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삶을 두 시기로 나눈다. 전과 후로 나눈다기보다는, 공
허한 상념들로 가득했던 느슨한 시간들, 맞지 않는 어른 옷을 걸치
고 있던 사춘기 후반과 이십대의 시간들을 한 곳에 모으고 그 옆에
북엔드를 세워둔 것에 더 가깝다. 과거를 회상하는 데 시간을 쏟아
붓던 방황의 한 시절.
그 시절의 사진을 보면 나는 에펠탑이나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혹은 무릎 높이의 찰랑대는 바다에서 손을 흔들면서 웃고 있다. 하
지만 이제 안다. 그런 경험들이 무지개조차 잿빛으로 보이게 만드
는 칙칙한 색조의 무관심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그 기간 동안 그애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라진 빛깔이
바로 그애였음을 나는 깨닫는다. 그 애가 그기다림의 시기 양끝
을 움켜잡아 횃불처럼 들고 잇었던 것이다.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는 이런 시작이 왜 이렇게 좋을까요,,,
나는 아직 데미안과 호밀밭의 파수꾼을 졸업하지 못했단 말인가...
아잉 설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