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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행복해라..
게시물ID : humorbest_2539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종로구청
추천 : 76
조회수 : 2396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12/01 04:32:12
원본글 작성시간 : 2009/12/01 00:44:58
내가 고2 때 너를 만났었지..

그 때 너는 밝게 웃으면서 1년 꿇어서 고1이라 했었고..

드럼 동호회에서 만나 같이 놀기도 하고 형들 눈 피해가며 따로 대학로에서 놀기도 하고 그랬었지..

내가 드럼을 치면 넌 옆에서 노래를 불렀고..


이제서야 말하지만 그 때 사실 난 널 좋아했었다?

예전에 만났을 때 너가 말했지?

"너 나 좋아했었잖아!"

나는 아니라며 부정을 했었지만 사실 좋아하긴 했었어..^^

내가 널 좋아하게 된 건..

미용실 놀이하자며 너가 내 머리를 감겨줬던 그 때부터였어..

비록 나중엔 마음을 접었지만..

웃기지? ㅎㅎ

예전에 만나서 애기했을 때 넌 기억 못 하더라..


오늘 미니홈피 방명록 들어가니까 너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갔다며 네 친구가 글을 남겼더라..

진짜 솔직히 그 글 보고 '이건 무슨 개소리냐' 라고 했었어.

누구라도 당연한 걸꺼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데 누가 한번에 그걸 믿겠니..

그 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 전화를 걸었지.

그리고 그 글이 사실이라는 것도 확인하고..


하지만 믿지 않았어.

믿기 싫었을지도 몰라.

왜 갑자기 이렇게 되야 하는건데??

짜증을 내며 휴대폰을 열고 네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지.

5번 정도였나..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정말 이렇게 간절하게 누군가가 내 전화를 받아주길 원한 때가 없었던 거 같아..

밥 먹고 다시 전화를 걸었어.


'엇? 연결음이다!'


찰칵-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한번에 알았지.

이건 네 목소리가 아니다..


"아~ 전 XX 친구인데요! 혹시 소식 듣고 전화하신 거예요?"

"네.."


맞구나.. 너 하늘나라로 간 거 맞구나..


그 때부터 다시 멍- 해지더라..

원래 내일 저녁쯤 장례식장에 가려고 했는데 내일 오전 9시에 입관식이 있다길래..

아무래도 내일이면 늦을것 같아서 부랴부랴 미용실 가서 길었던 머리를 깔끔하게 다듬고..

단정하게 정장을 입었지.

그래도 마지막인데 깔끔한 모습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하하..


밤 10시쯤에 차 몰고 장례식장에 도착했어.

솔직히 그 때까지도 반신반의였어..


근데 들어가서 딱 보이는게..

네 영정사진이더라...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을 잃은 네 어머님은 넋이 나가셨고..

조의금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지갑에 있던 2만원 밖에 봉투에 넣질 못해서 정말 미안해..

아마 계속 너에겐 미안함 뿐일 거 같다..


이젠 널 볼 수 없겠구나..

환하게 웃으면서 날 보는 모습도 못 보겠고

같이 티격태격 싸우지도 못할테고..


하늘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말이야..

난 예전처럼 다시 드럼을 칠 거고 넌 옆에서 노래를 불러줘..

넌 노래 참 잘했는데.. 그치?


옛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온다야..

보고싶다..


하늘에서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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