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재수시절 사이다썰
게시물ID : soda_25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언제생기냐
추천 : 21
조회수 : 5718회
댓글수 : 61개
등록시간 : 2016/01/08 16:10:06
옵션
  • 창작글
맨날 눈팅만하다가 첫글이네요
이게 사이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으론 인생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시기라 한번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도 없음으로 음슴체 ㄱㄱ 닉값하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내가 재수하던 시절.. 그땐 폴더폰과 스마트폰의 경계에 놓인 시절이었슴
 
고등학교때 나름 공부좀 한다고 생각했지만 수능날 보니 난생처음보는등급 뙇
 
바로 재수학원 ㄱㄱ싱
 
지방민인지라 재수는 서울로! 라는 말을 듣고 서울강남에 제일 유명하다던 재수학원서 다녔슴
 
정말 신세계였슴
 
이 학원에서 일년에 서울대만 200명~300명 가고 의대도 200명 넘게가고 ㄷㄷ
 
나는 의대가 목표였기에 열심히 공부공부공부 나는 이과충이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컸는지 6월모평을 보고 난 직후 장에 문제가 생겼슴
 
하루종일 배가아프고 화장실갔다와도 그때 뿐이고 계속 배가아프고 방구뿡뿡 똥뿡뿡 ㅠ
 
도저히 스트레스받아서 재수고 뭐고 다 때려치고싶었슴 ㅠ
 
그때당시 20살에 서울서 혼자 살면서 학원다니니까 나름 강하다생각했던 내 쿠크다스가 멘탈이란 사실을 깨달음
 
부모님께 전화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일단 병원을 가보라고 하셨슴
 
그래서 서울서 이곳저곳 병원을 가봤는데 다들 이유를 모르겠다고..  큰병원가보라는 무서운 말만들었슴
 
그래서 일단 집으로 내려와서 좀 큰 병원가서 대장내시경도 받고 직장검사도 받고 .. 비수면 대장내시경은 정말이지... ㅎ 신세계
 
결국 검사결과는 다 정상으로 나와서 엄마아빠는 내가 꾀병부리는줄 알고 그냥 학원다니라고 하셨슴
 
나는 진짜 너무힘들어서 혼자 몰래 울고 다 포기하고싶었슴.. 재수하면서 중고딩친구들이랑도 일부로 다 연락 끊었고 친한애들은 다 현역으로 가서
 
연락할 친구도없고 너무너무 힘들었슴
 
학원의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너같은 애들 많다고 혼자 힘든거 아니라고 참으라고만 함
 
결국 도저히 안되겠어서 학원을 그만둬야할거 같다고 학원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너 혼자 공부하면 절대 성공 못한다고 내가 학원선생 경력이 몇십년인데 절대 성공 못한다고 가려면 가라고 함
 
마지막 인사드리러 왔는데 나를 쳐다도 보지 않고 빨리 가라고만 함
 
나는 그래도 도움은 못주실 망정 건강 잘 챙기고 열심히 하고 뭐 이런 말이라도 해줄줄 알았는데 크나큰 오산이었슴
 
학원입장에서 나는 낙오자였고 일년에도 수백명씩 왔다가는 그저 그런 학생중 하나에 불과했나봄
 
그래서 결국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도 무릅쓰고 집에 내려와서 독학재수에 들어갔슴
 
부모님이랑 이땐 정말 매일매일 소리치고 싸웠슴
 
나는 이때 부모님한테 받은 상처가 이후 몇년동안 깊게 남게됐슴
 
자식이 이렇게 힘들어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데 이해를 못해줄망정 너는 정신력이 문제라고 버티라고만 말하는 부모님이
 
그때는 정말 이해가 안가고 원망스럽고 죽고싶다란 생각까지 들었슴
 
재수하는데 너만 재수하냐 유별떨지 말아라 등등 심한 말을 많이 들었슴
 
물론 맘편하게 재수하고 쉽게쉽게 대학가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내가 도대체 뭔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된건지 그땐 너무 힘들었슴
 
수능을 망친것도 내 탓이고 아픈것도 내탓이고 이게 이렇게까지 큰 죄인가 라는 생각을 했슴
 
나는 너무 억울하고 힘들고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나 생각했슴
 
나이는 20살에 불과했지만 정말 힘든 재수시절을 보냈슴
 
매일매일 새벽6시에 일어나서 집앞에 도서관에 가서 정말 1분단위로 계획을 세워가며 하루에 타이머로 잰 순수 공부시간만 13시간 14시간 찍으며
 
미친듯이 공부했슴
 
밥먹으면서도 공부 응아하면서도 공부 침대에 누어서도 공부 공부공부공부!!!
 
무조건 성공해서 내 노력과 피땀을 증명하고자 만다는 생각뿐이었슴
 
그러던중 9월모평이 다가왔슴
 
나는 독학재수였기때문에 9월모평을 보려면 아무 재수학원에나 신청해서 보거나 모교로 가서 봐야했슴
 
집 주변 학원들에 전화해봤지만 이미 자리는 꽉 찼고 어느 학원에서는 지금 전화해서 뭐하냐고 혼자 재수하면 그래서 망하는거라고
 
 막말까지 들었슴 이때 진짜 멘탈 개박살날뻔했슴 ㅋㅋㅋㅋㅋ
 
내가 학원다니겠다 한것도 아니고  혹시 시험만 하루 자리남으면 칠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저런 말을 들었슴
 
 수능 두달남았는데 혼자 재수하는 사람한테 혼자재수하면 그래서 망한다는 말을 하는게 정상인의 사고인가?
 
학원 찾아가서 다 뒤집어 엎어버리고 미친놈마냥 날뛰고싶었지만 이 시점에 그러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  멘탈을 부여잡고 참았슴
 
다행히 학교에서 볼수있게 되었슴
 
고3담임선생님께서 그 해는 담임을 안맡으셔서 다른선생님께 부탁드려서 고3교실에서 같이 볼수있게 해주신다하셨슴
 
너무감사했슴
 
시험당일 학교에 갔음 근데 왠걸.. 교실에 자리가 부족하다고 혼자 빈 과학실험실에서 따로 보라는 말을 들었슴
 
뭐.. 좀 그랬지만 이해는 갔음 솔직히 교실에 자리가 부족하다는건 정말 개소리인걸 잘 알지만 아마 고3들에게 재수생의 존재가
 
악영향을 끼칠거라는 선생님들의 생각이겠거니 했음..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갔슴
 
아무튼 나는 혼자 교실에 멀뚱멀뚱 시험을 봤슴
 
이때 정말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걸 느끼는 경험을 했슴
 
고3때 정말 애들 엄청 혼내고 때리고 빡세게 굴리고 우릴 힘들게 했던 어떤 선생님.. 고3땐 애들도 뒤에서 다 욕하고 했던 선생님이
 
졸업하고 재수생 신분으로 오니 그렇게 잘 챙겨주실수가 없었슴
 
나랑 그렇게 친분이 있지도 않았는데 쉬는시간마다 와서 불편한건 없느냐.. 방송은 잘 나오는지.. 힘들진 않냐고 해주셨슴
 
정말 사람을 다시보게 되었슴 고3때 우리를 힘들게 한건 정말 우리를 생각해서 그러셨던 거구나를 알게 되었슴
 
그런 선생님도 있는 반면.. 고3 학년부장선생님도 점심시간에 영어듣기 직전에 한번 나를 찾아오셨슴
 
내가 고3때는 국어선생님이었는데 재수때 보니 학년부장이 되어있었슴
 
나를 찾아와서는 정말 웃는얼굴로 뭐 불편한건 없냐 공부는 잘되가냐 상냥하게 대해주셨슴
 
그래서 이분도 착하고 좋으신분이구나 하고 새롭게 느끼게 되었슴
 
그런데 갑자기 나한테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하심
 
나군에 서울대를 써주면 안되겠냐는 말을 함
 
다른 선생님들한테 내가 고3때 공부 좀 했던 애라고 들으셨나봄
 
그래서 나는 정말 정중하게 아 제가 사실 의대를 가고싶어서 재수하는거라 나군에 서울대를 쓰기가 좀 그렇고
 
애초에 과탐 선택과목도 서울대를 쓸수가 없는 조합으로 맞춰서 불가능할거 같다고 말씀드림
 
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그 선생님 표정이 일순간에 굳어버리는걸 봄 ㅋㅋㅋㅋㅋㅋ
 
나는 무슨 드라마나 영화의 한장면인 줄 알았슴
 
사람 표정이 그렇게 밝다가 일순간에 일그러지는게 가능하다니 ㅋㅋㅋㅋ
 
그러더니 갑자기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림
 
나는 속으로 뭐지 이건 내가 뭐 잘못했나 했지만 일단은 영어듣기시간이 다가왔기때문에 영어시험보고 과탐시험보고
 
선생님들께 감사했습니다 인사드리고 집에 룰루랄라 옴
 
사건은 다음날 터졌음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저녁에 밥먹으러 집에왔는데 엄마가 어제 혹시 학교에서 뭔일 없었냐고 물어보심
 
그래서 내가 뭔일? 이랬더니 고3때 담임선생님께 연락이 왔는데 내가 어제 학년부장선생님한테 혹시 버릇없이 굴었냐고 전화가 왔다고 함
 
내가 뭔소리야? 이랬더니 고3때 담임선생님 말씀이 학년부장선생님이 나한테 서울대 써줄수 없냐고 부탁한번 했더니
 
애가 절대 안된다고 싸가지없게 거절했다고 뭐 그렇게 버르장머리가 없냐고 했다고 함 ㅋㅋㅋㅋ
 
진짜 개멘붕했슴 내가 싸가지없게했다니?? 내가 얼마나 공손하게 말씀드렸는지 그리고 애초에 재수생보고 학교에서 정시 가나다군 세개쓰는걸
 
합격해도 가지도 않을 곳을 써달라고 부탁하는게 말이 됨 ? 학년부장 입장에선 자기가 서울대 한명 더 보냈다 이 이력? 경력? 쌓으려고??
 
정말 세상에 이런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쓰레기같은 선생님도 있구나란걸 알게됐슴
 
재수때 정말 이런저런 멘탈터지는 일과 세상과 사람에 대해 많은걸 알게되었슴
 
고3까지 집학교학원만 반복하면서 세상물정 하나 모르고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는지 모르고 살던 내가 참 어렸구나란 생각을 하게되었슴
 
아무튼.. 결국 저는 재수를 성공했고 의대에 합격해서 지금은 벌써 본과3학년에 들어갑니다 ㅋㅋㅋ
 
본2때 소화기 내과 블럭을 배우다 보니 재수때 제가 겪었던 건 과민성 대장증후군(IBS, irritable bowel synrome) 이었단것도 알게되었네요 ㅋㅋ
 
뭐 직접적으로 저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건 아니지만 저 자신에게는 정말 노력하면 되는구나 나도 할수 있구나 라는걸 느끼게 됐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얘도 할수 있는 애구나 라는걸 증명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제 자신이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마무리는.. 어떻게하지
 
 
 
음.. 여러분 대학와도 안생겨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