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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과 처음처럼, 온게임넷과 MBCgame
게시물ID : starcraft_252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구운단호박
추천 : 13
조회수 : 130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3/27 23:33:29
개인적으로 술에 대한 조사를 할 일이 있어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도중, 눈길을 끄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국내의 희석식 소주 시장의 판도와 그 변화 과정에서 생겼던 일이었습니다.

1. 소주

사실 소주는 술 자체로만 놓고보면 좋은 평가를 주기 힘든 술이었습니다. 
(사실 맛이라는 점만 놓고 봤을 때는 국내의 맥주 쪽이 훨씬 문제가 많긴 합니다만) 

21도라는 낮지 않은 도수
마시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질만큼의 쓴 맛

그러나 이런 것들이 되려 서민의 힘든 삶과 맞물려 친근한 술이 되었습니다.

21도라는 도수는 술을 마시고 취해서 힘든 걸 잊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되었고
쓴 맛 역시 소주라는 이미지를 대표함으로 인식 되었지, 그 술의 단점으로 부각 되지는 않았습니다.

진로 그룹은 선발 주자라는 이점을 살려 한 때 국내의 희석식 소주 시장의 90% 점유율을 기록하며
업계의 1인자로 올라서게 됩니다.


2. 웰빙 바람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변화했습니다. 여전히 서민의 술은 소주였지만, 사람들이 술에 대해 가지는 
인식 자체가 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취해서 고주망태가 되는 걸 자제하고, 
마시더라도 덜 취하는 술, 다음 날 숙취가 덜 한 술을 찾게 되었습니다.

양주는 고급술 이라는 건 마셔도 숙취가 없기 때문이었지요. 돈 있는 사람들은 양주, 또는 중국의 
고급 백주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한 때 불었던 와인 열풍. 도수도 낮은데다 뭔가 있어보이고 취할 염려도 소주에 비해 현격하게
낮은 이 술에 지성인들이 열광하고, 연예인들까지 나서서 홍보했습니다.

소주의 도수가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런 시장 변화를 감지 했기 때문입니다.
항간에 나도는 덜 취하게 해서 더 많이 판다 - 라는 건 그냥 농담일 뿐이죠. 
소주는 술의 도수가 저도화 되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 독함을 조금씩 낮춥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변신을 꾀 합니다. 알칼리 음이온 물이니, 참 숯 여과니, 
산소 공법이니 하는 것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3. 두산 주류

두산 주류는 소주 업계에서 6위 정도를 차지하던 후발 주자였습니다. 
(국내 희석식 소주 생산 업체는 11개 정도 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5% 내외를 왔다 갔다 하던 업체였는데, 온갖 주류로 진로의 아성에 도전하지만 
결과는 무참합니다. 그러다가 두산 주류에서 회심의 카드를 내놓은 것이 바로 '처음처럼' 입니다.

처음처럼이 출시되자 그때까지 꿈쩍도 안하던 참이슬의 판매량에 변화가 왔습니다. 
말 그대로 처음처럼이 참이슬이 지배하던 시장을 조금 잠식한 것이지요. 사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진로의 희석식 소주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었던 상황이라는 데 있습니다.


4. 진로 그룹의 자충수

진로 그룹에서 처음처럼을 비교(라고 쓰고 비방이라고 파악해도 될 것입니다.)하는 광고를 내 보냅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숯을 쓴 어쩌구 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인지도 차이는 소위 말하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었습니다. 
이 전에 식당을 갔을 때, 참이슬을 주문하시는 분은 있었을 지 몰라도, 산을 마시는 분은 
별로 보질 못했던 게 사실이니까요.

당연히 두산 주류에서는 반격을 하면서 두 회사의 마케팅은 비방을 곁들인 경쟁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는 비교할 수 없었던 인지도 차이를 가지고 있었던 
두산의 처음처럼이 한 순간에 거대 규모의 참이슬과 양대 구도를 구축해버린 것이죠. 
두산 주류 관계자들은 아마 이 때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원래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를 따라잡는 것은, 또는 2위 기업에서 1위 기업을 따라 잡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요.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처음 썼던 소비 제품에 특별한 하자가 없을 경우, 
그것에 만족하고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관성이죠.
주변을 돌아봐도 그런 사례는 너무도 많이 찾을 수 있죠.

가량 코카콜라와 펩시를 놓고 봤을 때, 콜라를 전혀 안 먹어 본 미각이 약간 둔한 사람들에게는
둘 다 똑같은 콜라일 분입니다. 그러나 코카콜라를 마시던 사람의 경우, 
펩시밖에 마실 것이 없다고 하면 펩시에 대한 불평 불만을 늘어 놓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달다, 톡 쏘는 맛이 없다, 비리다 등등. 심지어는 아예 안 마시는 사람도 있을 만큼
취향의 호불호는 절대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발 그룹의 입장에서는 1위 기업, 선발 주자와 동등하게 놓이게 되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그게 힘들기 때문에 전 세계에 
수많은 루져 기업이 나오게 되었지요. 물론 상당수 자체적인 결함과 자살골이 만든 2등도 있습니다만. 
(대표적으로 SEGA...)

좌우간에, 소비자들은 (어쩌면) 그 전에는 알지도 못해던 소주 브랜드가 나타나 
참이슬과 비교가 되는 현상에 노출이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런 현상 자체에는 
의문을 갖지 않습니다. 다만 나타나면 '알게'되고 그것을 소비할 기회가 왔을 때 '기억'하여 
사게 되는 일 만 남은 것입니다.

때 마침 불어닥친 저도화 열풍, 거기에 숙취를 줄이고자 애쓰는 노력들 등이 맞 물려서
참이슬은 예전만큼의 점유율을 가져오지 못하게 됩니다. 언론쪽에 열심히 홍보자료 뿌려가면서 
처음처럼과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우리 소주가 이래서 더 낫다'라고 까지 했던 그들로선,
자기 입을 탓할 수도 없고 참 애매하게 된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두산으로선 비교 당한 것 자체가 영광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장을 파고 들었고,
진로그룹이 두산 주류의 2배에 달하는 300억 가까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입맛은 변화하는 중이었습니다.

현재는 두산 주류가 롯데 주류가 되면서 현재 처음처럼의 시장 점유율은 1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올라섰고, 참이슬의 점유율은 40%후반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진로 로썬, 입맛이 씁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죠.


5. 온게임넷

온게임넷은 투니버스쪽에서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99PKO를 시작으로 볼 수 있는
(그 전에 열렸던 건 패스) 어느덧 12년차에 접어든  방송입니다. 코카콜라배 이후 
약간의 위기도 있었습니다만 2002 Sky 배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 게임 방송에서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기에 이릅니다.

6. 엠비씨게임 (겜비씨)

엠비씨게임은 온게임넷 보다 후발주자였습니다. Game-Q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던 사람들이
일부 흡수되었다고는 하나 게임큐는 게임큐고 겜비씨는 겜비씨였지요. 이들은 다소 늦지만
온게임넷의 일부는 카피하고 일부는 창조하면서 나름대로의 색깔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7. 온게임넷의 부진, 엠비씨게임의 약진

후발 주자라는 약점, 무언가 어설픈 모습, 빈약한 지원, 2% 부족한 퀄리티...
그러나 엠비씨게임은 천천히 성장을 거듭했고, 그 기간 동안 온게임넷은 정말 
가루가 되도록 까였습니다. 

옵저버, 맵, 밸런스, 해설, 골든 마우스 제작 논란...

반면에 엠비씨 게임은 그 빈약한 지원과 포장 능력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의 노력과 운,
그리고 상대적인 누리꾼들의 동정론등을 등에 업고 조금씩 발전, 마침내 '양대 리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온게임넷을 뛰어넘었다 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었죠.


8. 온게임넷의 '행동'

그러나 온게임넷은 진로 그룹처럼 일일히 대응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바꿔 가는 선택을 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엠비씨 게임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들은 엠비씨게임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사소한 전적 정리서부터 그런 낌새를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온게임넷은 자신들의 리그 내에서만 벌어진 전적을 중요하게 취급하죠.
심지어는 예선 까지도 거론을 하지만, 포장을 위해서 끌어들이는 건 어디까지나
어쩔수 없는 경우에 한한 '외부' 데이터일 뿐입니다. 
즉, '그런게 있다' 정도가 그들이 엠비씨게임의 우승자를 대하는 태도인 것 입니다.

혹시라도 이것을 오해하실 분이 있을 까 말하지만 이것은 저의 주관적인 판단이며
아울러 이것은 온게임넷의 오만과 독선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 자체의 자부심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겁니다.


9. 엠비씨게임의 ???

파이터포럼, UZOO, PGR21, DC 등에서 꾸준하게 양대 리그라는 말이 쓰였습니다.
엠비씨 게임은 이것을 과연 적극 활용했을 까요?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어찌보면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르다 라는 가치 판단을 내리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마케팅 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자존심 때문에 엠비씨게임이 온게임넷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것은, 말 그대로 '자존심이 밥 먹여 주냐'를
면전에서 외쳐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 하는 것입니다.

양대 리그라고 불리던 시절에도, 온게임넷을 뛰어넘은 것이 아니냐 라고 말이 나오던 시기에도
사실상 엠비씨게임이 온게임넷을 앞질렀던 것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허상이었다고 봅니다. 

그럼 이 시기에 엠비씨게임이 하고자 했던 마케팅 전략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들은 정말 자신이 업계의 1인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었던 것일까요?
전 이 의문을 풀지 못했습니다.


10. 맺으며...

후발주자가 스스로 '우리는 양대 업체 어쩌구' 하면 폭풍같이 까일 수 있습니다.
자존심도 없냐며 윗 사람의 손에서 날아오는 서류판에 머리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엠비씨게임은 누리꾼과, 여론 몰이 매체 (파포, 우주, 포모스, 이데일리...)가 나서서
너 양대 해라 는 식으로 도와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주저앉았습니다.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닌, 스스로의 문제점이 도출된 것에 불과합니다.

그것이 지금의 그릇 크기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온게임넷과 벌어진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가장 최초의 발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비교 당하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지 않는 것 말이죠.

가장 무서운 것은
비교할 가치도 없다고 평가절하 당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는 이미 늦은 거라고 보아도 무방할테니까요.

그런 만큼, 이번 MSL은 엠비씨게임에서 잘 치러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Ps. 출처만 밝히면 퍼가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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