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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비
게시물ID : readers_252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1
조회수 : 30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25 14: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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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슬픔이란 늘 그랬어.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이유도 모른 채

파고드는 환청 속에서 비난의 목소리는 누구 입인지 모르게

위로받을 수 없는 사실만이 다시 내일이 되고

빛을 갉는 어둠이 날 가뒀고

거울에 비친 모습은 흔들리고

주먹을 내리쳤지


씨발!


굴욕의 무게를 진 척추에

두 마리 뱀처럼 꼬아 오르는 검은 불꽃,

이뤄질 수 없는 비참한 욕망과 좌절이

얼마나 또 얼마나 계속될지


갈비가 터져 육부의 꽃이 피도록

뇌가 얼얼하게 피 토하고

떠는 손이 아픈 심장을 부둥키려 애써


펜을 쥐었다, 놓았다

책을 펼쳤다, 덮었다


자아를 찾으려 여기저기 손을 담가

공간을 목적 없이 휘저어 생긴 구멍에

다른 세계의 역겨운 냄새가 넘실 와


깊지만 볼품없는 쓰레기 더미에서

슬픔이 체념한 형태, 놈의 촉각을 느껴


녀석이 내 팔 부둥켜

자기의 눈물로 끄려 하네

콤플렉스 따라 온몸 구석에 핀

잔불 같은 패배감을,


후련해져 하루를 더 생존할 수 있다면

남을 위해 흐를 습도 한 방울까지

다 메말라도 좋을 듯이


쓰레기장에서 타오르는 나를 위해

오늘 밤, 불길 속에서 비가 쏟아진다.

출처 찌질해질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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