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자다가도 귓가의 모기소리를 캣취한 이후에 안방에 있는 모기약을 가지러 갈 수가 없기에
우선 불을 켜고 구석진 곳에 선다... 모기가 인체를 찾는 것은 주로 이산화탄소의 농도...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진정시킨다. 내가 자리잡은 구석보다는 한참 자고 있던 침대의 농도가 더 짙을 것이다. 그대로 안력을 집중한다. 사냥꾼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는 법. 피를 탐하는 모기라는 녀석은 반드시 그 자리로 돌아온다. 이윽고 마치 아지랑이와 같이, 봄날에 떠도는 꽃가루와도 같이 모기의 모습이 시각에 잡힌다. 순간적으로 드러나려는 살기를 갈무리하고 평정을 유지한다. 내 단잠을 깨운 빌어먹을 놈.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 살기를 죽여야 한다. 놈도 목숨을 걸고 하는 일. 살기 정도는 손쉽게 눈치챌 것이다. 마치 목표를 기다리는 스나이퍼와 같이 온 몸을 주변에 동화시키고 눈만으로 모기의 궤적을 좇는다. 좀처럼 어딘가에 앉질 않는다. 틀림없이 이산화 탄소의 농도로 인해 아직 내가 저기 있다고 판단하는 거겠지. 이윽고 놈은 내가 자리를 벗어났다는걸 깨달았는지 궤도를 크게 수정한다. 제길. 빠르다. 역시 만만치 않은 놈이다. 궤적을 놓칠 뻔 한 것을 수차례. 실제로 한번 놓쳤다가 겨우 다시 시야에 잡기까지 약 1분 3초 45. 드디어 놈이 사거리 안에 안착했다. 다시 한 번 일어나려는 살기를 갈무리하고 조심스레 발을 내 딛는다. 절대 살기를 내어선 안된다. 나로서는 도저히 저놈의 스피드를 따라갈 수 없으니 방심하고 있는 지금 완벽을 기해서 타격을 가해야 한다. 한 발, 두 발. 점과도 같던 녀석의 모습이 점차 동공 안에서 커져 간다. 스피드와 안정성이 조화된 날개. 표면적을 최소화하여 상대에게 감각을 주지 않게 특화된 다리. 옷마저도 뚫어버릴 정도로 강인해 보이는 주둥이. 사거리 안에 들어섰다.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 나에게 있어서 기회란 적에게 있어서도 기회. 허투루 하면 순식간에 놈은 시야에서 벗어나 버린다. 끝까지 살기를 지우고 손을 놈 근처로 가져간다. 놈은 아직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살기는 끝까지 억제하지만 내 눈은 희열의 빛을 내 뿜고 있다. 온 몸의 시냅스에 신경 신호가 마치 개선하는 군인처럼 내 달리고 있다. 나는 이미 승리했다. 남은 것은 승리를 확인하는 과정 뿐이다. 손을 내리친다. 파워를 조절한다. 깨끗한 벽지에 피를 묻힐 수는 없다. 마지막 순간, 녀석은 눈치를 채고 급격한 회피기동을 시도했지만 이미 시기는 늦었다.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놈은 격추. 힘을 잃고 바닥에 추락한다. 티슈를 한장 뽑이 놈의 주검을 둘러싼다. 하얀 색은 강적에 대한 애도의 의미. 녀석은 훌륭했다. 다만 내가 더 강했을 뿐이다. 녀석의 시체를 휴지로(좀 쎄게)둘러싸서 휴지통이라는 무덤에 보낸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나의 기지로 돌아가 베게를 베고 눕는다. 내일은 또 내일의 모기가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