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코드가 '바보'다. 정말 이것만큼 현재 나를 잘 표현해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풍랑맞은 배마냥 이리저리 휩쓸려 살아온지 20년을 넘어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지금도 흘러 가고 있다. 내삶은 정말 '평범' 그 자체였다. 학교생활은 비교적 원만했고, 친구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쉬는시간에 장난칠 정도는 있었으며 성적도 중간 이상 갔었던...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성격은 내성적이었고... 정말 부끄럼을 많이 탔었다. 그렇게 나는 아무 문제도 없었고, 아무런 행운도 없었으며, 시련도,걱정도,괴로움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큰 불행인지 지금 이지경이 될때까지 몰랐다. 이십몇해의 짧은 내생에서 내세울것이 하나도 없다. 거창하게 직업적 성공이나 명예, 학벌, 돈, 여자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여덟해 동안의 기억할 만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이루어 놓은것도 없다. 그동안의 세월이 허무하게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살아왔던 것일까? 언제나 내인생은 고등학교라는 시계추에서 멈춰버려 여기까지 와버린것 같다. 어쩌면 그 이전에 나의 시간은 멈춰 버린것 같다. 지금도 허상을 꿈이라고 자위하며 달려가는 중에도, 언제나 공허하다. 쥐지도 못하는 목표로 아등바등 하며 딴데 눈을 돌릴 겨를이 어딨냐고 자조 하면서도, 다른 성공한 벗들의 모습에 열등감을 느끼며 채찍질하는 순간에도, 다들 사람답게 사는데 난 무얼했냐는 물음이 머리를 드민다. 항상 선택의 순간에서 안정만 바랐던 나의 선택이 나를 슬프게 한다. 미성숙된 시절에 같은 선상에서 달렸던 벗들은 이탈해서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는데, 나의 삶은 출발선에서 그들이 달려가고 있는것을 바라만 보는 느낌만 든다. 그런 와중에 생각한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겠지. 나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주제에 자신은 그것에 빗겨나가 있는 듯, 정말 세상이 좋아 죽겠다는 듯 겉모습만 그럴듯 하게... 너무나 너무나도...후회가 된다. 차라리 노는 것이라도 원없이 놀지 그랬냐, 공부라도 죽어라고 해보지 그랬냐, 죽고 못사는 연애라도 그럴듯하게 해보지 그랬냐.... 이 바보는 그런것도 못한다. 놀줄도 모르고, 공부는 늘상 열등생에, 이성은 쳐다도 못본다. 이제는 안다. 내가 정상이 아님을...인생에 바닥이 있다면 난 그 바닥에 발 딛고 서 있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살다간 혼자 살 수 밖에 없음을...그 비참함도. 인생을 다안다고 떠들어 대던 패기도 조금은 수그러 들었고- 있었는지도 의문이지만- 내 잘못도 알았다. 고쳐야 한다. 변해야 한다. 한없이 움츠리던 나는 다시 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발버둥이다. 몸부림이다. 이번 겨울은 길기도 할 것같다. 내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시기인 것 같다. 나 같은 바보가 여기에도 있다면 너만 혼자 거기에 있는게 아니라고, 나도 너와 함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거기 흔들리는 이십대야 같이 몸부림치자. 언젠가 만나 안아보기라도 하자. 너는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