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림은 완전 훌륭한 게임이긴 하지만, 빈약한 인터페이스나 스토리라인, 그리고 수많은 자잘한 버그 등등의 결점 또한 존재하는 게임이죠.

 

 이런 게임이 그렇게 대단한 호응을 얻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던 데에는 수많은 모더들의 자발적인 지원과 노력이 대단히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나온 모드들을 통틀어 보자면 DLC 대여섯 개 수준의 분량보다도 더 많은 컨텐츠를 게임에 추가해 줬으니까요. 위에서 말한 저 결점들을 보완해 준 건 차치하고서라도....

 

아무튼 많은 분들이 스카이림을 사게 된 이유 중 큰 부분이 바로 이런 수준 높고 방대한 모드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는 점이 중요한 거죠. 결국 모드들이 게임을 구매할 만한 이유가 됨으로써 게임의 가치를 높여 준 겁니다. 솔직히 베데스다가 PC 버젼 스카이림 판매를 통해 거둔 이익의 2~30프로 정도는 모더들의 노력이 일구어 낸 결과라고 봐요.  

 

그런데 이번 조치는 게임에 그토록 지대한 공헌을 한 모더들, 그리고 게이머들을 전혀 배려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일단 회사에 75, 모더에게 25라는 괴상한 수익 비율과 그조차도 수익이 100$  미만이면 전부 회사가 가져간다는 비양심적인 과금 모델이 그러하죠.

 

또한 모드의 소유권 문제도 있습니다. 아까 외신을 보니 몇몇 모더들이 유료 스팀 샵에서 자신들의 모드를 내려달라고 했지만 벨브에서 이미 구매한 게이머들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고 하더군요. 순수히 모더 자신들이 제작한 모드인데도 말이죠... 아니, 애초에 스팀 워크샵에 올리면 모드가 BSA 파일(Bethesda Softworks Archive)로 전환되는데 이게 베데스다 고유의 파일 형식이기 때문에 소유권에 베데스다에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잘 아시는 분은 댓글 좀...)

 

 잘 생각해 보면 바로 저 사건이 모더들과 모드를 구매한 게이머들 간의 갈등을 시사한다고 봅니다. 저 예시에서처럼 모딩을 중단하고 싶은 모더나 모종의 사정으로 더 이상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못하는 모더들이 속출할 것은 자명한데, 그러면 결국 그분들 모드 돈 내고 산 게이머들은 돈만 내고 뒷통수를 맞는 격이니까 말이죠. 지원이 끝난 모드들에 대해 벨브에서 환불을 해 주면 된다고 하시겠지만, 아시다시피 모드의 업데이트 주기가 딱 정해진 것도 아니라 모더가 모드를 포기한 것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애매하죠.

 

 여태껏 모더들의 활동은 재능 기부 형식이었기 때문에, 모드의 버그나 충돌에 대한 책임은 비교적 가벼웠습니다. 하지만 모드를 돈을 받고 팔게 되는 순간, 모더들은 자신의 모드가 유발하는 충돌이나 여타 오류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겠죠. 당연히 그래야만 하고요. 하지만 그런 강제적인 상황과 구매자들의 불평불만, 압박이 모더들로 하여금 모딩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고 모드 커뮤니티를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될 까 우려스럽기도 해요.

 

여러 분이 앞서 지적해 주신 저작권 문제도 엄청나죠.

일단 타 게임/작품에서 텍스쳐나 설정을 빌려 온 모드들은 짤리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니, 테라 아머 모드와 같은 거대 모드 몇몇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모딩 커뮤니티에서 흔하게 일어나곤 했던 협업이나 모드 차용 등등은 수익 문제가 얽혀들어가니 이제는 매우 힘들게 될 것도 확실해 보이고요.

애초에 FNIS나 SKSE같은 기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모드들이 많은 형편에 그 모드들의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할 지에 관해서도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더 문제인 것은, 이미 존재하는 모드들의 저작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거죠. 만약 넥서스에만 존재하는 모드를 어느 악질적인 모더가 도용해서 스팀 워크샵에 올릴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애초에 플랫폼이 다르기 때문에 스팀에서 처리를 안 해줄 수도 있고, 스팀 워크숍의 모드 소유권은 스팀에도 일정 부분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원 모드의 제작자는 도용자가 아니라 벨브와 분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도용 위험을 덜기 위해서라도 넥서스에서 활동하던 모더들은 스팀에도 모드를 올릴 수 밖에 없겠죠. 많은 분들이 넥서스는 무료로 돌아갈 테니 안심하라고 하시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에는 넥서스보다 스팀의 파이가 더 커져 종래에는 넥서스를 쓰고 싶어도 새 모드를 받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워크숍을 이용해야 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ㅜㅜ

 

모더들의 순수한 열정만으로도 잘 돌아가던 모드 커뮤니티를 벨브의 무리수가 망쳐 놓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네요...

진짜 어느 분 말처럼 엘더스크롤 6 나오기 전에 밑밥 까는 걸까 싶어서 더 걱정되게도 하고요 ㅋㅋㅋㅋ

아무쪼록 잘 해결되서 이번 여름에도 무탈하게 모드질 하고 싶습니다 에휴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