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크리스티 커(미국) 갤러리들의 무분별한 사진 촬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30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에서 국내 유일의 LPGA 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1라운드에는 평일임에도 수천 명의 갤러리가 몰려왔다.
그러나 유명 스타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갤러리들이 선수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일삼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오초아는 6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 샷을 하려고 어드레스에 들어갔지만 다른 홀로 이동하는 갤러리들 때문에 잠깐 스윙을 멈췄다.
예민한 선수들에게는 아주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
이어진 7번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참다못한 크리스티 커가 한국말로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말하며 직접 통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갤러리들의 행동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그린에서 커가 클럽까지 내팽개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어프로치로 홀을 공략하려는 순간 이동하는 갤러리들이 큰 소리로 떠드는 바람에 뒷땅을 치고 말았다.
커는 인상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6번홀에서 커가 1m도 안되는 짧은 파 퍼트를 하려는 순간 카메라 셔터가 울리면서 퍼트가 빗나갔다.
함께 플레이를 펼친 신지애는 “오늘 예상보다 많은 갤러리가 몰려왔다. 그 가운데 일부 갤러리들이 선수들의 플레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셔터를 눌러대면서 경기에 방해를 받기도 했다. 오초아와 커가 나에게 통제 좀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LPGA 투어에서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위해 갤러리의 휴대전화 또는 디지털 카메라의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회장 내에서는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제대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종종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를 주고 있다.
신지애는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플레이에 방해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 내일부터는 갤러리들이 잘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신신당부했다.
지난 11일 끝난 신한동해오픈에서 최경주는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하다보니 팬들이 너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돌려 말한 뒤 “셔터 소리 때문에 플레이를 빨리 하려다 리듬이 깨져 실수를 하기도 했다”고 아쉬워했다. 골프 인구는 많지만 골프 문화는 아직 정착하지 못한 우리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