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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는 왜 불편한가?
게시물ID : readers_253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3
조회수 : 539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6/05 02: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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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예로부터 이 땅은 천한 각설이도 타령 뽑고

백정에 쌍놈도 노동요를 외는데

선비가 학식을 갈고 닦는 일이란 지금과 비교 안 될 만치 매우 무게 있는 행위로서

왕과 나랏일에 자신을 받치기 위한, 뼈를 깎는 엄격한 단련이었습니다.

근데 그 경건한 격에 맞게, 신성하리만큼 위중하던 서당에서

어떻게 미물인 개가 풍월을 읊었을까요?


양반 백성 너나 하고 옛 삶을 엿볼 수 있는 전통 그림과 민화를 보면

돼지 닭 같은 가축과 달리 개는 일상 속에 친근히 녹아든 걸 알 수 있습니다.


농업이 근간이던 때 소를 우공으로 치하야 했지만

그래도 코에 고삐가 있고 말엔 안장과 병장기가 돼지는 우리가

닭은 볏짚으로 된 산란장이 있는데

개한테 만큼은 고생도 안 시키고 푹 쉬라 마당까지 내주었습니다.

유전자 코드가 사람 손을 살갑게 타니 "애완"의 목적이 있던 거죠.

오수의 개 구전을 알면 견공이란 말도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고요.


태생이 늑대인지라 주인과 무리를 보호하고

영역을 지키며, 피 냄새를 맡습니다. 애교야 덤으로 안 쳐도,

개는 죽은 것보다 산 것이 유용하다는 전제로

그 역사가 길어, 단군의 땅에서만 사람과 오 천 년을 진화했고

여느 동물보다 말과 몸짓을 잘 이해하게 돼 반려라는 단어를 성립시켰죠.


yo, 유용한 건 소도 일 하는데 왜 잡아먹나요?

위 의문에 응답하듯 조선 시대에 와 소 도축은 불법이 됩니다.

사고로 일 못 하거나 죽은 소만 관청에 알린 뒤 고기로 썼죠.

근데 인류의 소 발견은 아득한 원시, 야생 들소와 조우에서 비롯되는데

야생 들소가 수 세기를 거쳐 완전히 길들기 전부터

인류는 이미 고기 맛을 기가 막히게 알았어요.

소는 식량으로서 가치가 더 컸고, 노동력을 대체한 건

생각보다 폭넓은 역사를 갖고 있지 않죠.

그래서 조선의 왕이 우금령(밭 가는 소 죽이지 마) 내려도 별 소용 없던 거고요.


다시 개 이야기를 하자면

세계 각지 원시인 무덤에서는 개와 묻힌 흔적이 여러 발견되는데

이는 종을 초월한 "신뢰의 관계"로 해석됩니다.


"길든 개는 주인을 물지 않는다"는 말이 와 닿는 대목이고

영적인 개념이 실재라 여겨졌던 그 암흑시대에서

함께 묻힌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교감이 되었단 뜻이죠. 


씨족사회는 늑대를 관찰하며 사냥을 배웠고

두면 도움 될 거란 판단 하에 길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식용으로도 쓰인 모양이지만

굳이 야생 들소, 멧돼지같이 육즙이 풍부한 고기를 두고

사납고 민첩하며, 가죽도 안 쓰는 걸 죽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견피와 낭모피狼毛皮는 세공 기술이 발달 된 한참 뒤에나

추운 지방에서 고급 의류 안감으로 쓰였죠.


한 번 사람의 손을 탄 늑대는 음식 찌꺼기가 고팠던지 잘 따랐어요.

죽든 말든 밥 안 줘도 알아서 제 배 채우니 손해 볼 것도 없고

내쫓아도 어느샌가 촌락 근처까지 와 영역을 지키는데

사냥감도 몰고 하는 짓이 영 영특하다 이 말이죠.


그렇게 늑대는 쌍방의 생존을 도모하는 구성으로

인류가 초대를 준 첫 짐승, 개로 순응해갔습니다.


현 문명의 햇수는 그리 길지 않아요.

개를 고기로 취급한 시간 이전, 훨씬 오랫동안

용맹한 개는 사냥의 스승이자, 영역의 수호자였으며

양 떼가 길 잃지 않게 지키는 효율적인 파수꾼이고

인성의 나약한 특징인 외로움을 달래준 친구이자

주인과 묻히거든 저승길까지 동반하는, 특별한 유대를 지녔죠.

그 기특함 탓인지 개에 대해선 이런 격언도 있군요.


"거둬 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제 몸을 보신으로 주인한테 받치는 가여운 동물이다"


범인류의 역사 중, 개와 상생에 포커스를 맞추자

"죽은 것보다 산 것이 유용한 짐승"을 고기로 두는 건

당연히 과반수가 본능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유전자에 입력된 데이터 중 회반죽 도시빛 기간은 짧고

개를 키운 씨족사회의 경험은 현재까지 영향을 주니까요.


단언컨대 개고기를 우호적으로 생각지 않는 자가 더 많죠, 중국 포함해도.

음식 문화를 존중해달란 관점에서 떨떠름한 취급 받는 문어나 달팽이완 달라요.

그것은 그냥 입에 못 대는 거지, 유독 개고기만 그러는 윤리적 잣대를 걸진 않거든요.


아무튼, 조선 시대 때도 개고기 찬반 토론이 치열했고

근데도 관련 도축법이 아직 개정된 적 없어요.
저는 서양권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는데
이승만이 개고기 때문에 영부인 눈치 본 일화도 있죠.

인정할 건 시대가 변했고, 개는 첨단 삶에 도움 안 되요.
마음의 병 위로받는 것도 애견 한해서며
자연 한가운데 움집 짓고 사는 극소수만이 사냥개의 도움 받아 수렵을 업으로 삼죠.
산 개의 유용함은 마약탐지나 수색 등 보통 시민의 살림과 동떨어져 있고
그 유지에 필요한 개체 수도 아주 조금이면 되요.
나머지 싹 다 된장 바르죠, 뭐.

근데 개고기가 씨발 엿 같은 게
만약 0.1그람의 연민이라도 있다면 제발 믿어 봐요.
슬픈 건 단 하나, 극도로 비위생적인 도살 현장이죠.
개 같다 이거에요.

살아서도 사지에서 사는 것이 소 돼지 가축이라지만
굽 달린 짐승은 유통법 기반을 둬 먹이와 우리가 있는데

개만 왜 "인류와 긴밀했던 유전자 코드를 지닌 채"
구원을 바라는 눈동자로, 피가 쏟아지는 그 순간까지 낑낑거리며
사신이 가죽 벗기는 과정을 느껴야 하느냐 이 말입니다.
가장 돈 안 들기에, 그 더러운 순익이 설계한 진짜 개죽음을요.

솔직히 개고기 먹는 거 보면
저자는 돼지 소 잡는 거보다 더한 잔혹함을 알면서, 알면서도...
아니 그냥 제가 마음이 약해서 슬픈 탓이니
먹는 사람 잘못이라 할 순 없지만
알면서도... 먹는 짓이 왜 밉지 않겠습니까...
사람을 위해 흘릴 눈물이 조금씩 주는 거 같아서 저 자신이 싫어요.
이래서 기분이 개 같다고 하나 보네요...

결론은?

바뀌는 거 없겠죠, 개고기 두고 또 개 같이 으르렁 싸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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