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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기획 실무자가 써본 게임 기획자의 이야기 - 2부 -
게시물ID : gametalk_2548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ANEdad
추천 : 58
조회수 : 1996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5/05/20 17:40:00
안녕하세요. 오늘 다시 인사 드리네요. :)

제글이 베스트라니...ㄷㄷㄷ;;;

오유 분들은 너무 따듯합니다!! 사...사...사..아니 좋아합니다. :)

못보신 분들을 위한 1부 글 링크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063206&s_no=1063206&page=1


원래 몇일 정도 후에나 글을 쓸 생각 이었는데...빌드가 큰 문제 없이 되어 버리는 바람에 급 시간이 남네요.


그럼 미천한 글로 2부 시작하겠습니다.


1. 중국...애증의 땅

중국 북경에 갔습니다. 아아...처음으로 외국을 갔는데...일때문이라니 ㅠㅠ

이쪽 회사에서 게임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는게 느껴집니다.

아직 클베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총경리(당시로는 GM팀장, 운영 총괄 정도?)도 뽑고 GM팀도 벌써부터 20명이 넘습니다. ㄷㄷㄷ 대륙 스케일!!

중국 회사 사장님이랑 인사를 합니다.

어..한국 분이시네요.

게임쪽은 잘 모르시지만, 게임쪽이 대세가 될듯하여 게임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십니다.

음...뭔가 좀 깨름칙 하네요.



번역이 벌써 마무리 되었고, 이제 콘텐츠 및 밸런싱 현지화 작업이 남았습니다.

아...
아...
아...

배가 고픕니다. 일을 너무 열심히 했나봐요 ㅠㅠ

밥을 시킵니다. 중국은 도시락 배달이 일상화 되어 있다고 하네요.

번역(조선족) 동생이 물어 봅니다.

번역 동생: 형..뭐 드실래요?

본인: 그냥 흔히 먹는거 시켜줘. 단 고기! 고기! 고기 반찬!

번역 동생: (뭐지 이 육식동물은....라는 눈빛) 네...-_-;;


밥이 왔습니다.
한솥 밥만 시키면 나오는 그거 있죠? 그거...

그거의 한 두배되는데 엄청나게 쌓아 줍니다. 밥을...

근데 반찬은 밥의 1/4도 안되네요 젠장..

그리고 향신료!! 아오 샹챠이!

결국 밥을 몇숟가락 뜨고 맙니다.

이후로는 패스트 푸드 점을 애용하고 결국에는 위장 현지화에 성공하여 마라탕 및 왠만한 향신료는 버텨 냅니다.



2. 클베 하는데 수익이라뇨?

현지화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 됩니다. 클베 1차라 광고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요 꽤 많은 유저들(중국이라고 보면 많지는 않을라나요...ㅠㅠ)이 게시판을 방문합니다.

이거 이거...느낌이 좋습니다. 누군가가 태클만 걸지 않는다면.

약 3~4달 동안 현지화 작업도 마무리 되고, 이제 1차 클베를 진행 합니다.

아...동접이 오릅니다. 올라요!!!

으악..서버가 죽었습니다.

서버 개발자에게 물어 봅니다. (당시 신입 서버 프로그래머와 함께 갔음)

본인: XX씨...서버 자꾸 죽는데 로그 좀 뽑아 주세요.

서버 개발자: 네


로그 확인 중....

로그 확인 완료!

본인: 이거 데이터 테이블이 이상한데요. 여기서 자꾸 죽어요. 테이블 확인 해보세요.

서버 개발자: 아까 팀장님이 주신거 그대로 올렸는데요.

본인: 음...네? 그대로?

이런..이런...

아버지, 어머니... 어쩌죠..저 큰일 났어요..



당시 중국내 인터넷 속도는 정말 느렸습니다. PC방도 마찬가지 였구요.

그래서 데이터 테이블을 압축해서 줬는데..그걸 그대로 올렸다고 하네요. 

이건 제 책임입니다. 새로 오신 분께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하던대로 줘버린 제 책임입니다. ㅠㅠ


본인: 번역 동생아 공지 띄우고, 서버 내리라고 말해줘. 서버 개발자 님은 압축 풀어서 테이블 다시 올릴 준비 해주세요.

뭐...다행히 클베라 큰 클레임 없이 지나갔네요.


그리고, 무사히 클베는 종료.

그래픽 업그레이드를 위해 2차 클베를 하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PP카드 마케팅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오호!!!

문제는 이제 발생합니다.

중국 회사 사장님이 부릅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중국 사장님: xx씨..근데 이거 수익은 언제 나지?

본인: (당황하지 마라. 이분은 게임을 모르시는 분이다.) 아..네 설명 드리겠습니다. 게임을 런칭하는데에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야지만 수익이 납니다.

중국 사장님: (뭔가 마뜩잖은 표정입니다.) 네..



3. 우울증

중국에서 어느새 7개월째

같이 왔던 한국 개발자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았습니다.

숙소로 쓰는 40평대 아파트가 너무 넓습니다. 작은대로 간다고 해도 계약 기간 남았다면 그냥 쓰랍니다 ㅠㅠ

중국쪽 사장님은 일주일에 5번 정도 수익 얘기만 하십니다.

중국 인력들이랑 친해져도 결국에는 한국 사람이 그립습니다. ㅠㅠ


결국에는 수익 때문에 일이 벌어 집니다.

중국 사장님: 수익이 너무 느린거 아닌가? 이거 게임이 개판이라 그런거에요? 뭐 좋은 게임이라면 벌써 수익이 나왔겠지...

본인: (순간 빡침) 그럼 어떻게 할까요? 서비스도 해보기 전에 접을까요? 그리고 게임을 만든 당사자 앞에서 그렇게 얘기 하시는건 예의가 아니죠

중국 사장님: 그럼 빨리 수익이 내던가!

본인: 모든 게임들은.....(설명, 또 설명, 중복 설명) 입니다.

중국 사장님: 에이...몰라!


부모가 보는 앞에서 애를 욕하는 겁니다. 저건...그래요. 메이저 게임은 아니지만 못나도 내새끼 랍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결국 그 회사와는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회사와 계약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진행 되는 현지화....(무슨 회사마다 현지화 기준이 틀린지 ㅠㅠ)




그렇게 중국 북경에서 1년 조금 넘게 있었습니다.

돌아온건 밀린 급여와 우울증 입니다.

네..

한국쪽 회사에 문제가 생겨서 출장비는 고사하고 월급도 밀렸네요.

잘못하면 국제 미아 될뻔..ㄷㄷㄷ

번역 동생에게 물어 물어 최저가로 다시 한국에 왔습니다.




4. 이직
한국 회사에 오니 참담합니다.

으리으리 하던 사무실에서 쪽방으로 모든 짐을 옮겼고...너무 비좁아 앉아서 개발할 자리도 없는듯 보입니다.

밀린 급여가 근 2천이 넘습니다.


사장님: 미안하다. 내가 할말이 없다.

본인: 괜찮습니다. 그래도 사장님 덕분에 기획자가 될수 있었어요.

사장님: 개발자 몇명 더 알아보고, 콘솔 게임 온라인 이식으로 큰회사랑 딜해볼거야. 같이 가자.

본인: 네.


딜은 성공 합니다.

기존 회사는 접고 회사를 옮깁니다. 제 인생 처음 이직 입니다.

연봉도 꽤 올랐습니다. 그럼 뭐해요...이미 신용 불량...

그 회사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건 수용하면 팀 꾸려 준다고 합니다.

1. 콘솔 게임의 PC 온라인 이식

2. 당시 국내 서비스를 접었던 M게임의 리뉴얼

1번도 좋지만 2번이 저를 다시 불태웠습니다.



온라인 이식 작업은 일본 회사와의 계약 문제로 프로젝트 드랍됩니다.

뭐 상관 없습니다. (이기적인 사람 맞습니다 ㅠㅠ)

리뉴얼이 저를 기다립니다.

개발자들에게 서비스 종료된 게임은 가슴에 묻습니다. 가슴에 묻더라도 다시 한번 이녀석에게 심폐 소생술을 해봐야 합니다.


다행히 이직한 회사에서도 리뉴얼에 힘을 실어 줍니다.

팀원들도 손발이 잘 맞습니다. 개발을 하는것이 너무 재미 있습니다.


회사에서 대만 서비스도 할테니 가서 테스트 좀 해보랍니다.

좋습니다. 대만으로 갑니다. 이미 중국에서 단련된 몸 대만쯤이야...


대만은 좋네요. 음식도 좋....아..몸살 감기가 걸립니다. 몇달 동안 야근을 했더니 몸이 버티질 못합니다.

결국 타지에서 앓아 눕습니다. ㅠㅠ

호텔이 아무리 좋아도 몸이 아프면 좋은 곳이 아닙니다.


대만 내부 테스트는 성공적입니다. 대만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이라도 하네요.

기분이 좋습니다. 이녀석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니까요.


한국으로 왔습니다

다시 즐겁게 일합니다.

이주일이 지났을까...

회사에서 프로젝트 드랍 소식이 들립니다.

같이 왔던 전회사 사장님은 쥐도 새도 모르게 회사를 떠나셨습니다. (이후 약 7년간 연락이 안됩니다.)

결국 그녀석은 제 가슴에 묻고 제 외장하드에 모든 데이터를 묻습니다.



5. 신작 MMORPG

08년 중반인가 09년 초반인가....회사에서 신작 MMORPG를 제시 합니다.

원래 패키지용으로 만들던 건데 알파 버전 정도 빌드 되었다고 합니다.

하아..그녀석을 외장 하드에 옮긴지 일주일도 안지났는데..

물론 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존 팀으로만 진행 했습니다. 

네...미친 짓이었습니다.

리뉴얼도 아니고 패키지 게임을 온라인화 하고 MMORPG로 재설계 (그냥 다시 개발하는 수준)해야 하는데..회사에서는 지원이 별로 없습니다.

망할...그래도 개발은 좋으니까요 :)


1차 클베를 합니다.

이게 왠걸??? 반응이 좋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좋습니다. 회사에서도 의외라고 합니다.

갑자기 지원이 좋아 집니다. 미국 개발 스튜디오랑 협업하라고 합니다


네...생각지도 못했던 미국엘 가게 생겼습니다.




- 2부 끝 -


글을 쓰면서 왠지 가슴이 뭉클하네요. 제가 처음으로 불태웠던 게임을 가슴에 묻은 기억 때문일겁니다.

3부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세일즈 빌드가 다음주라..내일부터는 크런치 모드 일듯 ㄷㄷㄷ;;;

오늘은 왜 글을 두편이나 썻냐고 추궁 하시면!!!

베스트 갔자나요 :) 잇힝~~ 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해봅니다.


3부는 미국 B사 출신 개발자들과의 만남, E사의 기업 문화, 미국 개발자들의 쏘쿨함, 퇴사 및 창업에 대한 이야기 정도가 될듯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개발 일을 하고 계시며, 도전 하고 계시네요.

네. 저희는 부나방입니다. 주위에서 뭐라하든 게임 개발할거니까요. ㄷㄷㄷ




p.s: 완고 하신 아버지 이야기

이건 제 처음 회사 사장님께 들은 이야기


처음 회사에서 기획자로 열심히 일하고 있을때 였음.

회식 자리에서...

사장님: XX..너 명함 아버지 드렸지?

본인: 네. 드렸죠. 무슨 일 있으세요?

사장님: 아버지한테 전화 왔다.

본인: 네?!!!!

사장님: 너 짜르래. 게임 같은거 만들놈 아니라고, 건축과 장학생이 왜 게임을 만들어야 하냐고 소리 치시던데. 크크크크

본인: ㅠㅠ 죄송합니다.

사장님: 니가 왜? 이 업계 이런일 많아. 그냥 니가 노력해서 인정받아. 그럼돼

본인: 네. ㅠㅠ


네 실화 입니다. 지금은 아버지도 제 일 인정해 주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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