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읽's comment :
평균 2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인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정신적 비타민처럼 달콤쌉싸르하게 읽힙니다. 집중해서 읽을 필요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실생활과 삶의 태도에 대한 유용한 조언들을 얻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재기발랄한 책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책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이 책의 원제는 『Help!』인데, 번역서의 제목으로 '행복중독자'라는 단어를 쓴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이 책은 주로 저자가 소위 행복중독자들을 꼬집으며 그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지적할 필요가 있는데, 책 속에 어떤 구절은 원제를 알아야 그것을 겨냥한 재기발랄한 문장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번역하고 출판하는 쪽에서 주석이라도 달아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다음의 마지막 문장이 그것인데, 재기 넘치는 책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준다.
「어느 휴일 작정하고 쉬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결심했을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 여러분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별히 결심까지 했으니 잘 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절대 편히 쉴 수가 없다. 책 제목에 느낌표를 하나 찍는다고 해서 그 책이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니다(물론 일부 예외는 존재한다).」
기존의 성공 비결들을 의심한다
이 책은 목차가 별 의미가 없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지면 연재하던 칼럼들을 모아서 재구성한 것이 이 책이기 때문이다. 평균 2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들이 적지 않게 모여서 제법 두툼한 책이 되었다. 독자들에게 반응 좋았던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라서 그런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지루하지 않고 경쾌하게 읽힌다. 인기 좋은 칼럼들이 대개 그렇듯 이 책 내용들도 유머를 곁들인 촌철살인식 표현들로 가득하다. 주로 그 공격적인 표현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소위 성공비결이나 처세술이나 자기계발 관련한 얘기들이다. 분명 세간에는 비판 받아 마땅한 허울 좋은 낙관주의나 그럴 듯한 자기계발 이론들이 널려 있기에 이런 저자의 공격은 속시원하기까지 하다. 이런 얘기들이 담겨 있는 이 책의 1장은 그 제목부터 해학적이다. 「제1장 - 변신 로봇 꿈꾸는 사회」.
「30일 만에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약속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21일 만에 거의 모든 것을 바꾸는 방법Change Almost Anything in 21 Days』, 『7일 만에 인생을 바꾸는 방법change Your Life in 7 Days』, 『단 하루 만에 인생을 바꾸는 방법Shape shifter: Transform Your Life in One Day』 등과 같은 더 허황된 구호를 내세운 책들도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90분 만에 인생을 바꾸는 방법Transform your Life in 90 Minutes』이다.」
「유감스럽게도 데이트, 우정, 인맥구축 등을 주제로 한 이와 유사한 제목의 책들이 세상에 수없이 많이 나와 있다. 너무나 작위적이고 영혼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이런 종류의 책들은 자기계발서의 중요한 바탕을 이루고 있다.」
자기계발 서적을 비판하는 또 다른 책,
『나는 감옥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
실생활과 삶의 태도에 대한 신선한 제안들
한편으로 이 책은 최신 심리학 이론이나 실험 결과들 중에 그 함의가 우리에게 명백하고 실용적인 것들로 두루 소개한다. 그러면서 각종 제안들을 내놓는데, 그 중 기발한 것으로 심리에 기초한 저축 방법이 있다. 비단 실용적인 제안만 아니라 '행복'을 대하는 삶의 전반적인 태도에 대한 다양한 제안들이 등장한다. 그 제안들은 기존의 믿음이나 관념 등을 반박하면서 제시되곤 하는데, 그 제안들을 반드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해도 그 자체로 재밌고 유익하다. 하지만 어떤 것을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보고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저런 방식으로 한 번 보자 하는 식의 제안들이 그 자체로 흥미로워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제안들 중 적어도 한 가지는 직접 자기 삶에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행복이란 이런 작은 시도들을 조용히 뒤따라오는 것이라 볼게다.
「매일 1달러(약 1,140원)[아니면 1파운드(약 1,800원)]씩 따로 빼놓으라는 것이다. 사실 그 정도 금액은 웬만큼 사는 사람이라면 큰 부담 없이 빼놓을 수 있는 금액이다. 그냥 그 1달러를 어딘가에 썼다고 생각하라. 처음 그렇게 시작한 다음 옆으로 빼놓는 돈의 액수를 조금씩 늘려가라. 신기하게도 인간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자신의 지출내역을 알아서 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