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이 하나 있습니다.
손 안에 쥐기 좋은 아담한 창문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 손에 올려놓을 때에는 차가울지라도
금새 따뜻해져 내 손을 덥혀주는 그런 유리창이 있습니다.
어느 양치기가 쳐다보던 밤의 하늘도,
외따로 떨어진 소년이 밤새 마음 졸이던 분홍빛 편지지도,
친구와 친구 사이에 둘러맨 어깨와 팔도,
때때로 주린 배를 끌어안고 있자면
밥 챙겨먹어라, 하고 울리는 그리운 목소리도
이 창문 안에 담겨있습니다.
아무리 꽁꽁 싸매봐야 고작 손바닥 하나 벗어나지 못하는
있는 힘 없는 힘 끌어내도 채 하루도 바라볼 수 없고
혹시라도 땅에 떨어뜨렸다간 산산이 부서져 버리는
우리의 심장이, 이 창문 안에 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