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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나 양수가 터진거같아 빨리와"
...
어?
예정일은 8월 21일
제왕절개 계획이었어서
8월 13일이 출산날짜였는데
8월 3일 19시 15분
와이프의 양수가 터졌습니다.
약 3주가까이 빠른 조산
매장에는 손님 한분이 계시는 상황
진짜 어떡하지 발 동동구르고 싶은데
쉼호흡하고
우선 방금 주문한 손님한테 가서
"정말 죄송한데 제가 급한일이 생겨서
가게문을 닫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문하신 결제 취소해드리고
음료는 테이크아웃잔에 담아드릴게요"
손님
뭐야 이건...
"아 저희 와이프 양수가 터졌다고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 어! 괜찮아요!! 그냥 다음에 올게요!
빠르게
테이크아웃잔에 담아드리고
결제 취소도 해드리고
1분정도 매장 얼른 정리한다음
문 닫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집-매장 거리가 걸어서 10분이라
근데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슬리퍼는 자꾸 벗겨지고
결국 슬리퍼 벗고 손에 들고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
신호등 파란불
막 뛰어가는데
갑자기 달려오는 과속오토바이
한 뼘 차이로 비껴감
와 뒤.질뻔했네 ㅅㅂ
그렇게 땀범벅이 된 채로 집에 도착
생각했던것처럼 응급상황은 아니었고
와이프는 담담하게
출산가방에 이것저것 넣어달라고 지시하고
땀 뚝뚝 흘리며 준비물 챙긴 뒤
20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양수가 터졌다, 엠뷸란스 불러!!
애가 곧 나온다!! 이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병원까지 짐 잘 챙겨서 차 타고
병원에서 접수하고 진료받고
폐성숙주사를 맞고
(일찍 태어나는 애기들은 폐가 덜 성숙해서
폐성숙촉진제를 맞음)
분만실로 이동
병원 도착 후 얼마 지나서야
놀란 마음이 진정이 되더라구요.
자궁수축과 태동체크를 하며 기다림
짧아져가는 진통주기
와이프는 살면서
입원이나 수술경험이 없어서
긴장상태
(전에 자궁수축와서 입원한적 있음)
이러다가 자연분만하게되면 어떡하지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무통주사용 카데터 삽입하고
11시쯤 관장하고 입원실에서 대기
새벽 내내 진통을 느끼다가
9시쯤 담당선생님이 오셔서 수술진행하기로 함
밖에서 기다리다가
수술준비가 끝난 와이프를 보는데
작은 몸을 떨고있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여기서 약한모습 보이면 안될것같아서
쿨하게
37주 고생했어!! 라고 했는데
와이프나 나중에
군대동기냐? 그런 순간에 그런 무드없는 멘트를 쳐
라고 혼남
ㅋㅋㅋㅋㅋ
와이프는 수술실로 이동
나는 신생아실로 이동
간호사분이 애기태어나면 불러서
확인시켜주신다 하심
그렇게 10분, 20분,30분
진짜 초긴장상태
가족과 지인들에게 상황보고하고
핸드폰 뭐라도 할라하는데
할수가 없음
인생 최대의 걱정과 불안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데
양OO 산모 보호자님!
왔구나!!!!
작년 12월에 찾아온 내 인생의 선물이자
급한 성격때문에 20주 되기도 전에 세상에 나올라해서
엄마를 입원시키고 몸과 맘고생시키고
결국 예정일보다 3주나 일찍
나의 아이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간호사선생님이
축하드려요~ 8월 4일 10시 22분
달달이 아버지 맞으시죠? 설명하시는데
우와..신기하다...얘구나..
뭐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극적인 감정이 들진 않네
라는 생각을
애기 얼굴보고 2초정도 했는데
진짜 갑자기
뿌엥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무슨 감정인지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감정인데
기쁨이 북받쳐올라
가슴과 뇌가 찌릿하며
눈물이 쏟아질수밖에 없는 감정
결혼식때 와이프가 장인어른 손을 잡고 입장할때
그 모습이 너무 이쁘고
내가 힘들게 살아왔던게 지나가면서
아,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이 모습 보셨다면 참 기뻐하셨을텐데
라는 생각때문에 울 뻔했는데
그때는 안울고 잘 참았단 말예요.
근데 이번엔 통제가 안돼ㅋㅋㅋㅋ
눈물이 막 쏟아지고 오열하고
와 너무이쁘다 진짜 얘구나
너가 우리 와이프를 힘들게했구나
뭐가 이렇게 급했니
할아버지가 너를 봤으면
정말 기뻐하셨을거야
너가 우리집에서 첫번째란말야
이 무섭고도 터무니없는 세상에
그럼에도 너무나 즐거운 세상에 온걸 환영해
앞으로 내가 무슨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하는 다짐이 순식간에 듭니다.
3주 빠르게 태어났는데
3.5키로
우량아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애기는 신생아실로 가고
저는 수술실 앞에서 대기
또 그렇게 10분, 20분,30분
와이프 걱정도 걱정이고
통증도 심할텐데
아, 출산후에는 꼭
고생했어 라고 하며 눈물 쏟아줘야
욕 안먹는다고 들었어...
분명 와이프 아파하는 얼굴 보면
눈물이 쏟아지겠지만
너무 오열하지말자...
방금 간호사선생님이
이새끼뭐야..라는 눈빛으로 봤으니까...
를 되내이는 중
"산모보호자님, 수술끝났고 이쪽으로 오세요"
하는 말에 회복실로 이동
감정잡자...후...
그리고 와이프 얼굴을 보고
눈물쏟을 준비를 하는데
...
고통스러운 표정 하나 없이
똘망똘망합니다.
갓 잡아올린 대방어같은 표정
...뭐여이게
감동적이고 극적인 순간은 없었습니다.
와이프는 마취때문에 High 한 상태였고
실실 웃으며 혼잣말을 종알종알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대방어와 함께
병실로 이동했습니다.
출처 | 8월 4일의 기록 요리게 지박령이던 내가 이제는 육아게시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