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약사 표 무서워… 여의도 ‘꼼수’
감기약·소화제 등 가정상비약을 슈퍼 또는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약사법 개정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을 심사했으나 여야 의원 대부분이 통과 반대 입장을 피력한 가운데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겼다. 이 때문에 법안심사소위에서 무기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MB정부 입법안통과 253일 게걸음
이명박 정부에서 정부 입법안의 국회 통과에 평균 253일이 걸렸다는 점은 법안 통과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복지위는 “늦어도 이번 회기가 끝나는 오는 16일까지는 결론을 짓겠다.”고 밝혔으나 여야 의원들이 4·11 총선을 앞두고 6만명 회원을 보유한 약사회의 눈치를 살폈다는 비난을 모면해 보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신문이 복지위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을 취재한 결과 소위는 표결 자체를 피할 개연성이 크다. 복지위 소위 위원 8명 가운데 신상진(새누리당) 소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원희목·윤석용 의원, 민주통합당 박은수·전현희 의원 등 5명이 개정안에 반대했다. 이애주 새누리당 의원과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조건부 찬성이었으며 찬성 입장을 명확히 밝힌 사람은 손숙미 새누리당 의원 한 명 뿐이었다.표결을 한다면 개정안은 부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소위는 국민의 90%가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데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어 가결도, 부결도 아닌 무기 표류를 선택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안전성’은 이날 소위 회의 내내 강조됐다. 박은수 민주당 의원은 “24시간 편의점의 의약판매는 결국 대기업 이윤을 늘리기 위한 상술이다.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 회장 출신인 원희목 새누리당 의원은 “약의 부작용 부분에 대해 정부가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민 편의성” vs “대기업 이윤만”
이에 대해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1500여개 읍·면 지역 중 약국이 없는 곳이 655개에 달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약 접근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안전성과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약사회와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일부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했다.”면서 “국회가 논의만 시작하면 설명할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약사회와 함께 논의한 20개 안전기준을 통과한 약국외 판매 대상 의약품 24개를 공개했다. 해열진통제에는 타이레놀정 500mg, 어린이용타이레놀정 80mg 등 5개 품목, 감기약은 판콜에이내복액, 판피린티정 등 5품목이다. 소화제로는 베아제과립, 까스베아제액, 훼스탈 등 11개 품목, 파스류는 신신파스에이 등이 선정됐다.
강주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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