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 같은 외로움 탓에 성감대 긁다 잠이 깬다.
무수한 털 갈기로 자란 고독을 끌고 창가까지 기듯 가
찬 공기 속 찰랑댄 흰 셔츠를 풀어 늑대처럼 목 놓는다.
함부로 피를 먹지 않겠다고
고기를 뜯지 않겠다고
내장이 빈 것보다 미움 견디기가 힘 든다.
남이 상처받게 되는 걸 할 수 없다.
어리석게 허기 채우지 않을 것,
차라리 신물도 게운 공복이 나을 것이리.
마음이 가냘픈 늑대는 육식을 못 하오.
짧았던 청춘과 열애, 숯이 된 이별은 트라우마 남겨
여인을 나무로 보지 않으면
불꽃 핀 욕망의 송곳니가 또 실수할 테요.
스쳐 지나는 나뭇잎들이여, 충분히 아름답소.
다만, 함부로 피를 먹지 않겠다
고기를 뜯지 않겠다
마음이 가냘픈 늑대는 육식을 못 하오.