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10쪽)
2) 선택의 결과가 아닌 것은 장점이나 실패로 간주될 수 없다. (153쪽)
3)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49쪽)
4) 더 이상 살 만한 가치가 없는 순간을 어떻게 확정할 수 있을까? (485쪽)
5) 대답 없는 질문들이란 바로, 인간 가능성의 한계를 표시하고 우리 존재에 경계선을 긋는 행위다. (226쪽)
6) 내게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506쪽)
7) 뇌 속에는 시적 기억이라 일컬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지대가 존재해서
우리를 매료하고, 감동시키고, 우리의 삶에 아름다움을 주는 것이 기록되는 모양이다. (336쪽)
8)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17쪽)
9) 배우란 어렸을 적부터 익명의 군중에게 자기 모습이 노출되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이다.
천부적 재능과는 아무 상관없는, 그렇지만 재능보다 훨씬 심오한 그 무엇인 이 근본적 동의가 없다면 누구도 배우가 될 수 없다. (313쪽)
10)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358쪽)
11)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도록 두 번째,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진 않는다.
역사도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다. (357쪽)
12)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9쪽)
13) 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논문 주제가 있어야 해. 그런데 어느 것에 대해서나 논문을 쓸 수 있으니 주제는 무한대로 널려 있어.
그렇게 해서 써 낸 원고 뭉치는 자료실에 산더미처럼 쌓이고 그것은 무덤보다도 쓸쓸하지.
무수한 저작물, 문장의 눈사태, 양의 광적인 팽창 속에서 정작 문화는 실종되지.
당신 나라에서 금서가 된 단 한 권의 책이 우리네 대학들이 토해 낸 단어 수억 개보다 훨씬 의미 있어. (172~173쪽)
14)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을 도와주는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439쪽)
15) 누군가를 동정 삼아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37쪽)
16) 아! 얼마나 끔찍한가!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자들의 죽음을 미리 꿈꾼다! (488쪽)
17)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482쪽)
18)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이 욕망은 오로지 한 여자에게만 관련된다.)
19) 세상에는 폭력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있다. (185쪽)
20) 권좌에 앉은 바보가, 단지 그가 바보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88쪽)
21) 범죄적 정치 체제는 범죄자가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발견했다고 확신하는 광신자들이 만든 것이다. (287쪽)
22) 질문이란 이면에 숨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무대장치의 화폭을 찢는 칼과 같은 것이다.
앞은 이해 가능한 거짓말이고 그 뒤로 가야 이해 불가능한 진실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411쪽)
23) 인간은 이 행성의 주인이 아니라 단지 경영인에 불과하고 어느 날엔가 경영 결산을 해야만 할 것이다. (468쪽)
24) 신이 정말로 인간이 다른 피조물 위에 군림하길 바랐는지는 결코 확실하지 않다.
인간이 암소와 말로부터 탈취한 권력을 신성화하기 위해 신을 발명했다고 하는 것이 더 개연성 있다. (465쪽)
25) 화성인에 의해 마차를 끌게 된 인간, 혹은 은하수에 사는 한 주민에 의해 꼬치구이로 구워지는 인간은
그때 가서야 평소 접시에서 잘라 먹었던 소갈비를 회상하며 송아지에게 사죄를 표할 것이다. (466쪽)
출처 |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