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인 레이EV는 지난해 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됐다. 경차 레이를 바탕으로 한 레이EV의 가격은 4500만원이다. 서울시는 전기차 보급을 위해 민간에게도 구입보조금을 지급해 씨티카 등 전기차 셰어링업체가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사진=기아자동차)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어? 이거 시동 걸린 게 맞아? 왜 아무 소리가 안나지?”
‘씨티카’라는 이름이 붙은 전기 자동차와의 첫 만남은 이런 어리둥절함으로 시작됐다.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긴 했는데 계기판에 불이 들어온 것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액셀을 밟으니 스르륵하며 그제서야 차가 앞으로 나간다. 놀이공원에서 타 본 범퍼카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달리는 도중에도 엔진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엔진없이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차량이니 소리가 없는 게 당연했지만 엔진소리에 익숙한 기자는 달리는 내내 신기했다. 대형마트 지상주차장의 급경사 언덕을 오르는 데도 밀리는 느낌은 없었다. 차량의 운행 성능에 있어 일반 차량과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가속 성능은 일반 경차보다 훨씬 나았다.
씨티카는 빌려쓰는 전기 자동차다. 운전면허가 있는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빌려쓸 수 있다. 24시간 대여하는 비용은 7만원이다. 30분 단위로 예약할 수 있다. 30분 사용료는 4500원이다.
LG CNS의 자회사인 에버온이 차량 임대 시스템 전반을 운영한다. 서울시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차값의 일부(서울시 1500만원 환경부 1500만원)와 충전기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전기차 임대 사업자를 공모해 에버온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에버온은 4월 초부터 서울시내 23곳에 무인자동차 대여소 겸 충전소를 설치하고 전기차 44대를 구입해 셰어링 사업을 시작했다. 제공되는 차량은 기아차에서 출시한 전기차 ‘레이EV’다.
서울 도봉구 창동 공영주차장 씨티존에 주차된 씨티카 레이EV(사진=김용운 기자)
예약은 씨티카 홈페이지(citycar.co.kr)에서 한다. 회원으로 가입한 뒤 도봉구 창동 공영주자장에 주차된 2대의 씨티카 중 1대를 예약했다. 예약과 동시에 휴대전화로 “예약하신 차량의 사용시작 예상 충전량은 100%이고, 예상 주행 가능 거리는 80km입니다”는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차량은 도봉구 창동 공영주차장 동쪽 구석의 씨티존에 얌전히 서 있었다. 충전기를 차량에서 떼어내고 티머니 카드를 차량 전면 유리창 왼쪽 하단 인식기에 대니 차량 문이 열렸다. 차량 열쇠는 운전석 오른쪽에 줄로 고정되어 차량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게 해 놨다.
도봉구 쌍문동에서 국도 3호선을 이용해 경기도 동두천시까지 약 왕복 70km 되는 길을 달려봤다. 속도계가 시속 120km까지 무리 없이 올라갔지만 그 이후에는 가속력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2~3분 남짓 에어컨을 틀고 고속운행을 하자 충전게이지 눈금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운행 누적거리 35km 정도를 넘어서자 충전량 눈금이 절반이 됐다.
충전량이 40% 정도로 떨어지자 앞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가 몇 Km 남았다는 알림음이 내비게이션에서 흘러나왔다.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은 방전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차를 빌린 창동 공영주차장까지는 갈 수 있을 만큼 충전량은 남아있었지만 막상 경고음이 들리자 내심 불안해졌다.
출발지였던 창동 공영주차장에 다시 도착하니 달린 거리는 75킬로미터. 충전 게이지엔 아니나 다를까 경고등이 들어왔다. 처음 차를 빌릴 때 8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고 했으니 거의 비슷한 결과다. 차를 원래 자리에 주차시키고 다시 충전케이블을 연결시켰다.
▲알아두면 유용한 씨티카 이용법 세가지
1. 주행 도중 배터리가 부족하면 시티카에 내장된 내비게이션을 통해 가까운 충전소를 찾으면 된다. 서울과 경기 일대에 40여곳의 충전소가 있다. 이용하기 전 사전에 충전소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급속 충전할 경우 약 20~30분이 걸린다. 충전은 무료다.
2. 대여료는 30분당 4500원이지만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는 1만원에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주행거리가 20Km를 넘어가면 추가 1km당 750원을 받는다. 현재 4월 말까지 오픈 이벤트로 요금을 30% 할인 해준다.
3. 씨티카는 서울시 공영주차장에 공짜로 주차할 수 있다. 혼잡통행료 면제 혜택도 있다. 문의 1661-7766.
전기차는 시동을 걸어도 엔진소리가 없어 시동 여부를 체감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동을 걸면 계기판의 조명이 자동으로 켜진다(사진=김용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