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일교포 3세 남편과 아이를 두고 있는 일본거주 주부입니다.
제 신랑도 리세양처럼 일본에서 태어났고 학교는 조선학교를 나왔어요
신랑의 경우 집이 넘 멀어서 리세양처럼 중학교부터 한국학교로 진학할 수는 없었지만요.
어눌한 발음, 이상한 한국말, 북한식 표현, 조선학교에 대한 오해등으로
저또한 남편을 처음엔 선입견을 가지고 봤고 대했지만 연예하며 차츰 알게되었고,
그때문에 동포들이 한국인에게 상처받는 일이 종종 있다는걸 알았어요.
개중에는 한국인을 원망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조국이라고 해서 말 배우고 유학갔는데 반쪽빠리는 꺼지라느니, 조선학교 출신이라고 빨갱이라느니. 진절머리난다. 남한사람들 우리에
대해 아는것이 뭐가 있냐"며.
조선학교 다녀서 정말 세뇌된 사람들도 물론있어요. 장군님의 은혜라느니.어쩌니..
하지만 대다수의 조선학교 출신 교포는 바보가 아니예요. 남한도 북한도 객관적으로 보고있어요.
하여튼 전 이런 남편을 두고 있고, 제 아들 또한 리세양과 같은 교포4세가 되기 때문에 리세양이 티비에 나올때부터 유심히 보아왔어요.
남일 같지 않다고 해야하나..
내 가족도 언젠가 한국에 가서 꿈을 이루고 싶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걱정 등 여러 감정이 뒤섞여 그 예쁜 아가씨에 감정이입하며 티비를 보곤 했죠.
열심히 해서 언젠가 교포가 이렇다하고 알려주고, 조국에서 보란듯이 성공해주라고..
친정이 있는 한국에 갈때마다 티비를 보면 꾸준히 리세양이 나오고 있어서 뿌듯했어요.
음악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이었지만 반짝이 아니라 조금씩 나온다는거에 안도했고 걸그룹으로 데뷔했을때도 저까지 행복한 기분이었어요.
아. 가수의 꿈을 이루었구나! 이쁜 아가씨!하며 뿌듯뿌듯했네요.
대박은 아녔지만 좋은 노래다 싶어 자주 들었구요. 하여튼 정말 관심있게 보고 응원해왔어요.
언젠가 한번 리세양이 어릴때 평양가서 공연한 적 있다고 비난 받은적 있었죠?
주책 맞게 sns 찾아서 응원 메세지도 보냈었네요.
꼭 일어나리나 믿었는데, 어제 하루종일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고 슬퍼서.. 아이랑 신랑 안 보는데서 리세양 활동모습이나 뉴스 찾아보고 울었습니다.
이렇게 이쁘고 착한 아이가 이제 꿈을 펼쳐보려는 찰나에..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가슴이 미어지고 울컥울컥 하는데 참느라 혼났습니다.
리세양 어머니와 언니 등 가족 분들 심정은 도대체 어떨까.
나도 이렇게 세상이 무너지는데 저 아이를 보낸 가족은 얼마나 슬플까.
오지랍인거 알지만 가족분들께 위로라도 한마디해야지.. 싶어서
지인 sns통해 언니분께 메시지를 보냈어요. (아는 오빠가 언니분이랑 친구예요.혹시나싶어 sns를 보니 친구등록 되어있더라구요. 교포 사회는 좁아서 한두다리 건너면 왠만하면 다 알고 연결돼요.)
언니분 계정에 동생 리세양이랑 해맑게 웃고 찍은 사진이 있더라구요. 먹먹해졌어요.
그리고 언니분께 "갑자기 미안합니다. 비보 듣고 가만히 있을수 없어 염치없이 이렇게 보내요. 저도 이렇게 슬픈데 가족분들 심정은 오죽하시겠어요.. 감히 힘내란 말은 안 할게요. 리세양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쪽지를 보냈어요.
어젯밤에 잠들기전에 보냈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언니분으로 부터 짧막하게 감사하다고 답장이 와있네요. 새벽 세시에 보내셨더라구요.
참..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어 정신도 없고.. 저 같음 혹여 저런 메시지가 들어와있다 해도 그냥 보고 넘겼을텐데..
세상이 끝난것 같은 기분에 감사는 커녕 모르는 사람 메시지에 괜히 화만나고 그랬을지 모르는데..
정말.. 뭐라고 해야할지... 언니분도 리세양도 이렇게 강한 사람이었구나 싶은게...
어제는 힘내란 말 못했지만..
당분간은 울고 싶은만큼 우시고 슬퍼하시다가
한국에서 절차 다 끝나시면 또 아주 조금 힘내셔서
어쩌면 고향이기도 한 일본으로 리세양 잘 데리고 오셨음 좋겠어요.
먼저 가신 아버지 곁에 리세양 데리고 오시고
한국에 있느라 못 먹고 먹고싶어했던 음식들 먹고, 못 만난 친구들 만나고 했음 좋겠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