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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두 분께 알리는 ‘역사의 교훈’
게시물ID : sisa_2502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직업:초딩
추천 : 2
조회수 : 2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20 20:30:11
김상웅 전 독립기념관장님 한겨레 기고글

현재를 살고 미래를 지향하는 인간이 역사를 배우는 것은 교훈을 얻기 위해서다. 동물에겐 과거나 미래가 없다. 현재만 존재한다. 여기서 인간과 동물이 갈린다.

문재인·안철수 두 분은 공히 놓치기 아까운 이 시대의 출중한 인물이다. 그래서 두 분에게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일제 강점기 우당 이회영은 삼한갑족의 재산과 지위를 던져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아무런 자리도 탐하지 않았다. 해방 뒤 환국한 백범 김구는 동지들에게 '머리'가 되려는 쟁두운동(爭頭運動)보다 다리가 되고자 하는 쟁족운동(爭足運動)을 권했다. 그리고 그 길을 묵묵히 걸었다. 우당과 백범이 존경받는 것은 겸양과 쟁족정신 때문이다.

해방공간에서 이승만과 김구가 뜻을 모았다면 미국이 함부로 분단정부를 획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1954년 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조병옥·장택상·김준연 등이 조봉암의 참여를 막지 않고 범야 신당이 되었으면 민주당이 달라지고 이승만의 장기독재도 죽산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60년 4월혁명 뒤 윤보선과 장면이 집권투쟁보다 혁명정신에 충실하며 분당하지 않았으면 박정희가 감히 쿠데타를 기도하지 못했을 것이고, 6월항쟁 뒤 김영삼과 김대중이 후보를 양보했으면 노태우의 5년 집권은 물론 반민주, 살육의 유신·5공이 말끔히 청산되었을 것이다.

우리 현대사는 변환기마다 지도자들이 협력과 양보를 하지 않고 부린 권력욕심 때문에 분단과 백색·카키색 독재를 겪고 국민의 희생과 역사의 퇴보를 거듭해 왔다. 지금 다시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두 분께 바란다. 역사의 감계, 즉 거울에 비춰보고 교훈을 배울 것을 제언한다. 지난날의 지도자들이 시대적 가치나 사명보다 자기·자파의 잇속 때문에 반동세력에게 기회를 주게 되고 그로써 나타난 참담한 결과가 어땠는가를 배웠으면 한다.

정권교체는 당위다. 시대정신이고 국민의 뜻이다. 어떤 명분, 어떤 논리에도 우선한다. 양쪽의 개혁 방향과 정책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차이가 있더라도 정권교체의 당위성에 비하면 하위개념이다. 두 분은 이미 '새정치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두 분이 잘 안다. 99 대 1의 빈부격차,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시대 청년들의 고통,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심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기의 남북관계, 썩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운 국정의 부패, 점점 악화되어가는 한반도 주변 상황, 북한은 독재자의 아들, 남한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국제사회의 낯부끄러운 눈총….

두 분께 간곡하게 바란다. 5년 대통령보다 100년 민족의 지도자가 되는 길을 택하라고. 아무런 조건도 사족도 없이 상대에게 자리를 넘기고 그의 당선을 위해 헌신한다면, 국민은 감동할 것이다. 이승만보다 김구를 더 사랑하듯이 양보한 지도자를 높이 살 것이다. 우리 국민은 권력을 초월한 지도자 한명 정도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본다. 민중은 수양대군보다 매월당 김시습을 더 좋아하지 않던가.

인생은 길지 않다. 권력이나 부귀영화는 순간이다. 역사만이 영원하고 진실만이 살아남는다. 오랜 군부독재와 민간독재에 시달려온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는가. 두 분께 간곡하게 바란다. 권력보다 더 높은 길을 택하라고, 그럴 선택지가 있는 당신들은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올랐음을 아시라고.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포탈 http://m.media.daum.net/media/newsview/2012111920201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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