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금 외로워지고, 좋은 사람과 친구처럼 연애하면 좋겠다 싶어서, 같이 일하는 친한 친구에게 소개팅을 부탁했어요.
"원하는 사람이 뭔데?" "나, 조건 봐." "그래, 말해봐." "책을 많이 읽는, 똑똑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래? 그럼 학벌은 어느 정도로?" "학벌은 상관 없어. 전공도 상관없어. 대학 같은 것도 필요 없어. 좋은 대학 나오는 것과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바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 그만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음... 그럼 외모는?" "외모는 상관없어." "키는?" "키도 전혀 상관없어. 나이도 상관없어. 음... 그냥 나랑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가치관과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다른 건?" "음.. 음악을 좋아하면 좋겠지만 안 좋아해도 별 상관은 없고, 아, 정치색은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너무 무관심하면 안 되고, 정치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자면 내가 좀 만나기 힘들 것 같아." "......" "정리하자면, 난 다른 건 안 봐. 그냥 같은 가치관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람이었음 좋겠어." "야, 너무 어렵다."
정태춘, 박은옥 부부를 보면서 참 좋아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삶의 동지잖아요. 두 사람만을 위해서 아웅다웅 사는 게 아니라 사회에 눈을 함께 돌리며 살아가고. 제 꿈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굴리고 하는 데 목숨거는 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과 나누면서, 조금 느리게, 느긋하게, 그렇게 사는 거에요.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이상주의자이기에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어 그 좌절이 견뎌낼만한 불행 정도로 그치고, 다시 일어나 걸어가는 것.
아주 극단적으로 간다면요.. 예를 들어, 꼭 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에 남자분이 헌신하여 일한다면, 돈 같은 건 저 혼자 벌어도, 함께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조금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거든요.. 그리고 워낙 재래시장, 산에 오르기, 걷기(자동차 싫어합니다ㅎ)같은 걸 좋아하고 조용하고 털털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 부자로 살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어요.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실 내가 찾는 사람은, '가슴이 따뜻한 이상주의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자신이 좀 이상주의적인 경향이 있어서..
제가 남자를 보는 기준이 다들 높다고들 하네요. 그리고 사실 외적인 기준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가치관만 공유할 수 있으면.. 정말 즐겁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점점 자신이 없어져요. 결국 아무도 못 만나는 게 아닐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래도 제가 아는, 조금 진보적인 이 싸이트에 글 올려봅니다. 조금 충동적이긴 하지만, 욕하진 말아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