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끌려가면 총살당한다.’ 북송위기의 사촌 여동생을 구해달라는 한 새터민의 애절한 편지가 심금을 울린다. 5년 전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새터민 이철진(가명) 씨는 지난해 사촌 여동생 혜진(가명) 씨가 고향인 함경남도를 떠나 중국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곧 만날 줄 알았던 혜진 씨는 그 뒤 연락이 끊겼다.
소식이 끊긴 지 몇 달이 지난 14일 이 씨는 가판대 위에 놓인 신문을 보고 주저앉았다. 탈북자들이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본 뒤였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동생도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탈북자는 3대를 멸족시키겠다고 했다는 북한 측 이야기를 들은 터라 동생이 시범 사례가 되지는 않을까 가슴을 졸인다.
탈북자 북송 저지 서명운동에 전 세계 2만여 명이 동참하고 있는 현실이 이 씨로 하여금 용기를 내게 하였다. 북송저지운동이 이렇게 확산되면 중국 정부도 탈북자의 북송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단다.
이 씨는 20일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헤매고 있을 혜진이(가명)에게…’라고 시작하는 편지에서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떨리는 손으로 써내려갔다. 이 편지가 동생 혜진씨에게 도달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 편지는 북한의 실상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 탈북자가 북송되어 당할 엄청난 고통을 세상에 밝혀 구원의 손길을 잡으려는 피맺힌 절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