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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밤,
나는 여자친구와 침대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여자친구는 장난기 가득해 내 위에 올라탔고 간지럼을 태우기 시작했다.
간지럼을 누가 먼저 태웠는지는 기억이 안나는걸보니 내가 먼저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여느 장난처럼 여자친구는 간지럼을 태우며
내게 요구했다.
항복해
그리고 나는 그 말이 이상할정도로 나오지 않았다.
머리속에서는 이건 고문이다. 나는 포로로 잡혔다는 묘하고 유치한 상황을 떠올리며 참아냈고
결국 재미도 없었는지 여자친구는 한참 태우며 발버둥치는 나와 웃다
되게 잘 버틴다
하며 웃었다. 그리고 그떄의 나는 그게 뿌듯했다.
나는 잘 참아내는 사람이라.
문득 떠올랐는데 난 참 뻣뻣한 사람이였다. 항복 항복 이라는 말로 여느 장난처럼 부드럽게 넘어갈 일이 아니였나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내가 올라타며 장난을 쳤더라면, 그런 성격이였다면
좀 더 부드럽게 살았지 싶다.
나는 참는 것을 참 잘해왔더라.
그렇게 유별나게 굴고 불같았던 마음에 나도 그 사람도 태워버렸던 첫 연애에서도.
내 끝은 모자라기 그지없었다.
불완전연소.
화학시간에 배운 기억으로 완전연소를 하지 못하면 재가 남는다고 했던것 같다.
마음속에 재가 가득하다.
너무나 솔직하게
나에게 내가 없으면 어떡하냐했던 그 아이의 모습에.
아무말도 안하고 고개를 돌리고만 있던 내 모습을 아마 그 아이는 화가나서 그랬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자꾸 자신을 보라며 울며 나에게 다가오던 너를 없는 사람마냥 자꾸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흘리던 얼굴을 가린걸 너는 얼마나 무섭고 아프게 느껴졌을까.
그 때의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있던게 아니였다.
화는 처음이였을뿐.
그 때의 나는 상처받았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자괴감으로 이어져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너를 보기를 무서워했었다. 생생히는 아니지만 그 날의 후회와 자괴감은 지금의 내 정신에도 이어져있는 듯 하다.
내 머리속에서 하던 생각은 그 순간의 내 감정이자 내 감정이 아니였던 것 같다.
그 때도 나는 널 생각하면 내가 헤어져야 한다고 그 생각에 집착적으로 매달리고 있었다.
너를 위해서..라는 위선으로
언젠가 뜨거운 감자가 되어있는 인터넷 게시물을 본 적이 있다.
사랑해서 헤어질 수 있느냐.고
그때도 그리고 얼마전 까지만해도 내 대답은
그렇다. 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럴 수 있다 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러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인 것 같다
당시의 너는 말했다.
너가 좋고, 같이 있고 싶은데 부끄럽다고.
심지어 부끄럽다는 부분은 직접 너의 입으로 말하기 힘들었어서
나에게 되물었었다.
알지 않냐고.
그리고 내 대답은
직접 듣고싶다고 였고.
아아. 진실은 종종 너무나 가혹하고 아프며
어린 영혼들은 우리들은 간혹 그 아픔에 매료되 파고들어 결국 그 피로서 멈추게 되는 것 같다.
당연히 알고있었다.
믿고싶지 않은 것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알았을때부터 너와 서로를 불사르던 밤의
내 머리속에는
내가 이 아이의 약한모습을 지탱해주기때문에
날 벗어나지 못하니
내가 벗어나야
너도 정말 좋아하는 혹은 사랑을 할 수 있겠구나
이 생각으로 가득했다 정말이지 내 심장까지 짓눌려버릴만큼 가득했다.
그렇게 나는 내 얼굴을 가리고 계속 울었다.
밖에 나와서도 길에서 방황하면서도 계속 울었다.
후회심이 느껴졌던 것 같지만 뭘 후회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같은 생각으로 도망쳤던 몇년 전과 다르게
그 생각으로 난 너를 떠나려 했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나는 알았다
내가 후회하는 것과
당시의 나는 미련할 정도로 잘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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