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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날
게시물ID : gomin_2514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라디코
추천 : 1
조회수 : 38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12/16 01:06:15
 오늘 꿈에도 그리던 경희대에 추가합격했습니다~

처음에는.. 마냥 기뻤어요.
어릴적부터 서울로 진출하는게 제 간절한 소망이어서 서울대부터 해서 왠만한 대학은 수시로 다 넣었었는데.. (학교내에서 수시 가장 많이 넣은..) 다 떨어지고, 부산대만 붙었더군요. 부산대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제가 어릴적부터 정말 서울만을 보았고, 3년동안도 무조건 서울에 가겠다는 의지로 공부를 했기에 솔직히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그래서 며칠간 정말 멍..한 상태였고, 그래도 재수할 형편은 안되기에 '그래 부산대 가서 최선을 다하면 되지.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실수있고 얼마나 좋노. 등록금도 싸고'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미래설계를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던 도중에 이렇게 뜻밖에 목표를 이루게 되었으니 ㅎㅎ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뛰고 소리 지르고 날라댕기고~ 할머니랑 할아버지한테도 결과 말씀드리고 그랬는데
그것도 잠시.. 금방 찝찝해지더라구요. 할머니께서 바로 돈 걱정을 하시니깐.. 사실 저도 합격 발표와 동시에 걱정이 밀려왔는데 할머니께서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후...
그래도 다시 친구들한테서 축하연락이 오고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보니 다시 너무 기뻐서 좋았어요.
좋고.. 너무 좋았는데...

갑자기 기분이 축 쳐지더라구요.
'왜 이러지 왜 이러지 너무 좋은데 왜 이러노... 내가 정신병이 있나 미쳤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떠오르더라고요. 할머니가.. 그리고 할아버지가...

8년 전에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께서는 일을 다 접고 집에서 술만 마셔서 저희 집에는 생계수단이 없어졌고, 어쩔수없이 할아버지가 그때 71세의 나이로 제철소로 막노동을 떠나셨어요. 일을 가시면 1달, 2달만에 돌아오셔서 용돈 주시고, 잠시 쉬시고 다시 무거운 가방을 가지고 떠나시고... 5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부두 막노동, 공장 등 안해볼 일이 없으실 정도로 헌신하신 할아버지셨고, 중간에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도 있으셨는데.. 다시 그렇게 일을 다니시는게 저는 너무 죄송했어요. 아니 미칠것 같았어요. 할아버지가 떠나실때면 가방을 들고 정류장까지 가서 배웅해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삼키고, 그렇게 돌아오면 다시 술만 마시는 아버지가 계시고... 매일 밤을 혼자 이불을 덮고 울었어요. 조부모님께 너무 죄송하고, 아빠가 너무 미워서 죽으려했던 적도 여러번이었고.. 그렇게 제 초4와 초5의 악몽같은 2년이 지나가고.. 그때부터 그래도 아버지가 기술을 배우시면서 일을 나가셨어요. 그래도 한 집안을 이끌기에는 너무나 부족했고, 그래서 할아버지는.. 지금까지도 제철소에서 막노동을 다니시다가 이번에 일감이 떨어진걸 마지막으로 8년간의 막노동을 그만두시게 되었어요.. 밤에 전기세도 아깝다고 불을 끄고 다니시고, 일을 안가실때면 30년간 가까어온 뒷산 밭에서 하루종일 일하시고 돌아오시는 우리 할아버지...

그리고 우리 할머니.. 평생을 자녀들 뒷바라지 하시다가 손자가 태어난 이후로는 평생 손자만 바라보신 우리 할머니... 아버지가 술만 마시며 가게에 안나가실 때 혼자 가게에 나가셔서 하루에 빵 2천원치 팔고.. 차비도 아깝다고 그 거리를 걸어오신 우리 할머니.. 천원짜리 한장도 자기를 위해 투자할 줄 모르고 손자를 위해 쓰시고, 손자 걱정에 어디 여행한번 제대로 다녀보신 적 없고, 자녀들 집 한번 못찾아가신 우리 할머니... 엄마 없다는 소리 안듣게 할려고 더 잘먹이고 더 잘입히려 노력하시고.. 손자가 독서실에서 1시까지 공부하고 온다고 했는데도 추운 겨울에 밖에서 얼마나 기다리셨는지도 모르게 손자를 기다리고 계신 우리 할머니... 하루종일 하루종일 손자 손녀 걱정뿐인 우리 할머니... 키가 180이 넘고 덩치가 산만한 손자인데도 뒷길로 오지마라 늦게 오지마라 내 손주 내 새끼 내 강아지 항상.. 그렇게 나를 사랑해주시는 우리 할머니....

내가 떠나면 내가 떠나고나면 그떄는 우리 할머니 어쩌시지?
자식들보다도 나를 아끼시고, 나한테 모든걸 주신 우리 할머니는 서운하고 섭섭하고 쓸쓸하고 슬프실텐데.. 너무.. 슬퍼지더라고요

기분 좋은 날인데
정말 너무 기분이 좋은 날인데 
눈물이 나네요

할머니는 제가 어릴적부터 아버지가 술을 마실때면 항상 "서울로 가라. 니는 꼭 서울로 가라"
말씀하셨지만.. 막상 제가 떠나고 나면.. 그때는....... 하

방금 아버지가 술 마시고 전화가 오셨네요.
할머니가 많이 서운해 하신다고. 니는 니 생각만해서 기분 좋을지 모르겠지만 당신이나 할머니는
너무나 서운하다고..
오면 할머니 위로해드리라고....

하하
헤헤
기분 좋은 날인데. 그런 날인데..
너무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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