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부에서 북측에 모종의 대가를 주고, 도발을 유도했다는 음모설을 보자. 서해교전처럼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런 거래를 한다는 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보다 위험성이 너무 크다. 한나라당과 이메가 정부가 아무리 막장이어도 이 정도 계산도 못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해서 제외해 본다.
그 다음 항상 북과의 교전이 있은 뒤면, 당연히 뒤따라 나오는 북측이 먼저 도발하고 우리가 대응 공격으로 승리했다는 주장을 보자. 공교롭게도 교전이 발발한 시점이 4대강삽질을 시작하는 날이라는 점, 지난 2번의 교전 시엔 당연히 그 뒤에 바로 보여주던 교전 동영상이 이 시점까지 나오지 않는 점, 북미대화를 목전에 둔 북측이 현 시점에 도발해서 얻을 수 이득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점, 먼저 북측이 도발을 했다면 왜 소구경 따발총 몇발만 갈기고 남측엔 별 다른 피해도 못주고 선박이 반파된 채로 사상자만 내고 도망쳤을까 하는 점(도발했다던 북측의 선박에는 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고 함), 그리고 교전뒤 북측의 반응이 이상한 점 등 몇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이런 정황들을 보면 북측이 먼저 도발했다는 주장은 썩 신빙성이 없다고 보여진다.
그럼 어떻게 된 일일까. 북과의 거래없이 남쪽만의 행동으로 확실하게 소규모 교전을 별 문제없이 일으키는 법은 뭘까.
예전엔 NLL 근방에서 남북 함선이 대치시 북측이 과도하게 남쪽으로만 안내려오고, 과도한 도발행위만 안하면 그냥 주시만 하고 있었을거야. 그런데 윗쪽에서 이런 지시를 내리는거야. 오늘을 기해 조금이라도 북쪽에서 NLL을 침범하거나 아무리 사소한 도발행위를 하더라도 바로 응전하라고하는거지. 북측에선 평상시 처럼 남측 군인들도 좀 약올려가면 별다를 거 없이 행동하는 중이었지. 그런데 갑자기 남측에서 경고방송이 나오는거야. 어어, 북쪽 선박 군인들은 당황했어. 쟤들 갑자기 왜 저러지하면서 어떻게 할까 생각 중에 경고사격까지 바로 날아오는거야. 북측 선박은 패닉상태에 빠지지. 생각치도 못한 상황에 공격을 받으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엇던 거야. 그런 상황에서 도망치면서 맞사격을 한 거고, 그 사격에 대응해서 군사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위에 있는 우리 함선이 쫒아가면서 박살내 버렸다고 생각하면 얼추 그 당시 퍼즐이 맞춰지지 않을까.
아무튼 매일 NLL부근서 남과 북의 경비정들이 대치중인 상황을 고려해 보면, 약간의 교전 수칙 조작만으로도 소규모의 교전은 언제든지 원하는 시점에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지. 물론 자주 써먹으면 위험하고 또 약발도 없을테지만, 아주 중요한 시점에 한두번 써먹기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