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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고통
게시물ID : readers_250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0
조회수 : 3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11 02: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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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변기에 모기가 떠 있다.

날던 놈이 오줌 줄기를 맞은 게라

하물며 그냥 물도 닿으면 비행을 못 하는데

얇은 몸이 독소로 젖으니

놔두면 죽지 않을까 생각했어도

지구의 독보 지성, 만물의 영장이기에

호모 사피엔스, 슬기로운 자, 인간이기에

미물에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동주 왈, 모든 것을 사랑하여도...

변기 속 모기까지 구하겠는가?


나름 생사의 현장인데

생명으로서 존엄도, 죄의식도 없다.

일상적으로 손잡이를 내릴 뿐


노랗던 변기 안이 씻기고 새 물이 차오른다.


근데


소용돌이가 약해질 때

놈은 벽에 착 붙어지게 되다가

물이 차기 전, 기어코 날개를 편 것이다.


당연히 죽지 싶었는데

녀석은 녀석대로 살아,


"간다"


가녀린 자여.


연민이 많은 건 성격상 단점으로 분류되더군.

그러나 보오, 미물 또한 녀석대로 살아가니

그대가 동정을 느껴 괴로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들여다보면 안 아픈 것 없소.

아픈 것과 눈 마주칠 일 마소.


미물조차 알면 알수록

사는 일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고

존귀한 것과 미진한 것의 우열이 없고

앞서 독보 지성 어쩌고 한 거는 미친 소리가 되고

숨도 한숨으로 앓기 시작이다.

남에 위로받지 못하는

유치한 고통을

출처 마이 홈 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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