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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기획 실무자가 써본 게임 기획자의 이야기 - 1부 -
게시물ID : gametalk_2548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ANEdad
추천 : 24
조회수 : 1683회
댓글수 : 89개
등록시간 : 2015/05/20 15:35:28
안녕하세요. :)

오유로 넘어온지 이제 한 사오일 정도 지난듯 하네요. 
여러가지 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듯 해서 재미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오유 분들 너무 따듯해요!!

간혹 글을 읽다 보면 꽤 많은 분들이 게임 개발에 뜻을 두고 계신듯 해서 몇글자 적어 봅니다.

다른 개발 직군은 잘 모르지만 기획쪽에 대해서는 아는 대로, 그리고 제 경험을 토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글은 편하게 반말체로 씁니다. 껄끄러우신 분들께는 미리 죄송합니다.


1. 게임 회사에 취직하다.

02년 8월 제대를 하고 나서, 자취를 하면서 프리랜서로 일을 할 때였음. 당시에는 PC방이 같은 건물에 두세개씩 있을 정도로 PC방 붐이 일때라 당연히 PC방에 자주 간 시기.
물론 집에서도 게임이 가능했지만 친구들 만나면 당연히 PC방 아님?

그러던 중 친구가 새로나온 온라인 게임이라면서 M 이라는 게임을 같이 하자고 꼬심.

본인 포함 친구 3명이서 ㄱㄱㄱ!

약 6개월 후....

혼자서 폐인처럼 게임을 계속함 ㅠㅠ 친구들은 이미 접거나 다른 게임으로 이사감. 망할 놈들...-_-

날 꼬신 친구들이 게임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폐인 모드 였음. 

당시 서버 랭킹 5위권 내에 들 정도.....ㄷㄷㄷㄷ;;;;


그러다가 게임 GM으로 부터 귓속말을 받음

GM: 하이?
본인: 무슨일?
GM: 게임에 건의 할거 있음?
본인:아...많음. 

이러면서 약 15분간 혼자 타자를 치면서 게임에 대해 건의를 함

GM: 핸폰 있음?
본인: 왜요?
GM: 번호 알려주면 ㄳ
본인: 018-xxx-xxxx

바로 전화가 옴
아래는 통화 내용

GM: 실은 나 GM이 아니라 게임 회사 사장임. 니가 하는 바로 그게임 회사 사장임.
본인: 음?-_-;;;
GM(이하 사장): 너 게임 더럽게 열심히 하더라? 건의 사항도 꽤 맘에 들고? GM으로 일해 볼래?
생각 있음 서초구 xx동 xxxx건물로 와라

본인: 네..


다음날 바로 찾아갔고 이틀후부터 출근.


2. GM 은 어려워
GM으로 일하기 시작

서버 5개 게임인데 GM은 꼴랑 세명.......

세명이서 3교대로 일함. 나중에는 2교대로 바뀌었지만 그건 뭐...

가장 기억에 남는건 길드 해킹건

요약
1서버내 가장 큰 길드의 창고가 해킹으로 탈탈 털림

길드 마스터가 메일을 보내지 못해 길드원들이 단체로 메일을 보냄

알고보니 50대 어르신(그것도 여성!)이 길드 마스터임

로그 조사 ㄱㄱ

확인 결과 360여개의 아이템이 여러 계정을 거쳐서 마지막에 동일한 계정으로 옮겨짐

이래저래 잘 마무리 하고 모든 아이템을 원래 대로 되돌려 줌 (롤백 아님...일일이 수작업으로 다 찾아줌 ㅠㅠ 2명이서 하느라 약 4일간 밤샘)

그리고 응급실 ㄱㄱ;;;;;



3. 기획자로 전직
약 7개월 GM을 하면서 동접도 꽤 늘었고, 수익도 꽤 늘었음

개발 팀 및 임원진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음

어느날 새로이 PM이 왔음 (원래 PM이 없었다고 새로옴)

난 원래 하던대로 계속 건의서 및 수정 방향 (밸런스 및 콘텐츠 편의성)을 정리 해서 올림

PM: 어디 GM 따위가 이런거 올림?

본인: 네?

PM: GM은 그냥 서버 온오프나 잘 시키지...

좀 황당했지만 개발쪽 리더라 참았음.

근데 웃긴게 이때 부터 기획팀이 물갈이 됨.

결국 PM 쪽 인원들로 기획팀은 싹 다 갈림

문제는 이때 부터 시작...

기획팀이 일은 안하고 놀기만 함. 당연히 다른 파트에서 불만 폭주

AD(그래픽 팀장쯤으로 보면 됨): 기획서가 나와야 일을 하죠? 다음 콘텐츠 기획서 언제줌?

프로그램 팀장: 기획 설계 문서 안줌? 다음 콘텐츠 업뎃 안함?

PM: 알아서 할게. 말 많네...


결국 다른 팀장들이 빡쳐서 사장님께 건의.

사장님 대노하여 PM짜르고 기획팀 새로 인력 충원 시작.

이때 전직 퀘 시작

사장님: 너 나가라.

본인: 네?

사장님: 너 나가서 한 반년만 기획 공부해라. 내가 지원 해줄게. 알았지? 내일 부터 공부해

본인: 네? 네? 네....


그래서 결국 다음 날로 그만두고 기획자 공부 시작함. (근데 정말로 지원해 주심. ㄷㄷㄷ;;; 이 사장님이랑은 아직 연락함)

당시에는 게임 아카데미나 학원, 학과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서버 팀장, 그래픽 팀장님이 주신 기획서, 회사 공유 폴더의 모든 기획서 (당시 회사는 패키지 게임도 만든 경력이 있기에 기획서가 꽤 많았음)
를 보고 공부함.

그리고 서점에서 게임 개발 관련 책들 사서 공부 시작.

VBA, 포토샵, C++ 등 문서 관리, 그래픽 및 프로그램 관련 공부들도 조금씩 시작.




4. 어느새 기획 팀장
약 반년 후에 다시 그 회사로 갔음. (레알...이럴줄 몰랐음. 지금 생각 해도 신기함)

본인이 미친듯이 하던 그 게임 기획자로 갔음. 이때 진짜 몰래 울었음. ㅠㅠ

하지만 게임은 이미 내리막길. 

이때 사장님 호출.

사장님: 니가 하고 싶은대로 다음 업데이트 해봐

본인: 네? 그러다가 잘 안되면...

사장님: 걱정마. 어차피 기존 기획팀이 말아 먹은게 너무 커. 그리고 신규 프로젝트 준비 됐어. 니가 알아서 해봐.
말아 먹어도 내가 책임질게. 너 이 게임 좋아하자나. 좋아하는거 끝까지 해봐.

본인: 네 ㅠㅠ (감동)

자취 방을 회사 앞 50미터로 옮기고 약 3달 동안 문제점 보완, 밸런스 보완, 업데이트 기획까지 미친듯이 일했음.

생각보다 반응은 좋았음. 동접은 많이 늘진 않았지만, 복귀유저가 상당히 많았음.

밸런스 부분도 좋아져서 나름 좋은 글들이 게시판에 꽤 올라옴.

업데이트는 반반.


이 당시 회사는 신규 프로젝트로 수십억 투자를 받음
당연이 신규 프로젝트로 거의 모든 인력 이동.

기존 프로젝트에는
본인, 3년차 프로그래머 (클라이언트), 2년차 GM 2명, 신입 서버 프로그래머, 3년차 그래픽 팀원 2명.

이게 끝...


그래도 팀을 끌고 나가야 했고, 게임은 계속 굴러가야 했음.

팀원들 잘 다독여서 다행히 현상 유지는 계속 했음. 매출도 나쁘진 않았음.




05년 사장님이 다시 호출

사장님: 중국 가라.

본인: 네???

사장님: 니가 하는 게임...중국에서 계약 하자고 연락왔어. 계약은 이번달 내로 될거고.
먼저 가서 내부 테스트랑 클베, 오베 준비 좀 해줘.

본인: 언제 나가요?

사장님: 여권 있지? 비자는 사오일이면 나오니까...다음 주에 나가라.
숙소는 알아 놨어.

본인: 네...



1부끝.

글을 재미 있게 쓸 능력이 안되서..죄송합니다.ㅠㅠ

반응 안좋으면 글은 여기까지 ㅎㅎ

반응 좋으면 다음 이야기도 써볼게요.

다음 글은 중국내에서의 게임 오픈 이야기, 이직, 미국 개발자들과의 협업, 창업, 창업 후 뒷통수 맞음 등등등....입니다. :)


기획 지망생들에게 선배로서 조언 
(제 말이 정답은 아닙니다.)

1. 책 많이 보세요. 인문학, 심리학, 도시 설계 등등 어떤 책을 읽어도 기획자에게는 공부가 됩니다.
만화도 좋습니다. 단, 너무 만화만 보시면 안되요.

2. 다른 파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래픽 기초, C++기초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코딩을 하거나 모델링, 매핑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프로그래머가 현상을 설명해줄때, 그래픽 디자이너가 설명을 할 때 알아들을수는 있어야죠.

3. 글이 많다고 좋은 기획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 콘텐츠의 핵심을 하나의 그림 혹은 도형으로 이해 시킬줄 알아야 합니다.
글 많으면 다른 팀에서 안봐여. 레알임...

4. 설득과 고집의 경계를 잘 구분하세요.
말이 좀 이상하죠? 설득과 고집이라니..근데 언젠가 기획 실무 하시다 보면 느끼실거에요.

설득을 할 것인지, 고집을 부려서 밀고 나갈 것인지...이거 되게 어렵습니다.


5. 자기가 좋아 하는 게임에 대해 수만 가지 생각을 해보세요.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해 수만 가지 생각을 해보세요.

그리고, 생각의 결과물들을 정리해 보세요. 그게 기획 실무의 시작 입니다.


6. 엑셀 공부 많이 해두세요.
VBA는 기본이요, 여러가지 함수들을 바로 바로 써먹을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기획 선배들의 엑셀 문서를 보는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 나라 업계에는 기획자가 참 많습니다.

욕을 제일 많이 먹는 것도 기획자요. 칭찬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개발팀입니다. (응???)

맞아요. 그냥 그런게 기획자에요.

그래도 개발의 알파요 오메가는 기획자라고 생각해주는 팀 만나면, 기획자가 되길 정말 잘했어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사기꾼이 제일 많은 것도 기획자지만 진국이 많은 것도 기획자라고 생각 합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생각을 멈추지 마세요!
출처 본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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