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잔 후 12시간이 넘어간다. 창문을 통하여 비스듬히 내려온 햇빛이 오랫동안 어둠속에서만 번뜩이던 내 눈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곧 그 아픔도 잠시다. 햇빛에 익숙해지고, 난 케케묵은 암내와 입냄새를 동반한 채 비틀거리며 욕실로 향한다. 확실히 어제 수면유도제를 2개나 삼킨 것에 대한 댓가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댓가로 그간 밤샘에 익숙해진 나의 육체를 고작 저녁 8시에 잠들게 한 수면유도제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5일 동안 감지 않은 머리를 거의 두피가 벗겨지도록 박박 긁는 것은 그동안 묵어버린 비듬을 긁어낸 다기 보단. 가려움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훨씬 컸다. 그다음엔 치카치카. 3일 동안 닦지 않은 입은 광합성이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내 5일 만의 육체 소독도 끝, 말라붙은 눈꼽도 말끔히 떼어내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부엌으로 가니... ‘아아아악!’ 설거지 투성이다. 혼자 사는 난 의외로 깔끔한 성격이라(집안에 대해서만 그렇다는 것이다.정작 난 희안한 결벽증 환자라서 집안을 말끔히 해놓지 않으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내 몸을 안 씻는 것에 대해선 아무 느낌이 없다.) 망할자식들! 식충이 버러지 놈들! 속으로 연신 그놈들을 씹어대는 것은 그 놈들이 못 말리는 밥도둑놈 때문이다. 술 마시러 왔다가. 쌀과 반찬을 거덜 내가는 자칭 친구새끼들. 할 수 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한다. 5년 동안 하루 같이 설거지를 한 탓에 난 그 많은 때 묻은 그릇들은 금방 청결하게 하고나서, 냉장고를 여니... ‘아아아아아아악!’ 왠 빈 반찬그릇만... 우라질녀석들! 또 다시 녀석들에 대한 씹음이 이어지고 난 청바지에 검은색 난방을 입고 집 앞의 할인매장으로 향한다. 흉하게 바퀴다린 그것(이름 까먹음)을 끌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터라 난 한손에 계란 한판과 그 위에 네모난 햄 한 덩이, 그리고 반찬 코너에서 오징어무침과 무말랭이들을 사고 그것을 들고 계산대로 가 계산했다. 곧 두손엔 꽉 찬 봉지를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햇살을 받으며 집에 도착하여 반찬과 햄 계란을 냉장고에 넣는다. 우선 밥부터 안칠걸... 하는 후회의 생각을 한 후 밥통에 쌀을 담고 물을 부어 세네번 씻어 물을 버리고 알맞을 정도의 물을 담아 전기밭솥에 넣고 전원을 넣었다. 그 순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꺼내줘! 꺼내줘!“ “누, 누구야!” 순간 놀랐다. 이 집에 사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잘못 들었나 싶었나 하여 고개를 돌리니... “여기야! 여기야!” 어디서 부르는 걸까? 혹시나 예전부터 살고 있었던 하우스엘프 같은 것은 아니겠지? 하며 난 해리포터와 비밀의방을 너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며, 자신에게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멍청아! 여기라니깐!” 허... 입도 거친 것이 하우스엘프는 아니겠군. 난 조심조심 귀를 기울이며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다. 음... 그렇게 멀리는 아닌데. 오히려 무지 가까이! “바보야!” 순간 난 내 다리를 내려보았다. 아니 정확하게 내 바지. “이 멍청이가 여기라니깐!” 주머니? 소리가 들려 온 곳은 주머니였다. 손을 넣자 확실히 무언가가 물컹이 잡혔다. 이게 뭐지? 불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꼭 고기 같은 촉감. 그것을 집어 자세히 보니... “엄마야!” 놀라서 그것은 놓치고 말았고, 그것은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아야야야!” 비명도 질렀다. “뭐, 뭐야” “가,감히 네가 날 땅에 떨어뜨렸겠다.” 확실히 소리는 그... 고기덩어리에서 나는 것이었다. 난 고개를 숙여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육점에서 파는 깨끗한 고기도 아니고 어니서 난자당해 떨어져 나온 때 묻은 고기였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 고기가 미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순간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니, 니가 말했니?” 그러자 버럭 그... 것이 말했다. “어서 날 들어 올리지 못해!”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여자의 소리는 꽤 고았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말인가? 입도 성대도 허파도 없는 고깃덩어리가 말을 하다니... “날 들어 올려! 어서!” “아, 알았어” 여자의 목소리에 위축된 난 할 수 없이 그것은 손위에 올려놓았다. 찝찝하다. “니, 니가 말 한 거니?” “그래!” 그 고기덩어린 말을 할 때 마다 미세한 떨림이 있는 것이 보였다. 으 징그러워~ “어서 날 모시지 못해?” 이거 참...
그 후 2일 뒤인 오늘까지 난 그녀(?)를 모시는 척 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모시고픈 마음은 없었으나 그러지 않으면 계속해서 듣기 괴로운 소음을 내지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고깃덩어린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나와 있고, 또 손의 형상이 갖춰져 가는 것이... 꼭 태아 같았다. “네 정체가 뭐냐?” 이미 목은 예쁘장한 처녀의 생김새가 확실해 난 그녀의 눈을 보며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녀의 가지런한 입술이 가느다랗게 열리며 말이 새어 나왔다. “내 이름은 토미에, 날 보고 느끼는 것이 없니?” 일본식 이름? 하지만 어떻게 한국어를? 그녀는 고깃덩어리일 때보다 비교적 의젓해 졌다는 표현이 맞을까? 시끄럽게 소리 지르지도 않았고, 성숙한 처녀와 같이 고은 미소많은 지을 뿐이었다. 다만... 그녀의 변신 과정을 다 지켜 본 나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낄 수 감정은 없었다. 이런 나의 행동에 그녀는 계속해서 나에게 호감을 보내왔다. 다리가 생기기 전과 이미 몸이 전부다 형성 된 지금까지... 그것은 내가 외출을 하고 돌아 왔을 때 일이다. 평소처럼 방에 들어가니 불은 꺼져 있었다. 나는 벽을 더듬어 스위치 온! 하니! 방안에 전기가 시초엔 빛들이 쏟아내려 내 시야 확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때 난 아! 하는 감탄사가 아닌 놀라움의 표현에 입을 다물지 못 했다. 토미에다. 토미에는 현재 자신의 몸에 타올을 걸치고 무표정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마침내 다 생겼니?” 그녀는 나의 말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도 없이 나에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리고 이내 나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다. “뭐 하는 거지?” 가식적으로 들리나? 맞다. 하지만 아무리 예쁜 처녀라도, 그 상대가 토미에라면... 거부 반응이 생긴다. 왜 만화책에서처럼 난 그녀의 마력에 홀리지 않는 걸까?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왜지?” “뭐가?” “왜냐고!” “만화책을 봤거든...” “......” “미안.” 그녀는 내 가슴에 묻은 얼굴을 떼어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웃고 있었다. 적의도 아니고 행복도 아닌 그냥 웃음... 그저 아무 의미도 담지 않은 웃음. “아하하하하하!” “왜 웃지?” “그 내 매력의 5%로도 그리지 못한 만화를 봐서 뭐 어쨌다는 거지?” “그래 네 매력의 5%도 그리지 못한 만화지만 너를 알기엔 충분하지” 그녀는 곧 웃음을 지우고 나를 지나쳐 방을 나갔다. 난 돌아서서 그녀가 집을 나가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 순 없지!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 “어디가지?” “나에 대해 다 안다면, 알 것 아닌가? 널 놀리는 맛은 없었지만. 즐거웠어 바이” “그게 마음대로 될까?” “뭐야?” 팔로 그녀의 목을 휘감아 도망치지 못하게 한 후 방으로 끌어갔다. “안돼지 안돼! 만화책을 봤으니 더욱더 널 가게 할 수 없지 안 그래?” “어쩔거지?” “난 사실 한국 첩보요원 KBE의 요원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짤렸지. 그리고 여기서 널 풀어 주면 우리나라에 입을 피해가 크다.” “그거 웃기려고 하는 소리야?” “맞아. 하지만 널 여기서 풀어 주면 많은 가정의 가장들이 널 보고 홀리게 되어 상상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고로 난 여기 널 감금할 것이단 얘기다.” “뭐라고?” 그녀는 황당하단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뿌리치려 했다. “꺄악 이거 놔! 누가 좀 도와줘요!” 당황한 난 손을 들어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만화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음산하고 낮게 말했다. “탈출을 시도 할 시엔 가차 없이 휘발류로 널 화형 시키겠다. 고기 한조각 안 남기고.” 그녀의 격렬한 반항이 조금 누그러지자. 난 손을 떼었다. 그리고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떨리는 눈이 두렵기 두려운 모양이다. “허튼 수작은 안 하는 것이 좋아. 난 이미 백수니, 널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토미에!” 그것은 토미에에게 있어 악몽의 시작이었다. ================================================== 심심해서 적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