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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란 늘 그랬어.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이유도 모른 채
파고드는 환청 속에서 비난의 목소리는 누구 입인지 모르게
위로받을 수 없는 사실만이 다시 내일이 되고
빛을 갉는 어둠이 날 가뒀고
거울에 비친 모습은 흔들리고
주먹을 내리쳤지
씨발!
굴욕의 무게를 진 척추에
두 마리 뱀처럼 꼬아 오르는 검은 불꽃,
이뤄질 수 없는 비참한 욕망과 좌절이
얼마나 또 얼마나 계속될지
갈비가 터져 육부의 꽃이 피도록
뇌가 얼얼하게 피 토하고
떠는 손이 아픈 심장을 부둥키려 애써
펜을 쥐었다, 놓았다
책을 펼쳤다, 덮었다
자아를 찾으려 여기저기 손을 담가
공간을 목적 없이 휘저어 생긴 구멍에
다른 세계의 역겨운 냄새가 넘실 와
깊지만 볼품없는 쓰레기 더미에서
슬픔이 체념한 형태, 놈의 촉각을 느껴
녀석이 내 팔 부둥켜
자기의 눈물로 끄려 하네
콤플렉스 따라 온몸 구석에 핀
잔불 같은 패배감을,
후련해져 하루를 더 생존할 수 있다면
남을 위해 흐를 습도 한 방울까지
다 메말라도 좋을 듯이
쓰레기장에서 타오르는 나를 위해
오늘 밤, 불길 속에서 비가 쏟아진다.
출처 | 찌질해질 수 있는 용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