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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도 친해지고 싶은 나날에
게시물ID : readers_252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2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5/23 0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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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pm 8시 무렵, 가로등 고장 난 좁은 길.

낡은 담벼락 따라 삼사 층 높이 옥탑 위 담뱃불 하나 늘 빛나네.

그 연기 뿜던 실루엣은 텅 빈 빨랫줄로 빗금이 가 있었다.

마치 서로를 알 수 없는 경계선처럼.


가로등이 보수된 건

근 반년이 지나 인턴이었을 때

업계의 쓴맛을 호되게 안 시기의 일.


퇴근길에 조명 하나가 늘자

왜 하필 그 옥탑 위 였는지

거기 있던 하얀 숨이

빛의 입자로 번져 간다.


서늘한 저녁 공기와 적당한 밝기, 지친 발자국이 삼박자.

흡연도 멋져 보이는 마법에 빠져 느닷없는 바람이 분다.


도로의 바퀴 소리도

도시의 웅성거림도 먼

정적만이 내리기에


들릴 듯 말 듯 사근사근 입술을 뗀다.


" 항상 거기서 담배 피우시네요? "


길게 한 모금 삼키느라 말이 안 오진 않을까

몇 초가 시간처럼 더뎠지만, 귀가 쫑긋거린다.


" 어, 안녕하세요? 집 가시는 중인가? "


서로 대화해본 적이 없는데도

첫마디를 여는 건 일상처럼 익숙했다.


묘하게 반말 섞인 말투가 불편하지 않아서

이후로 종종 말을 트고 맥주를 던져주곤 했다.


짧게는 5분, 10분.


둘 다 여자친구가 없어

그 주제가 수면 위로 오르면

공기조차 목을 졸랐지만

혼자가 아니었고

금세 다른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남자 둘이 웬 수다랴, 하지만

왠지 낯설기에 더 창피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


자취방 거의 다 와서

한 발 내디딜 기력조차 달릴 때도

그 옥탑이 1차 베이스캠프였다.


누구와도 친해지고 싶은 나날에

사회에서 만난 첫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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