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이상형 있듯이 여자도 이상형 있다. 남자들이 예쁘고 날씬하고 낮에는 정숙, 밤에는 요녀에다 집안일 끝장나게 하면서 직장 나가 돈도 벌어다 주고, 시부모 봉양도 잘하고, 애도 반듯하게 잘 키우는 여자를 원하듯이 여자도 잘생기고 돈 많이 벌어서 내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게 해주고, 오로지 나만 위해주는 남자 원한다. 둘다 개인적인 이상형에 그친다면 비난받을 일이 못된다. 각자 참한 여자 원하고 참한 남자 원하는 걸 남이 뭐라 그러겠냐. 끼리끼리 맞아 살면 그만이지.
문제는 남자들은 그 이상형을 떠벌리고 다니면서 그걸 여자들에게 '이대로 따르라'고 압박 들어가고 강요하는 것을 당연시하는데 여자들은 이상형에 대해 공개적으로 벙긋하면 '조건(=돈)만 밝히는 뇬'으로 낙인찍고 비웃어 댄다는 거다. 자기들은 잣대 있는대로 휘두르며 여자들이 그저 조건 없이 자기들'만' 봐주기를 원하고 강요하는 주제에 여자들이 조건을 입밖으로 내면 조건'만' 밝히는 여자로 몰아세우고 골빈 년 취급해댄다. 이런 불공평이 어디 있냐? <-이렇게 얘기하니 모 남자 선배는 '그게 왜 불공평해? 남자가 바라는 건 그냥 순수한 사랑이야!' 해대는데.. 지랄하신다.
내 직업이 남자들이 아내가 가졌으면 좋겠다고 선호하는 직업 순위에 들어간다. 덕분에 주위 등쌀에 떠밀려서 선 몇 번 봤는데, 졸라 웃겨 주시더라.^^ 만나면 첫눈에 반했다느니, 이상형이라느니, 이렇게 참한 여자는 처음 봤느니 해대다가 내가 '그런데 결혼하면 직장 그만둘 거에요.' 라고 한 번 떠보면 그 순간 연락 끊기거나 '웬만하면 결혼(누가 너랑 결혼하냐, 누가.)하고도 일은 계속 해달라' 라고 요구하더라? 제일 골때리지만, 제일 솔직했던 어떤 남자는 '글린다씨가 결혼하고 직장 계속 다녔으면 좋겠어요. 남자 혼자 버는 거 힘들거든요. 그리고 글린다씨 직장이 오후 시간이 비니 우리 애도 전혀 걱정 없겠네요. 그리고 나는 집에 오면 집안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예쁜 글린다씨가 따뜻한 저녁 준비해놓고 목욕물 같은 것도 받아두고 앞치마 입고 마중하러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우리 어머님 모셔야 되는 건 알고 있죠? 우리 어머님이 집에 계시면 글린다씨도 안 심심하고 좋을 거에요. 집안일도 나눠서 하고. 글린다씨가 육아휴직 할 필요없이 우리 어머니가 애기 봐줘도 되고.' 하더라. 이 남자 너무 솔직하지 않니? 순수한 사랑도 물론 있지. 내가 저거 다해주면 정말 마음 바쳐 사랑해 주겠다는데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더라.
기가 막혀서 저 남자 거절하고 나니까 술먹고 전화와서 욕하면서 그러더라. '나는 글린다씨가 사람만 보는 정말 순수한 여잔줄 알았어요! 저는 소박한 꿈을 얘기했을 뿐인데... 역시 여자들은 조건만 따지는군요. 제가 여자를 정말 잘못 봤네요.'하더라. 그래, 돈 벌어다주고 몸 대주는 가정부 생활을 안 하겠다고 한 나는 순수한 남자의 꿈을 짓밟은 여자가 되는 거로군?
남자들이 꿈꾸는 소박한 결혼생활에 대해 듣기 싫은 것은, 그 밑바닥에 여자의 희생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펄펄 뛰겠지만, 남자들의 소박한 꿈에는 '동등함'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결여되어 있다. 여자가 애 낳아주고, 돈 벌어오고, 집안 살림하고, 돈 안 받고 공짜로 잠자리도 해주고, 남자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수지맞는 장사가 잘 없지. 남녀 회원 공존하는 까페에 어떤 남자가 글을 올렸었는데, 글 내용이 '여자친구가 자기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한다. 내가 외동아들이고 우리 부모님이 하나뿐인 자식이라고 정말 잘 길러주셔서 나는 꼭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데, 여자친구도 외동딸이라 자기 부모와 멀리 떨어질 수 없으니 중간에 집 얻어서 시댁과 친정을 번갈아 오가자고 한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피곤하게. 명절 때 제사 다 지내고 나면 하루 정도는 친정에 보내줄텐데... 우리 부모님이 모시기 싫은 건가?' 여자들은 보고 왜 여자친구가 결혼하기 싫다고 하는지 이해가 간다고 댓글 달고, 이 글 아래로 남자들은 줄줄이 시부모를 모시기 싫다니 저런 버릇 없는 여자랑 헤어지라고 댓글달더라. 그러면서 삼종지도에 여자들의 부덕이 어떻고 하닥 급기야 요즘 여자들 배가 불러서 저런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말야. 재미있지?^^
여자들이 왜 독신을 꿈꾸느냐고? 당연히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불평등 속에 몸바쳐 희생할 각오가 안 서니까 그렇지. 남자들이 저런 상황을 서운하게 여기고 여자 욕하는 것도 나는 어떤 면에서는 이해가 간다. 편안히 잘 살아왔던 입장에서야 이해가 안 가고 어리둥절하겠지. 남자인 나는 행복하고 편안하고 딱 좋았는데 쟤들이 왜 저럴까, 그거 아냐.
툭하면 우리 엄마들은 이렇지 않았다고 하는데, 널 낳아준 엄마야 자기 배속에서 나온 자식이니 어쩔 수 없이 책임지느라 그런거고 모든 여자가 널 낳는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왜 너희 엄마가 되어야 하냐. 엄마같은 여자가 되어달라는 말만큼 모욕적인 것은 없다. 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다 내주고, 끌어안아 줘야만 하는 건데? 그런거 요구하는 놈이 덜떨어진 놈인데, '우리 엄마같은 사람이 좋아요.' 하는 말이 그냥 통하는 거 보면 소름끼친다.
출처 : 글린다님 개인 블로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늘의 유머에 이 글을 올리는 건 참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왜나하면 기본적으로 이 사이트는 남자들의 사이트이고, 오유인들의 유머는 여성비하가 상당합니다. 그런 유머가 있었나 긴가민가하시죠?
여자들의 외모 개그, 조건 보는 여자들에 대한 비하글, 혹은 전혀 상관없는 게시물에도, 쥐도 새도 모르게 녹아있는 여성비하.
근 8년간 오유인으로써 살아가는 저에게 여자 관련 글은 피해가야 되는 유머글이었고, 한번쯤 똥 밟을 때면 속상해져서, 오늘의 유머를 한동안 끊기도 했습니다.
저 위의 글을 보고서 분명히 많은 논란이 일어날 겁니다. 여자들은 안그러냐? 저런 남자가 어딨냐? 혹은 다른 의견들이 많이 달리겠지요. 그런데 이 글이 왜 여성들의 사이트에서 큰 동감이 되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이 글에 대해서 덧붙일말이 많고,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분노에 찬 리플 기대합니다.
로그아웃하고 글 올리는 것에 대해서 죄송합니다.
ps 참고로 함께 일하는 부부 사이에서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준다느니 하는데, 집안일은 함께 하는 것이지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