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다뎀벼] Peace,,, 어린시절 나의 진돗개
게시물ID : humorbest_254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뎀벼
추천 : 41
조회수 : 1538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2/06 08:01:02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2/05 19:29:12
   개란 동물은 참으로 영물입니다. 주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사람들도 자신의 주인의 성향을 그때그때 파악하기 힘들거늘,,
 
   오늘 누군가에게서 자신이 키우는 개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개주인인 자기가 집에 들어 올때면 반드시 그놈이 마중을 나와야 하는데,
   마침 피곤하여(?) 잠이라도 잤을 요량이면,
   뒤늦게 주인에게 온갖 아양과 애교를 부린다는 겁니다.
   발랑 뒤집혀서 배를 하늘로 까고 헥헥~ 거리면서 말이죠.
 
   그걸 보면 얼마나 순하고 착한 동물인지,, 하고 느낀다는 겁니다.
   그리고 곧이어 중첩되는 생각으로, 이놈의 나이를 생각하고,
   늙어 죽을때를 생각하면, 그만, 눈물이 난다는 거죠.
   정말, 어떻게 떠나 보내 주어야 할까요. 10년의 생이 다하면,,
   그렇치 않습니까? 생각해 보세요. 그녀석도 가족이니까요,
 
   저는 많은 개를 키웠습니다.
   아버님이 개를 좋아하고(물론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요),
   저역시 개를 좋아하기에(저 역시 먹는것도 좋아합니다),
   어린시절 셰퍼드, 스피츠, 치와와, 발바리, 일본땅개에 이르기까지
   키워보지 않은 개가 없었습니다.
 
   문득 중학교 1학년, 비명에 숨진 진돗개 Peace를 떠올립니다.
   국민학교 4학년 시절,
   감기에 걸려 코끝이 바삭바삭 말라가며 죽은 치와와의 죽음이후,
   제가 보여준, 너무 심한 마음의 상처에 충격 받으신 부모님이,
   두번다시 개를 키우지 않겠노라고 하셨다가,,,
 
   동물 키우기를 너무나 좋아하시는 아버님의 간곡한 청에 못이긴 어머님이,
   맘이 변하여서 제가 국민학교 6학년때, 당시로서는 거금인 30만원과,
   독일산 셰퍼드 한마리를 얹어서 진돗개 한마리를 데려왔었습니다.
 
   우리집에 올때 그녀석의 나이는 8개월,
   앞에 불리워 졌던 이름은 잘모르겠고, 우리집에서는,
   가정에 평화를 가져다 달라는 의미로, 이름을 Peace라고 지었습니다.
 
   Peace 그녀석,
   1주일 동안을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개집 밖으로도 나오지 않더니,
   어느날 큰 맘먹고 닭다리 하나를 들고 접근한 저에게,
   조그마한 자신의 맘을 열더군요.
   그리고선 저와 Peace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드랬습니다.
 
   국민학교 6학년, 서울서 이사온지 얼마되지도 않고,
   말투와 행동에서 부산의 억센 아이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었던 저로서는,
   집밖으로 나가기를 당연히 꺼렸고, 그 틈을 Peace가 메꾸어 준것이죠.
 
   Peace 그녀석,
   넓은 마당에서 저와 항상 뛰어놀며, 컨디션이 좋을땐 저를 태우기도 하고,
   밖에 나갔을땐 동네 개구쟁이들로 부터,
   저를 지켜주는 보디가드 역할도 하였지요.
 
   지금도 눈앞에 기억이 선합니다. 오징어 땅콩을 하다,
   불합리한 규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나를, 서울 다마내기라고 놀리며 돌림빵을
   주는 동네애들에게(애들의 집단적 난폭성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요)
   만화와 같이 등장해서 저를 구해주었던 Peace.
 
   Peace 그녀석,
   그녀석은 저를 진정한 자신의 주인으로 알았던 겁니다.
 
   우리집에는 아버지의 사업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렸는데,
   어른몸만한 개가 낮에 집 마당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게 할수는 없는 노릇이라,
   낮에는 끈으로 개집과 Peace를 묶어 두었다가,
   어스름 저녁이 되면 풀어놓는 시스템을 적용했었습니다.
 
   밤에는 자유로운 Peace, 낮에는 굴레의 몸이 되는 Peace.
   어느날엔가 옆집 강 변호사 아저씨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그 도둑의 행방이 묘연할 저녁무렵,
   끈풀린 Peace는 우리집 앞마당 감나무 깊숙이 숨어있던 도둑을 물고 나왔습니다.
   그 무시무시한(자루에 낫이 들었더군요) 도둑이 Peace에 다리를 물리우고,
   질질 끌려나오는 모습이라니,,,
 
   그 이후, Peace는 우리동네에서 꽤 알려진 영물이 되었고,
   그 덕택에 저는 Peace주인 이라는 영광스런 별명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79년, 중학교 1학년 박정희의 죽음. 부산 동명목재의 부도,
   그리고 우리 아버지, 동양강철의 부도, 이어진 아버지의 도피,
   집에는 스산한 기운으로 우울한 음영이 드리워 졌습니다.
 
   아무도 진돗개 한마리에게 관심을 기울일수 없었죠.
   아무도 진돗개 한마리에게 눈길을 줄수 없었죠. 심지어 저마저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때면, 자신은 곧 자유롭게 된다는걸 아는 Peace,
   그녀석은 항상 3미터 높이의 우리집 담위에 항상 걸터 앉았더랬습니다.
   그리고선 지는 해를 보면서 자신의 묶인 사슬을 풀어줄 주인을 기다리는 거죠.
 
   그러나, 그러나, 아무도 그녀석을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Peace의 존재를 잊어 버렸으니깐요. 무려 3일 동안을,,
   빚쟁이들이 모두 몰려가고 난 뒤, 멍청히 마루위 샹즐리에를 응시하던 어머니,
   불현듯 소스라쳐 밖으로 뛰어나가셨고, 곧이어 들린 비명소리.
 
   삼촌은 저를 잡으셨습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려고.
   어머니와 삼촌은 쉬쉬하셨고, 저는 무슨 영문인줄 몰랐습니다.
   정말 몰랐었습니다. 무슨영문인지.
 
   시간이 오래 지난후,
   몇달의 시간이 지난후, 삼촌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끈에 목이졸려 담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Peace의 이야기를.
 
   보지 않았지만 눈앞에 너무나 선하게 그려집니다.
   삼각형의 머리에 쫑긋한 귀를 가지고,
   활활타는 눈빛으로 목이 졸려가며, 감겨가는 자신을 몸을 뒤틀며,
   제 주인을 원망하면서 죽어간 Peace의 모습이,
 
   삼촌이 그러더군요. 정말 똑똑한 개구나. 영물이구나.
   저를 기억해주지 않는 곳에서 살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게지.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오히려 맘이 편합디다.
 
   어처구니 없이 죽어간 Peace는 평화라는 자신의 이름과는 전혀 반대의,
   끔찍한 죽음을 2살도 채 살지 못하고 맞이했던 게지요.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죽은 Peace.
   Peace 그녀석은, 어린시절 저의 뇌리에,
   자랑스러움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준 유일한 매개체 였습니다.

   ...............

   오래전 적었던 우리집 개 Peace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때에 적었었던 통신의 게시판은 이제 죽은 게시판이고....
   ...... 그렇군요, 이러고보니 다시 살수도 있겠군요.......

   너무 지루하다고 벌써, 야단은 치지 마십시오...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