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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
게시물ID : readers_250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2
조회수 : 49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5/07 23: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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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마도 미래를 볼 수 없게 된 까만 새였다.

날개를 안쓰럽게 퍼덕거릴 때마다

흑색 깃털이 내장에 묻히고

결국 다신 날지 못하는 것이다.

지상의 중력에 짓눌린 채 힘을 잃어 갔다.

경련은 본능적으로 죽음과 싸우는 모습이었다.

부리가 완전히 뽑혀 있었고

신경에 눈알이 딸려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동안 지켜봤다.

핏방울엔 살려는 의지가 불꽃처럼 달아오른다.

그렇지만, 그런 뜨거운 발악에

되려 영혼이 녹는 것인 양

흐려가는 의식 속에서

어두운 발걸음을 느낄 것이다.

나는 부러진 피해자를 노리며,

도가 지나친 흥분에 사로잡혔다.

하늘의 종에게 안식을,

철거 현장에 폐집기를 가져다 확실히 찍어 죽인다.

"차도로라 계속 밟힐 게 뻔해" 라고 생각했기에, 과감했다.

죽은 새(아니, 내가 죽인 새)를 편의점 봉투에 담아 한강으로 향한다.

맨손이라 깊게 파지 못했지만

강 근처로 갈수록 흙은 부드러웠다.

나는 지옥에 가리라.

출처 작년, 로드킬이 잦은 술골목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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