8회 딱지시리즈가 열렸었는데

이번에도 H군이 우승을 했고..

희순이가 그에게 다가가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했던 말이 

악몽처럼 떠오른다.



"오빠. 나 아스케키 한번만 해줘."



그 순수한 소녀가 그런 야동스러운 대사를 내뱉을 정도로

그에게 퐁당 빠져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질투가 났다.




그녀가 내뱉은 그 말은 내 귓가에 회상 연출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캄캄한 암흑으로 만들었다. 




오빠 나 아스케키 한번만 해줘
오빠 나 아스케키 한번만 해줘
오빠 나 아스케키 한번만 해줘
오빠 나 아스케키 한번만 해줘
오빠 나 아스케키 한번만 해줘
오빠 나 아스케키 한번만 해줘



-_-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빛이 없는 캄캄한 터널에서..

한가지 결심을 했다.

H군의 자리에 오르기로!!



'좋아! 이 바닥에 내 뼈를 묻겠어! -_-!'




나도 다음날부터 딱지 생산에 들어갔다.

친구한테 딱지 접는 법을 배워

대량으로 생산해냈다.


그리고 안방스타디움인 방바닥에 딱지를 깔아놓고

수없이 휘둘러봤다.


그렇게 딱 치면, 팔딱 재주를 넘고 

딱 치면, 죽은 듯 엎드려 있는 것이

꼭 살아있는 햄스터 같았다. 


아무튼..

수많은 연습을 한 다음 딱지 랭킹 5위 권에 맴도는 K군을 홈으로 

불러 비공개 A매치를 열었다.


"가위 바위 보!"


2:1확률에 약한 난 어김없이 딱지를 바닥에 깔았다.



K군: 딱지를 드라이크리닝하고 왔냐? 엄청 쌔삥이구나.

이대리: 오늘 아침 조간 신문 접어왔다. 뜨끈뜨끈해서 잘 넘어갈 거다.

K군: 후후, 세 바퀴를 돌려주마. --+


그의 말에 난 코방귀를 뿌웅 껴댔다.

근데 녀석의 딱지가 내 딱지와 박치기를 하는 순간, 쇼킹한 일이 발생했다.

녀석이 말한 대로 정확히 세 바퀴를 빙글빙글 돌고서 뒤집힌 것이었다.



이대리: 우하핫! 마침 바람이 불어줬구나.


운이었겠지 생각하고는 다음 딱지를 바닥에 깔았다.

녀석은 거만한 자세로 준비자세를 취하면서 외쳤다. 


K군: 리플레이.

이대리: 미칠넘! -_- 


순간, 딱소리와 함께

내 딱지가 공중에서 세바퀴를 빙글빙글 돌더니 뒤집혀졌다.

우연의 일치겠지..라고 생각하고는 다음 딱지를 바닥에 깔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세 바퀴를 빙글빙글 돌고서는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차례의 기회도 주지 않고서

녀석은...

내가 들고 온 모든 딱지를 단 한번에 넘겨버렸다.

쓰박!! 죵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_-



다음날.

더 많은 딱지를 만들어 녀석에게 도전을 했다.



K군: 오늘은 뭘로 접어왔냐?

이대리: 형 영어교과서로 접어왔다.

K군: 용병까지 쓰다니. 돈이 튀는군.

이대리: 맘대로 지껄여라. -_-


이번에도 가위바위보에서 져, 먼저 딱지를 깔았다.

녀석은 내 옆에 수북히 쌓인 딱지들을 바라보더니

위통을 벗어 깠다.

그리고는 복날 개 패듯이 딱지들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K군: 헉헉.. 또 남았냐?

이대리: 쓰박! 낼 다시 붙자. -_-;;


나에게 몇 번의 기회가 왔었지만

테크닉 부족으로 단 한 장의 딱지도 못 넘기고 모두 잃고 말았다.

난 그렇게 허무하게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 날, 또 녀석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녀석의 딱지를 단 한 장도 넘길 수가 없었다.

죵나 우습게 봤던 딱지치기였는데

이것도 진정한 테크닉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녀석이 그냥 랭킹 5위에 올라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난 녀석과 붙기만 하면 자랑스럽게도 백전백패였고,

이젠 집에 있던 달력도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다.



결국 교과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빳빳하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 

종이를 최대한 겹치고 겹쳐가며 딱지를 만들었는데

그렇게 딱지 한 장에 들어가는 종이는

무려 10장이었다. -_-


그 딱지들을 들고서 녀석과 계속해서 시합을 해보았지만..

난 K군의 벽을 넘어보지도 못하고 사회교과서부터 산수, 국어, 음악, 

미술 책 등 하나씩 없애버리고 말았다.

학교 갈 때 가방에 든 거라고는 연필, 지우개, 도시락뿐이었다. -_-



그녀를 꼭 쟁취하고 말겠다는 일념 하에

난.. 점점 딱지에 중독 되어갔다.

나중엔 심각한 자재부족으로 헌책 방에 가서 원자재를 수입해 오기까지 했다. 

날마다 헌책 방에 드나들며 열심히 책을 사는 나에게 헌책 방 아저씨는 

아낌없는 후원을 해주셨다.



아저씨: 허허, 고 녀석 열심히 공부하나 보네. 자. 이것도 가져가서 읽어봐.

이대리: --;;



이렇게 용돈까지 투자해가며 딱지치기에 목숨을 걸어봤지만

녀석은 절대 넘을 수 없는 에베르스트 산이었다.

태초에 엄마의 자궁 속에서부터 딱지 치다 태어난 놈 같았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내 혈관을 타고 강렬한 분노가 흘러댔고..

그 분노 게이지가 최고조를 넘어서 

정신적 아노미상태에 빠져버리며 

몸이 용광로 속 쇠처럼 뜨겁게 달궈졌다. 

녀석의 딱지를 천 원어치의 경유라도 구입해서 

모두 활활 태워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겨우 랭킹 5위도 못이기고 여기서 무너질 순 없었다.

아직도 넘어야 할 벽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난 패배를 교훈 삼아 더욱더 열심히 딱지치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희순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악몽같은 대사를 떠올리며...

슬퍼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씩씩하게 달리는 하니나 캔디처럼.



그러던 어느날,

한 때, 동네의 모든 딱지를 휩쓸고서 그 많은 딱지로 

만리장성을 쌓았다는 딱지 계의 신화, 영웅이형을 찾아갔다.

반달사탕 한 박스랑 깐돌이 아이스크림 10개를 싸들고 가서 

영웅이 형 앞에 무릎 꿇고 제자로 받아줄 것을 요구했다.



근데..

거절당했다. -_-



다음날..

싱싱카를 타고 영웅이형네 집으로 달려가

자동차 소유권 이전 등록서를 펼쳐주며 말했다.



이대리: 이 차, 형 가져. -_-


그러자,

영웅이형은 내 싱싱카를 타고 고속 질주하며 말했다.


영웅이형: 마당으로 나와. 


이렇게..

내 보물 1호인 싱싱카를 넘기고

그 형에게 딱지치기의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후회하진 않았다.

내게 있어 순희의 가치는

싱싱카 + 롤러스케이트 + 레고상자 정도였다.

그랬으니 절대 아깝지 않았다. 

그냥 엄마한테 맴매 몇 대 맞으면서

잊어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영웅이형과 함께 마당으로 나가

기본기를 배우게 되었다.

우선 가위바위보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심리학에 대해 가르쳐주었다.


가위바위보를 하기 전에 깍지 낀 손을 비꼬면서 

눈앞으로 치켜들어 그 깍지 낀 주먹 사이에 

비취는 모양을 확인하라고 했다.



절대 그 모양대로 내면 안 된다고 한다. -_-



그리고 가위바위보 도중 상대방이 손을 내미는 동작을 순간적으로 

알아채고는 내 손 모양을 잽싸게 바꿔내야 한다고 한다.

이론이 끝나자, 실습에 들어갔다.



영웅이 형이 빠른 속도로 가위바위보를 번갈아 냈고

난 그 손동작을 빨리 확인하고서 그에 이기는 모양을 

내는 것이었다.

처음엔 무지 어려웠다.

그런데 계속 하다보니 상대방의 손동작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위바위보 10번하면 두 세 번 정도밖에 못 이겼는데

하다보니 내가 이기는 숫자가 늘어났다.



훌륭한 성과였다. -_-



그렇게 가위바위보법을 전수 받은 다음,

딱지 제조법과 자세와 여러 가지 테크닉을 배우게 되었다.



* 제조법

1. 빳빳하고 무겁고 크게 만들 것.

2. 커터 칼로 뒷면을 살짝 긁어서 울퉁불퉁하게 만들 것. 
(바닥과의 마찰이 생겨 잘 안 넘어 감) 

3. 종이를 물에 담궜다 말렸다를 반복할 것. 
(종이가 흐물흐물해지고 아주 가벼워져서 절대 안 넘어감) 


* 가위바위보 스킬

1. 절대 먼저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해선 안 된다.

먼저 하자고 하면 질 확률 99.999%다.

놈이 먼저 말 할 때까지 딱지나 닦고 있어라.


* 탐색전

첫판에선 쫄병 딱지를 내보내 상대방의 전력을 알아낼 것.


* 방어법


두껍게 만든 딱지는 자기 전에 베개 밑에 깔아두고 자서 최대한 납작하게 만들 것.

아니면, 도로에다가 깔아 둔 다음 새벽에 수거해 올 것.

(바닥에 딱 달라붙어 절대 안 넘어감.)


* 공략법

1. 얇은 딱지는 옆 모퉁이를 비스듬히 내리치고 두꺼운 딱지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칠 것.

2. 어깨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스윙을 할 것.

3. 지형과 기후를 잘 이용할 것.

4. 양발은 어깨넓이.

5. 잘 안 넘어갈 것 같은 딱지는 한쪽 발을 딱지에 살며시 올려두고 
밑바닥을 후려 갈길 것. (지렛대 원리) 

6. 내려치는 속도에 의해서 발생되는 공기의 흐름을 이용할 것. (유체역학적 원리) 

7. 내려치는 속도와 인체 각 부분의 근육 수축을 조화시킬 것. (인체 공학적 원리)

8. 지형 상 딱지 모서리 한 곳이 살짝 올라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 올라와 있는 모서리를 노릴 것. (칼치기)

9. 딱지의 무게중심을 파악하고 어디를 맞춰야 튕겨오를까를 먼저 계산할 것. (수학적 원리)

10. 공격용 딱지는 반드시 코팅을 할 것.


마지막으로...

남의 딱지를 싹쓸이했다고 해서 절대 거만해지지 말고

겸손한 맘으로 훈련을 매일 반복 할 것!


이렇게 훌륭한 테그틱과 노하우를 머릿속에, 몸속에 다운 받고서

집으로 돌아와 이 시대 최고의 드림팀을 만들기 위해

딱지 생산에 들어갔다.



형 동아전과에서 찍~! 

엄마 가계부에서 찍~! 

누나 방에 있는 여성잡지책 찍~! 

옆 집 스포츠 신문 찍~! 



이 종이들을 물에 적셨다 말렸다를 반복하고

지나가는 자동차 타이어에 여러 번 깔리게 하고선

칼로 긁어 울퉁불퉁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드디어!!!

공포의 외인딱지구단이 탄생한 것이었다.

으하하하!!!! -_-


이 딱지들로 며칠동안 밤을 새가며 훈련을 했다.

들판에서도..

학교 운동장에서도...

마당에서도...

콘크리트 바닥에서도...


바람 부는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태풍이 강타하는 날에도.....



그렇게 피나는 노력 끝에..

어느덧 난.. 

딱지 계의 고수가 되어 있었다. -_-


내가 때려 안 넘어가면 그건 딱지가 아니었다. 

내가 때리면 딱지 옆에서 등이 뒤집혀 바둥바둥대고 있는 바퀴벌레도 함께 넘어갔다.

바퀴벌레도 놀라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바퀴벌레: 형님! 제가 지난겨울 스노우타이어로 바퀴 갈아 끼우려다 뒤집어져서 
6개월만에 원상태로 돌아온 겁니다. 저에게 새 삶의 기회를 준 형님. 
이 은혜를 24개월 할부로 꼭 갚아드리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이대리: 잠깐. -_-

바퀴벌레: 왜, 왜요?

이대리: 날아가라. -_-



바퀴벌레 옆으로 딱지를 있는 힘껏 휘둘러 쳤다.

딱지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가공할 수 없는 커다란 

공기회오리가 발생했고 그 회오리바람으로 바퀴벌레는 

벌과 함께 저 하늘 멀리 훨훨 날아갔다.



좀만 기다려라. H군. 

너도 바람과 함께 날려주마.

뿌득.. -_-



다음날.

우리동네 뒷뜰로 K군을 초대했다.

호주머니에 딱지를 뽈록하게 넣고 똥배를 내밀고 있는 

여전히 건방진 녀석의 자태에 뽀샤시한 대사를 날려주었다.



이대리: 오늘 네넘의 딱지를 싹 쓸어서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쌓아주겠다.

K군: 겁을 일시불로 상실한 새끼! 그 동안 싸가지를 단군 왕릉으로 쌓아왔구나. 

이대리: (``_)(`_`)(_``)  (딴청 피우는 중)

K군: 뭐 하는 짓이냐. 엄마라도 찾냐?

이대리: (``_)(`_`)(_``) 

K군: 가위바위보 안 하냐!

이대리: 하자. -_-



가위바위보!!!




내가 이겼다. -_-

영웅이 형이 말한 그 확률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흠..



바닥에 깔린 딱지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저 멀리 외딴 곳을 가리켰다. ( -_-+) =☞


K군: 뭐냐?

이대리: 저쪽으로 떨어뜨려 주겠다. -_-

K군: 븅! 딱지 잃었다고 정신도 잃었구나.

이대리: 맘이 바꼈다. 네 녀석의 발등 위로 올려주겠다. -_-

K군: 지금 웃기는 거냐? 걀걀걀... 죤니 웃기네? 부처도 돌아앉아 웃겠는걸?



녀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딱지를 휘둘러 쳤고

녀석의 딱지는 체조선수가 마루운동에서 재주넘기를 하듯.

빙글빙글 요란하게 돌더니 반대편으로 뒤집혀서

정확히 녀석의 발 등 위로 떨어졌다.


이대리: 후후.. 어떠냐. -_-

K군: 어쭈? 제법 늘었군. 어디 이 딱지도 한번 해 보시지.



녀석이 바닥에 휙 던진 딱지의 크기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거대한 벽지로 접어왔는지 딱지 크기가 장기판 만했다.


이대리: 이번엔 내 발등 위로 올려보겠다. -_-

K군: 겨우 하나 넘겼다고 기고만장해졌군.

이대리: 맘대로 씨부려라. -_-



그 커다란 딱지 옆으로 왼쪽 발을 바짝 붙인 다음 칼 치기 자세로 들어갔다.

내 딱지는 코팅이 된 딱지라 날카롭기 때문에 아무리 얇아도 

파고 들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넘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순간, 저 멀리서 낙엽을 쓸고 오는 바람이 보였다.

그 바람이 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 다음..

나이스 타이밍에 맞춰 녀석의 딱지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자 녀석의 딱지는 하늘로 백덤블링을 하더니

정확히 뒤집혀서 내 발등 위로

헤드스핀을 하며 착지했다.

난이도 9.9, 예술 10의 동작이었다. -_-



녀석은 이번에 양면 딱지를 바닥에 깔았고

난 강스파이크로 부친개 뒤집듯, 속시원하게 뒤집어 버렸다.

녀석은 계속해서 딱지를 바닥에 까느라 정신이 없었고..

난 백어택에 A속공에 스카이 후려치기 공법으로 

녀석의 모든 딱지를 뒤집어 버렸다.

이렇게 녀석의 딱지가 다 사라지자 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이대리: 인상 펴라. 뻔데기 먹고 싶어진다.

K군: 훌륭한 개새끼! 내일 다시 붙자.

이대리: 언제든지. 콜이다. -_-



녀석은 축 처진 어깨로 돌아섰고..

다음 날 뾰족뾰족 튀어나온 마대자루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타났다.




이대리: 그 마대자루는 뭐냐? -_-

K군: 학교 폐품 수거장에서 밤새면서 만들어 온 딱지들이다.

이대리: 인해전술이냐?

K군: 좆대로 씨부려라.



난 드림팀 7명으로 수많은 딱지들을 상대했다.

체력전에 밀려 몇 장을 빼앗기긴 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텨서 그 수많은 딱지들을 따먹어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허탈한 표정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대리: 이거 들고 가기 힘들다. 택배로 부쳐라. -_-

K군: 사랑스런 개새끼! 많이 늘었군. 내일은 우리동네에서 함 붙자. 

이대리: 차 팔았다. 너가 와라. -_-

K: 죠까~! 이번엔 너가 와.

이대리: 좋다. 이 딱지들 가져가서 
길 깔아두고 있어라. -_-

K: 븅!



딱지치기는 어깨관리가 생명인데..

이 날, 팔을 많이 휘둘렀더니 팔이 빠질 것만 같았다.

앞으로도 넘겨야 할 딱지들이 수 천장은 되기에 어깨를 잘 관리해야 했다.

어깨부상으로 2군으로 추락해야 하는 투수들처럼 

이 세계에서도 어깨에 무리가 가면 딱지인생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잠자기 전에..

어깨에 얼음찜질을 하고서 파스를 붙이고 잤다. 

팔이 너무 아파 잠을 여러 번 깨기도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통을 참아냈다. 



다음날.

이번엔 내가 원정 가는 날이었다. 

기온 차는 없지만 지형이 틀리고 동네 분위기가 틀리기 때문에 

시합 한 시간 전에 가서 몸을 풀며 현지적응 훈련을 해야했다.

딱지치기 전용구장인 동네 놀이터에 한 시간 일찍 나가 몸을 풀었다.

흙이 많아 좀 걱정되긴 했지만 그 동안 이런 지형에서도 많은 연습을 

했기에 두렵지 않았다.


팍~! 팍~! 팍~! ミ(` Д ′)ノ 


이렇게 악착같이 훈련을 하고 있는데

녀석이 미끄럼틀 옆으로 몸을 나타내며 물었다.



K군: 뭐 하는 거냐.

이대리: 현지 적응 훈련 중이다.

K군: 집념이 대단하구나. 승부욕 염색체'라도 유전 받았냐?

이대리: 닥쳐라. 

K군: 갑작스레 딱지 계로 로그인 한 이유나 좀 알고 싶다.

이대리: 묻지 마라. 괴롭다. -_-

K군: 같은 사나이의 일원으로서 알고 싶다. 읊어다오. 

이대리: 음.. 한 여자를 위해서다. -_-

K군: 대체 그 뇬이 누구길래 그 정도로 오기를 부리는 것이냐?

이대리: 그 뇬이라고? 주둥아리 함부러 휘두르지 마라. 죽탱이 날아가기 전에. 
어서 깔아라. -_-

K군: 멋지게 개 같을 새끼. 여자에게 정신팔려 학업을 중단하고 딱지계로 들어서다니.
이해 할 수 없구나.

이대리: -_-


이번엔 원정경기인 만큼 쉽게 승부가 나질 않았다.

녀석의 불타오르는 투지에 나도 최선을 다해 있는 힘껏

팔을 휘둘러야 했다.


그렇게 악을 써가며 온 몸을 날려 대자

태양이 저물 무렵쯤..

녀석에게 있던 딱지는 어느새..

내 쪽으로 모두 병력이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실력을 인정하겠다는 듯..

녀석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K군: 내가졌다. (__)

이대리: 일어나라. 보기 흉하다. -_-

K군: 오늘부터 널 존경하기로 했다.
한 여자를 향한 너의 그 불타오르는 
사랑과  집념을 말이다.

이대리: 후우~.
나중에 은하놀이터에서 요구르트나 한 잔 빨자. -_-

K구: 내가 사마. -_-


이렇게 랭킹 5위권인 K군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난..

이번엔 랭킹 4위인 L군을 쓰러뜨리러 찾아갔다.



이대리: 한판 붙자. -_-

L군: 너가 하늘에서 내린 신의 손, 이대리냐?

이대리: 땅에서 올라온 보이지 않는 손이다. -_-

L군: 짜식,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구나. 

이대리: 범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지? -_-

L군: 훗, 랭킹 5위와 4위의 차이점을 낱낱이 공개해주겠다.

이대리: -_-

L군: -_-

이대리: -_-;

L군: -_-;

이대리: -_-;;

L군: 뭐 할 말없냐? -_-;

이대리: 없다. -_-;;

L군: 씨바! 가위바위보 하자. 

이대리: 좋다. -_-




가위바위보!



당근 내가 이겼다. 후후.. -_-



녀석이 바닥에 깔은 딱지의 종류는...

아이큐 챔프였다.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날렸었던 최고의 베스트 만화잡지)

딱지의 무게중심을 재빨리 확인하고는 한쪽을 노려 정확하게 날려버렸다.

그러나 공기의 저항을 계산 못 해...

한바퀴 반을 돌고서 다시 앞면으로 깔리게 되었다. 

그러자 L군이 자신의 딱지를 들어올리며 씨부렸다.



L군: 좀만한 시키! 코딱지로 접어왔냐? 드럽구나. 

이대리: 창단 멤버다. -_-

L군: 드러워서 빨리 끝내주마.



녀석이 힘껏 휘두르자 내 딱지는 바람개비처럼

마구 돌더니 뒤집혀지면서 떨어졌다.



-_-



L군: 봤냐. 이것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차이점이다. 

이대리: 아직 안 끝났다. -_-



다음 딱지를 깔았다.

그러자 이번에도 한번에 넘기고 마는 L군이었다.



L군: 함부로 어깨 질 못하고 다니게 만들어주마. 어서 깔아라.



이번엔 수많은 담금질로 가장 안정된 수비벽을 자랑하는

방어용 딱지를 바닥에 깔았다.

만약 이거마저 무너지고 만다면..

나에게 승산은 없었다. -_-



그러나 다행히도..

녀석은 그 딱지를 넘기지 못했고 난..

녀석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한번에 

모든 딱지를 올인시켜버렸다.



이대리: 헉헉.. 메이저리그도 별거 아니군. -_-

L군: 헉헉헉.... 가끔 기적이 일어날 때도 있는 거다. 낼 다시 붙자. 헉헉헉.... 


난..

비닐봉지에 딱지를 가득채우고선 도로에 수북히 쌓인 

낙엽들을 바스락바스락 밟아가며 그 곳을 떠났다.

그렇게 집에 들어와서 녀석의 딱지들을 풀러...

만화책을 읽었다. 

내가 죵나 좋아하는 만화였다. -_-




다음날.

이번에도 팽팽한 경기가 펼쳐졌지만....

나의 기본기와 체력과 테크닉과 투지로 인해..

녀석의 장군급 딱지들을 모두 싹쓸이 할 수 있었다.

모두 아이큐챔프 만화책이었다.



이대리: 내일도 뒷 내용 접어와라. 뒷 내용이 궁금하다. -_-

L군: 후훗! 지나가던 개 배꼽 빠지겠군. 다음 편은 영원히 못 볼 거다.



난 다음날도 마찬가지로 녀석의 딱지를 모두 따먹어버렸고

그렇게 1주일정도 따먹다 보니까 만화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_-

그렇게 얼마 못 가 녀석은 더 이상 딱지 접을 만화책이 없다며

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L군: 정말 대단한 놈이구나. 너의 실력의 근원지는 어디냐?

이대리: 나의 가슴이다. -_-

L군: 가슴이라고? 무슨 뜻이냐?

이대리: 한 여자를 사랑하는 불타는 열정이다. -_-

L군: 불타는 열정이 이토록 실력을 향상시키다니. 
그정도의 열정이라면 얼음공장도 불태우겠구나.

이대리: -_-

L군: 그 사랑. 영원히 식지 않길 바란다.

이대리: 고맙다. -_-



이번엔 랭킹 3위를 건너뛰어 랭킹 2위인 B군을 찾아가

어느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시합을 펼쳤다.

이번에 만난 B군은 철저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강적이었다.

죵나 후려치고 후려쳐도 녀석의 딱지는 끄덕하질 않았다.

그 동안 내가 때려왔던 딱지들은 모두 공중 레이저쇼를 보이며 

떨어졌는데, 이놈의 딱지는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뭔가 수상해서 녀석의 딱지를 손으로 들어보았다.

쓰박!

밑바닥에 풍선껌 세 개가 잔뜩 묻혀있었던 것이다.



이대리: 쓰박 색히! -_-

B군: 이것도 전술이다.

이대리: 껌 때. -_-!

B군: 아니꼬우면 너도 붙여라. 

이대리: 드러워서 너랑 안 한다. 

B군: 기권이냐?

이대리: 샤앙! 좋다. 어디 해보자. 이에는 이다. -_-!



근처 문방구에 가서 본드를 사와 딱지 밑바닥에 잔뜩 발랐다.

그렇게 본드를 묻힌 내 딱지는 녀석이 아무리 때리고 지랄발광을 해도 

미세한 떨림조차 없었다.


그렇게 땅바닥에 딱 달라 붙어있는 

딱지를 서로 사정없이 내려치다 보니...

둘 다, 점점 체력이 소모되어 갔고..

어느새 캄캄한 밤이 되어 있었다.



B군: 헉헉.. 끈질긴 새끼! 어디 심봉사 눈 뜰 때까지 해보자고! -_-;;

이대리: 헉헉.. 오브코올스야. 모나리자 눈썹 찾아낼 때까지 해보자고. -_-;;



우린 야간 경기를 위해 가로등 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가로등 불빛을 반사하며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딱지를 허벌나게 후드러 깠다.

꺼질 줄 모르는 번개탄 불같은 열기로 그렇게 후드러까다보니

녀석의 끈적끈적하던 껌은 점도가 떨어지고 있었고..

끝내 아슬아슬하게 뒤집혀버리고 말았다.



이대리: 헉헉.. 또 깔아라.

B군: 허억.. 허억... 허억... 


녀석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만...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B군: 허억.. 허억... 내가졌다.
너의 이름이나 알고싶구나.

이대리: 그냥... 한 떨기의 장미와도 같은 소녀를 사랑하는 
딱지 계의 풍운아로 알고 있어라. -_-;;

B군: 허억.. 허억... 그 소녀가 누군지 알려 줄 순 없는 건가.

이대리: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마라. 정 궁금하면 9회 딱지시리즈가 열리는 날에
구경 와라. 그녀를 목 위에 올려 줄 테니. -_-

B군: 이름만이라도...

이대리: 희순이의 이름이 너의 입가에 오르락내리락 하는것 조차 
그녀에 대한 모욕이다. 말해 줄 수 없으니 묻지마라. -_-

B군: ... -_-

이대리: -_-;

B군: .... -_-

이대리: -_-a

B군: 잠깐...

이대리: -_-

B군: 이 딱지는 내가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보낼 편지로 접은 것이다.
미안하지만 다른 딱지로 대신 가져가면 안 되겠냐.

이대리: -_-;;

B군: 너의 그 열렬한 해바라기 같은 마음에 감동해
나도.. 그녀에게 꼭 이 편지를 전해줘서 그녀를 얻고 싶다.

이대리: -_-;;;

B군: 나도 이 세계의 원칙은 안다.
잃은 딱지에 미련을 두면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그 편지를 전해주지 않으면.. 
세 발 자전거 타고 도로로 질주할 것만 같아서 그러는 거다. 

이대리: -_-;;;;



한줄기 섬광과도 같은 콧물 한줄기를 줄줄 흘려대며

무릎꿇고 애원하는 녀석의 모습에 

난 힘들게 따먹은 그 댑빵 딱지를 포기해야 했다.

나도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녀석의 무릎 앞에 딱지를 던져주었다.



이대리: 사랑은 순수한 것이다.
그 순수한 마음이 꼭 전해지길 바란다. -_-

B군: 고맙다. ㅠ_ㅠ



B군을 쓰러뜨리고 집으로 돌아온 난..

벽에 걸린 유치원사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느 넓은 잔디밭.

엄마와 간식을 먹고있는 내 모습 뒤로, 동그란 끈 모자를 쓰고서

엄마와 함께 율동을 하고있는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엄마와 마주보며 해맑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개 없는 천사였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한동안 쓰지 않고 구석에 처박아뒀던

일기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일기를 써나갔다.


 



희순아. 

난... 

너와 소꿉장난을 하게되면,

예쁜 집을 꾸며 너에게 선물하고 싶고.


너와 공기놀이를 하게되면

너의 보드랍고 작은 손 등 위에 올려진 

공기알이 되어 너의 손을 잡아보고 싶고.


너와 말뚝박기를 하게되면,

항상 가위바위보에 져서

널 내 등위에 올려 태우고 싶고.


너와 꽁꼬미를 하게되면..

쓰레기통 뒤에 숨어있는 너를 

끝까지 못 본 척 하며 능청을 피우고 싶고.


너와 돈까스를 하게되면..

너의 아기 발 같은 깜찍한 발을

살포시 밟아서 전율을 느끼고 싶고.


너와 땅따먹기를 하게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땅을 모두 너에게 주고 싶고...


너와 얼음땡을 하게되면..

널 얼음하게 만든 다음

너와 영원히 마주보고 싶어.


그런데 난... 

너에게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친구들과 고무줄 놀이하는 너의 

해맑은 모습을 늘 나무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어.


그리고..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하려던 날엔,

너가 한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고

아스케키를 해 달라며 쫄라대고 있었지.


난..

자격이 없는 놈이라는 걸 깨달았어.

그래서, 

그 날 이후로 모든 걸 중단하고..

너에게로 가까이 달려가는 길만 

연구하게 됐지.

그러다가 이렇게 딱지 계로 접어들게 됐어.



첨엔 너무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더라.

너의 그 환한 미소가 날 자꾸만 채찍질 해댔거든.

그래서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 같애.

이제..

너에게 도착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좀만 기다려 줘. 

반드시 딱지시리즈에서 우승을 해서,

너에게.. 

사랑을 고백 할 테니..






-下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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