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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문학 교과서가 좋았어요
게시물ID : readers_253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른영혼
추천 : 8
조회수 : 4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01 19:58:31
고딩때 저는 다른 과목은 몰라도 문학 시간만큼은 재밌게 들으려 노력했어요

다른 애들은 재미없다고 문학쌤들 뒤에서 까고 그랬는데

저는 교과서로 배우는 시와 소설들, 이론이나 작품들을 배우는게 행복했던 것 같아요

밑줄 좍 긋고 정답찾는 거 되게 열심히 했어요. 물론 정답이나 찾으려고 문학을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 저는 교과서 작품들 읽다가 가끔 눈물이 흐른다.... 그랬어요 ㅋㅋㅋ

수능공부 하면서 문제집 풀다가 막 김수영 시 읽고 와 죽인다 쩐다 그래서 문제가 뭐였지? 답 맞춰보면 한개 맞고 다 틀리고 ㅋㅋㅋㅋ

저는 사실 문창과에 가고 싶었어요

근데 실기는 꿈도 못 꿀 형편이었고 앞뒤 꽉꽉 막힌 엄마는 무조건 글쓰는 걸 반대한데다가 일단 제 성적도 한참 미달이었어요. 순풍산부인과 미달이.... 죄송합니다 ㅋㅋㅋ

결국 타협점을 찾아 국문과에 들어갔는데 사실 내신성적이랑  면접전형으로 들어간 거였어요. 수능 언어 등급이 진짜 끔찍하게 나왔는데 ㅋㅋㅋㅋ 다들 저 수능 등급 맞은 거 듣고 깜놀해 막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뭐... 국문과에 들어가서 문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으나 4년 내내 그 어떤 기대들도 모두 오티강의에서 깨져버리기 십상이었고 성적은 이미 옛날에 요단강을 건너갔어요 깔깔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수능 공부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결국 여기서도 정답만 요구하는구나. 뭔가 감수성을 느끼고 감상할 여지따윈 주지 않고 오로지 논문쓰고 서술식 답변만 쓰게 하는구나. 

제가 글을 좋아하고 쓰겠다고 맘먹은 이유가 글 몇단어 몇문장에 들어있는 뭔가 신기한 힘 때문이었는데.. 그게 사람 마음을 요리조리 흔드는게 참 신기해서 계속 이 길을 걷겠다고 한 건데

아까 베스트 올라온 글도 그렇고.... 문학과 함께 사는 사람들한테는 너무나도 피곤하게만 느껴져요. 

문학이 도대체 뭘까요. 그렇게 공부해도 결국 질문에는 답을 못찾겠어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나라 문학판은 너무나도 복잡한 문제를 갖고 있으니까 그냥 막막하기만 해요.

저는 그래도 문학을 버리지 못해요. 

매번 내가 왜 이딴 걸 하고 있을까.. 차라리 경영학과 나와서 적당히 취업해서 먹고 살 일만 고민할걸. 가끔 그런 생각도 할 때가 있지만요

그러면서도 이 애증의 관계를 끊을 수가 읍써 ㅠㅠ

마약도 이것보단 끊기 쉬울지도 몰라요. 제가 창밖으로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앞으로는 글도 쓰고 책도 많이 읽을 생각이에요

저는 다작을 하지도 않았고 다독을 하지도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할래요. 앞으로 쓸 게 무진장 많고 읽을 것도 무진장 많은 거라고 생각해야죠ㅋㅋ

언제부턴가 상처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사람들이 받으며 사는 상처요. 

때론 상처가 사람을 성숙하게도 하지만

사람을 죽이기도 하잖아요

사람들이 받는 그 수많은 상처들이 궁금해요

그래서 그런 글들을 읽고 쓰고 싶어요

지금 깨작깨작 거리는 것들이 있는데 제가 살면서 겪어온 상처들에 관한 거예요

어렸을 적 받았던, 어른이 되어서 받았던, 아무 이유없이 받았던, 군대에서 받았던, 얼마 전에 받았던

그 모든 상처들을 글로 쓰고 싶어요

상처들과 마주보고 화해하고 치유해줘야 다른 사람들 상처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문학 교과서를 읽다가 눈물 훔쳤던 것처럼 다른 분들도 제가 쓴 글을 읽다가 아주 잠깐 마음이 흔들려 줬으면 좋겠어요.

두서도 없고 긴 글이지만 그냥 하고 싶은 얘기 막 써봤어요.

저녁 맛나게 드세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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