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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모기가 떠 있다.
날던 놈이 오줌 줄기를 맞은 게라
하물며 그냥 물도 닿으면 비행을 못 하는데
얇은 몸이 독소로 젖으니
놔두면 죽지 않을까 생각했어도
지구의 독보 지성, 만물의 영장이기에
호모 사피엔스, 슬기로운 자, 인간이기에
미물에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동주 왈, 모든 것을 사랑하여도...
변기 속 모기까지 구하겠는가?
나름 생사의 현장인데
생명으로서 존엄도, 죄의식도 없다.
일상적으로 손잡이를 내릴 뿐
노랗던 변기 안이 씻기고 새 물이 차오른다.
근데
소용돌이가 약해질 때
놈은 벽에 착 붙어지게 되다가
물이 차기 전, 기어코 날개를 편 것이다.
당연히 죽지 싶었는데
녀석은 녀석대로 살아,
"간다"
가녀린 자여.
연민이 많은 건 성격상 단점으로 분류되더군.
그러나 보오, 미물 또한 녀석대로 살아가니
그대가 동정을 느껴 괴로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들여다보면 안 아픈 것 없소.
아픈 것과 눈 마주칠 일 마소.
미물조차 알면 알수록
사는 일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고
존귀한 것과 미진한 것의 우열이 없고
앞서 독보 지성 어쩌고 한 거는 미친 소리가 되고
숨도 한숨으로 앓기 시작이다.
남에 위로받지 못하는
유치한 고통을
출처 | 마이 홈 W.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