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뙤약볕이 무서워 삶의 그늘에 앉아 사람들을 내다보고 있었다.
흐르는 땀도 살이 타는것도 괴로와.
나는 견딜 수가 없어. 여름은 너무 고약해.
그런데 어느 날 네가 그늘 옆에 비집고 들어와 내 옆에 주저 앉았다.
내가 타오르는 태양을 보며 지옥의 불구덩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동안
너는 나무에 앉은 꾀꼬리마냥 떠들며
그늘 없는 얼굴로 천국에는 뭐가 있을까! 라고 했다.
이윽고 땅거미지고 비처럼 밤이 내리자
어둠이 벌어지며 빛과 그늘의 모든 경계가 짓이겨지고
하나 두울 열매처럼 빛이 열렸다
세상의 야경이 도깨비불처럼 넘실댔다.
그러자 너는 아아 행복해!라고 했다
무엇이 그렇게 즐겁냐고 물으니
이 많은 불빛들이 살아있고 그 중 내가 하나라서 행복해!라고 했다
문득 깨달았다
볕이 스러지고 난 뒤에도 나는 그늘에 앉아 세상을 내다보고 있었다.
네가 그 위를 춤추듯 미끄러져 다니며 세상의 어둠을 먼지처럼 털어내는 동안
나는 빛조차도 긁어내지 못한 어둠의 언저리에 걸터앉아있었다
나는 미처 몸둘곳을 모른 채로
세상의 그늘에 한 몸처럼 고여있구나
친구야, 해가 다시 뜨거든 춤추듯 다시 내게 와 쉬다가려므나
그리고 떠나기 전
나의 그늘도 먼지처럼 닦아내주겠니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나는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