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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가 아니라, 범죄자의 유전자를 벌하라
게시물ID : phil_25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킨스
추천 : 0
조회수 : 1016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2/04/11 17:47:37
중대한 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래서 사형이나 장기 징역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라. 유사한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의 갱생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겠지만,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더라도 본심을 숨길 수는 없다. 사람들은 끔찍한 범죄에 대한 보복으로 범죄자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들은 범죄자에게 무거운 형을 선고함으로써 범죄의 희생자나 그 가족들을 '만족'시키길 바란다. 보복이라는 결함 있는 개념이 특히 왜곡되고 혐오스럽게 적용되는 경우는, 인간을 '죄악'에서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다.

보복은 도덕적 원칙으로는 올바를 수 있지만, 인간 행동에 대한 과학적인 관점과는 어긋난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인공 지능 컴퓨터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본다. 우리는 컴퓨터가 오작동을 일으킨다고 해서 컴퓨터를 처벌하지는 않는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 손상된 부분을 찾아내고 수리하는 게 상식이다.

살인자나 강간범은 바로 결함 있는 교육, 혹은 결함 있는 유전자의 탓이 아닌가?
아무리 흉학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일지라도, 원칙적으로는 범죄자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의 생리와 유전, 그리고 환경 조건들을 비난해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그런 결함을 제공한 생리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따지지 않고, 한 사람의 책임을 묻는 법정의 청문회라는 것은 자동차가 고장나서 가지 않는다고 몽둥이로 내리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왜 범죄자 자신이 아니라 범죄에 이르게 된 생리적,유전적,환경적 요인을 따져보자는 견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가? 왜 어린이를 살해한 사람, 혹은 파괴적인 약탈자들에게 감정적인 증오를 드러내는 데만 몰두하는가? 왜 그들을 수리나 부품 교체가 필요한 결함이 있는 대상으로 볼 수 없는가?

그것은 아마도 비난이나 책임, 더 나아가 선과 악의 개념 같은 정신적 구조물이 다윈식 진화에 의해 1,000년에 걸쳐 인간의 뇌 안에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비난과 책임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잘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간편하고 유용한 수단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고 만든 허구적인 매개물일 뿐이다.


출처/  위험한생각들 - 범죄자가 아니라, 범죄자의 유전자를 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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