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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금)내생에 가장 어이없던 이별
게시물ID : humordata_9940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박칼렛
추천 : 5
조회수 : 105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2/07 20:06:59


현재 여자친구도 없고 꿈도 없고 희망도 음지만 음슴체는 쓰지 않겠습니다.

스무살이었던 제가 겪었던 최악의 이별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거스름돈 990원 받은것처럼 뒤끝이 남는군요...



때는 바야흐로 월드컵도 없고 올림픽도 없던 11년 4월...

저는 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법한, 스타일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착한 3살 연상의 여인과 열애중이었지요. 하나 단점이 있다면 장난이 조금 심했습니다.

둘이 장난도 잘 치고 농담도 자주 하고 특히 만우절마다 깜짝 이벤트로

서로의 평균심박수를 20~30정도 급증시키는 장난을 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제 필통에 콘돔을 가득 채워둔다거나(당시 남고생)... 

여자친구 컬러링을 SXX BOMB으로 바꿔둔다거나(당시 성신여대 재학중)

제폰으로 제 친구들에게 '헐 내여친 임신함 ㅈ댐!!'이런 단체문자를 보내거나
(그문자는 저희 부모님께도 전해졌습니다 시발 인생 백섭당할뻔...)

그런 보기에도 흐뭇하고 귀여운 장난들을 치곤 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나 10년 만우절날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불안했던 저는 그 전날 여친을 저희집에서 재웠습니다. 

그날 여친이 쏘우4를 다운받아 즐겁게 감상했거든요...

피와 살점들이 튀길때마다 빙긋이 웃으면서 저를 바라보던 그 눈빛은

마치 베어횽이 작은 갑각류를 바라보는 눈빛과 같았습니다.

.....전율? 그런 느낌을 전율이라고 해야 하나요? 

여친의 키는 152cm였습니다. 저는 177cm고요.

저는 저보다 두 뼘 작은 여자에게서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견딜 수 없었던 저는 자는 척을 시작했고, 여친이 부스럭거릴때마다 잠꼬대를 하면서 견제했습니다.

치열한 심리전이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데어데블의 주인공처럼 귓가에 들리는 소리만으로도 주변의 상황을 유추했습니다.

부스럭,

부스럭,

평소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던 소리들이 영상처럼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저는 호흡을 고르고, 공기에 몸을 녹인다는 느낌으로 의식을 집중했습니다.

순간, 긁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제 옆구리를 찔렀습니다. 

이 시1발 걸렸구나 쌍년아 하는 생각과 함께 눈을 떠 봤더니!

저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년은 잠결에 바지속에 손을 집어넣고

엄한 곳을 긁적거리더니 손을 꺼내 제 티셔츠에 닦았습니다....씨발년

어쨌거나,

태어나서 그때만큼 청각을 혹사시킨 적은 없었습니다. 맹세합니다.

...

1초가 1분같던 시간이었죠. 명지대 예비 5번떴을때도 그 정도로 긴장되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섯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눈을 떴습니다.

저는 계속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번엔 제 승리였습니다.

여친은 아직 자고 있었고 저는 여유롭게 일어나서 세수를 마치고 거울 앞에 섰습니다.

잠시 허세를 부리면서 이포즈 저포즈 잡아보다가 매일 바르던 스킨을 땋!!하고 꺼내서

손에 촿!!하고 모은 다음 얼굴에 골고루 발랐습니다.

그러자 청량한 기운과 함께 졷나 상쾌함이 저를 휘감...긴 개뿔 물파스였습니다.

저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싼 채 바닥을 뒹굴었습니다.

눈에도 들어갔는지 눈은 떠지지도 않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뒹굴고 있는데 어디선가 ㅋㅋㅋㅋㅋ하고 쪼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와나 시발

주마등(走馬燈)이란 게 어떤 건지 잘 몰랐었는데 진짜 달리는 말 위에서 지나간 인생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재편집되는 느낌이더군요.

제가 한참동안 발광하자 그제서야 여친년이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저를 화장실로 데려가서 얼굴을 씻겨 주었습니다.

저는 고통으로 인한 정서적 흥분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해서 참았습니다.

여친이 울상을 지으며 사과를 해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제 패배의 이유를 찾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시발.... 제가 세던 숫자가 3724에서 끊겨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눈물을 흘리며 한탄했습니다. 

베란다로 나가서 담배 한개비를 물고 불을 붙이는데 라이터가 갑자기 헬파이어를 뿜어 머리카락을 그슬렸습니다.

순간 순도 높고 짙은 빡이 정수리 근처의 땜빵까지 차올랐습니다.

저는 물던 담배를 내팽개치고는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여친은 씻고 있던지 없더군요..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여친 핸드백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안에 물파스를 가득 따르고 열심히 흔들었죠.. MT에서 벌주를 타는 기분으로요..그리고는 다시 물파스를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용서를 비는 여친을 쿨하게 용서해 준 뒤 같이 집을 나섰습니다.

영화관을 향해서 걷던 도중 여친이 쉬야가 마렵다며 근처 건물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저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면 저는 그 해 크리스마스를 캐빈과 보내지 않았을까요?

5분 후, 화장실에서는 곧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듯한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아

신은 한 인간에게 9옥타브의 고음을 내렸더군요

저는 그때까지도 그 9옥타브의 주인공이 제 여친일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저 인간의 위대함과 한 천재의 탄생을 조용히 감탄하며 지켜보고 있었지요.. 

그리고 이 사실을 여친에게 알리기 위해 기다렸습니다.

10분

20분

30분동안요

여친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해봐도 불통이었습니다

한시간이 지나자 여친은 나왔고

지옥을 보았습니다.



디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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