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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8시 무렵, 가로등 고장 난 좁은 길.
낡은 담벼락 따라 삼사 층 높이 옥탑 위 담뱃불 하나 늘 빛나네.
그 연기 뿜던 실루엣은 텅 빈 빨랫줄로 빗금이 가 있었다.
마치 서로를 알 수 없는 경계선처럼.
가로등이 보수된 건
근 반년이 지나 인턴이었을 때
업계의 쓴맛을 호되게 안 시기의 일.
퇴근길에 조명 하나가 늘자
왜 하필 그 옥탑 위 였는지
거기 있던 하얀 숨이
빛의 입자로 번져 간다.
서늘한 저녁 공기와 적당한 밝기, 지친 발자국이 삼박자.
흡연도 멋져 보이는 마법에 빠져 느닷없는 바람이 분다.
도로의 바퀴 소리도
도시의 웅성거림도 먼
정적만이 내리기에
들릴 듯 말 듯 사근사근 입술을 뗀다.
" 항상 거기서 담배 피우시네요? "
길게 한 모금 삼키느라 말이 안 오진 않을까
몇 초가 시간처럼 더뎠지만, 귀가 쫑긋거린다.
" 어, 안녕하세요? 집 가시는 중인가? "
서로 대화해본 적이 없는데도
첫마디를 여는 건 일상처럼 익숙했다.
묘하게 반말 섞인 말투가 불편하지 않아서
이후로 종종 말을 트고 맥주를 던져주곤 했다.
짧게는 5분, 10분.
둘 다 여자친구가 없어
그 주제가 수면 위로 오르면
공기조차 목을 졸랐지만
혼자가 아니었고
금세 다른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남자 둘이 웬 수다랴, 하지만
왠지 낯설기에 더 창피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
자취방 거의 다 와서
한 발 내디딜 기력조차 달릴 때도
그 옥탑이 1차 베이스캠프였다.
누구와도 친해지고 싶은 나날에
사회에서 만난 첫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